나의 디지털 라이프 ver2
예전에는 성인이 되었을 때 상징적으로 하게 되는 일들이 몇 가지가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일들 중 하나가 은행에서 저의 돈을 관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직접 은행 창구에 가지 않고 인터넷 사이트에서 업무가 가능해졌을 때 정말 반가웠고 환호했었습니다. 그러나 곧 실망과 한탄이 나오게 되었죠.
기억하십니까? 인터넷 뱅킹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했는지? 그런 프로그램들이 잘 설치되어서 한 번만 번거로움을 겪어야 했다면 지금 제가 떠올리는 인터넷 뱅킹의 악몽은 없었을 겁니다. 그 수많은 오류와 설치가 제대로 안 되는 현상들, 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모든 게 제대로 세팅이 되었어도 너무도 불편하고 욕 나오게 만들었던 사용자 경험들입니다.
전의 글에서 제가 모바일 시스템으로 옮겨간 결정적 시기는 관공서의 업무가 거의 모바일에서 가능해졌던 시점이라고 말했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었습니다. 은행 업무가 모바일로 완벽하게 대체되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다음 컴퓨터로 애플 맥 시스템을 고려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도 이제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윈도 시스템을 구동할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기존 은행의 행태를 보며 “디지털 전환”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옛날 은행들은 인터넷 뱅킹을 오픈하며 자신들이 디지털 전환을 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이 했던 것은 “전산화”였습니다. 그저 데이터를 디지털 저장소에 저장한 것뿐이었죠. 아직도 일부 옛날 산업이나 서비스에서 전산화를 디지털 전환이라고 착각하는 것을 봅니다.
“디지털 전환”이란 말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전환”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디지털”이라는 형식에 사고의 틀이 매어있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세상은 전환, 즉 변화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새로운 변화이죠. 만약 그 변화에 아날로그가 이점이 있었다면 아날로그 전환이었을 겁니다. 다만 그 새로운 변화에 디지털이란 방식이 더 알맞았던 것이죠.
생각만 했던 새로운 변화들이 디지털이란 도구로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저의 대부분의 은행 업무가 디지털 은행인 “카카오 뱅크”와 “토스 뱅크”에서 이루어지는 이유입니다. 디지털 전환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기존 은행들은 그동안 ATM기 수수료를 왜 받았을까요? 그들이 인터넷 뱅킹을 시작했지만 각종 수수료는 그대로였습니다. 디지털 은행들에서는 그 많던 수수료의 종류와 금액을 대폭 없애고 줄였습니다. 디지털 은행의 인증은 너무도 편하고 오류도 별로 없고 스트레스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은행업무를 위해 디지털 은행은 직원과 만날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에서야 기존 은행들이 비대면 업무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마음만 먹었다면 좀 더 빨리 먼저 주도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디지털 전환을 했다고 자평하는 기존 은행들의 이자 장사는 합리적으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더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은 그동안 “조기 반환 수수료”가 있었다는 겁니다. 빌린 돈을 금방 갚았다고 수수료를 물리는 겁니다. 처음 디지털 뱅킹을 경험했던 카카오 뱅크에서 조기 반환 수수료가 없다는 말에 “뭐야?! 그동안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거야!!!”라고 분노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저의 디지털 라이프 중 금융 부분은 거의 95% 이상 디지털 은행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은행 상품 이외의 다른 금융상품들 역시 같은 곳에서 이용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카카오 뱅크에서 “주택 담보 대출 서비스”를 시행하게 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은행의 꽃은 주택 담보 대출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죠. 하지만 디지털 비대면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었습니다. 하지만 시대의 패러다임은 주택 담보 대출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비대면 디지털로 가능하게 할 것입니다.
옛날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 성공 여부는, 모순되지만 가장 아날로그적인 운영자, 인간이 바뀌는지에 달려있다고 판단됩니다.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는 새로운 혁신가들이 옛날 시대의 기득권자들을 격파하고 있는 모습이 통쾌하면서도 저 역시 옛날 시대의 사람으로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매일매일 노력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해야 할 것입니다. “왜 조기 반환 수수료를 내야 하는가?”라는 질문 같은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