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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May 01. 2022

광화문 광장은 억울하다.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광화문 광장과 이순신 장군 동상 (iPad air 4, Adobe Fresco)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의 풍경을 그동안 잘 그리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저에게 외국 풍경에 대한 동경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죠. 우리 것이 제일 좋은 것이라는 말에 동의하면서도 하와이의 해변, 스위스의 산들, 그리스의 산토리니 등등 가보고 싶은 곳들은 외국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의 풍경 그림들의 장소는 거의 외국입니다. 


가끔 대한민국의 어딘가에 있는 풍경들을 그릴 때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광화문 광장을 그렸습니다. 그림을 그리고 나니 새삼 그곳이 좋은 곳이구나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광화문 광장을 바라보는 풍경이 참 보기 좋네요. 그런데 저는 이 좋은 곳을 가기 싫어했습니다. 왜일까요?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광화문 광장은 억울하다.


그림 속의 광화문 장은 아이들과 가족들이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행복한 공간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광화문 광장을 그렇게 사용했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광화문 광장은 시끄러운 소음과 고성이 난무하는 시위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민주주의에서 자유롭고 평화로운 시위는 시민사회의 아름다운 문화입니다. 얼마 전 우리는  국민의 촛불시위로 민주주의 정신을 수호했었습니다.  역사적인 장소중 대표적인 곳이 광화문 광장입니다.


집회, 결사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불편을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한 번씩 광화문 광장을 찾는 주말마다 시위의 소동을 몸소 겪게 되는 것에 피로감이 몰려오더군요. 광화문 광장이 그림 속의 모습처럼 아름답지만 않았어도, 주위에 갈만한 곳이 넘쳐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아쉬운 마음이 들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렇게 가보고 싶게 잘 조성하고 개발해놓고 갈 때마다 엉뚱한 이유로 우리를 눈치 보게 만듭니다. “오늘은 시위가 없겠지?”


광화문 광장은 억울합니다. 이순신 동상도 억울합니다. 그들이 보고 싶은 광경은 그림 속의 장면처럼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이고, 듣고 싶은 소리는 가족들의 대화와 웃음소리들 일 겁니다. 대한민국의 온갖 불만과 부조리의 외침만 듣다가 많이 지쳤을 것 같네요.


대한민국은 갈등의 나라라고 합니다. 전 세계에서 각종 갈등 지수가 최고치라고 합니다. 자유로운 민주주의 국가에서 갈등은 필요악 일지도 모릅니다. 모두가 동의한다는 것은 반드시 문제가 있다는 반증이라고 하죠. 어쩔 수 없는 갈등이지만 좀 더 부드러운 방법은 없을까요? 예전에 들었던 말인데 선진국에서는 도로에서 접촉사고가 나면 웃으면서 사고처리를 한다고 하더군요.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 같은 상황이라면 소리 지르고 싸우고 난리가 났습니다. 진짜 심각한 문제가 아닌 갈등에서는 좀 부드러운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면 좋겠습니다.


눈을 감고 행복한 상상을 해봅니다. 주말 광화문 광장에 나갔더니 한쪽에서는 시위를 합니다. 하지만 견딜 수 있는 소음과 소란입니다. 바로 옆에서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고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이번 시위의 목적과 타당성에 대해 설명해주고 토론을 합니다. 광화문 광장은 여전히 아름답게 빛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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