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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Apr 18. 2022

아무리 연습해도 매번 어려운 것이 정상이다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저는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 그리기는 매일 하는 저의 루틴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기대를 가지게 됩니다. “어느 순간에는 눈 감고도 멋지게 그리겠지?!” “대충 쓱 선을 그어도 멋진 작품이 나올 거야!” 아직 시간이 모자란 것일까요? 그런 경지에 도달하려면 너무 먼 것 같습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많이 화가 나는 경우는 그림의 결과물들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어떨 때는 잘 그리고 어떨 때는 엉망입니다. 이 편차를 극복하는 것이 지금까지 저의 숙제였습니다.


여러 가지 다양한 그림을 그리면서 결과물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공식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찾았다고 생각한 순간 바로 다시 그림을 그려보면 또 불만족 스런 결과가 나왔고, 공식을 바꾸고 다시 그려보지만 원하는 결과가 아닌 그림이 됩니다. 마치 상대성 이론과 양자 역학을 합쳐서 세상의 단 한 가지 만물의 이론을 만들려고 하는 과학자들의 욕망처럼 실패하고 맙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아무리 연습해도 매번 어려운 것이 정상이다


“지금 내가 하는 그림 그리기의 공식을 찾으려는 행위가 AI가 하는 머신 러닝 (혹은 딥 러닝)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AI가 하는 일은 단 한 가지라고 합니다. 그것은 주어진 문제에 대한 패턴을 찾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저 역시 그림 그리기의 패턴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AI가 아닙니다. 패턴을 찾는 것은 더 이상 인간의 영역이 아닌 세상이 되었습니다. 예술의 의미가 무엇일까요? 공식이 존재한다면 예술일까요?


한 분야의 고수인 어떤 사람의 인터뷰입니다. 그는 어머니에게 이런 핀잔을 자주 듣는다고 합니다. “너는  일을 수십  하면서도 밤을 새우고, 괴로워하냐? 지금  되면 척척 해내야지!” 그러면  사람은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합니다. “엄마! 똑같은 일이란 없어. 매번 처음 겪는 일이야.  때마다 처음부터 시작해야만 . 아무리  년을  일이라고 해도 똑같은 일은 없어.”

장인 정신이란 공식과 패턴을 찾아서 무한 반복하는 것일까요? 장인이 된다는 것은 매번 고통스러운 과정을 기꺼이 다시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기르는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매번 어려움으로 다가오는 그 일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서 한 걸음씩 오르는 지난한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장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지난번 “비법은 없다”라는 글을 썼었습니다. 비법은 없지만 무엇인가를 오래 하면 뭔가 생길 줄 알았습니다. 그런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오래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잘하는 것이 생기겠죠. 하지만 정작 본인은 일의 난이도가 줄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오래 해서 얻는 것은,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려면 매번 최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배움 뿐입니다.


저는 더 이상 그림을 잘 그리는 공식을 찾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런 것이 없으니까요. 다만 한 가지 찾은 것이 있습니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그림은 내 마음에 든다.”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이 갑자기 가수에게는 노래해보라고 하고, 화가에게는 그림을 그려보라고 요구합니다. 가수들도 화가들도 처음 하는 노래, 그림은  못합니다. 그들도 새로운 노래, 그림을 처음부터 다시 탐구하고 연습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어려운 과정을 겪고 나온 결과는 사람들의 박수를 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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