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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비결요? 교과서로 예습, 복습했을 뿐이에요.

공부합시다

by 그림한장이야기


대학 입학시험의 역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장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이 말을 하는 수험생의 인터뷰가 떠오른다. “대학 입학시험 1등의 비결이 뭔가요?” “그냥 교과서로 예습, 복습했을 뿐이에요.” 이 인터뷰의 내용은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웃지 못하는 코미디로 회자되고 있다. 이 인터뷰의 내용을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는 사실이 씁쓸할 뿐이다. 지금까지 모든 1등의 인터뷰 내용은 똑같았고, 그들의 인터뷰 내용을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태도도 한결같았다. “돈을 써서 비싼 과외 지도를 받지 않고서는 대학에 들어가기 힘들다. 고로 인터뷰는 다 거짓말이다.”


공부합시다

1등 비결요? 교과서로 예습, 복습했을 뿐이에요.


대한민국의 속담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쓸모없는 말이 되었다고 한다. 가난한 환경에서 개인의 노력만으로 신분 상승을 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는 이야기다. 그 개인의 노력 중 가장 대표적인 게 “공부”이다. 공부도 돈으로 사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공부를 못했으니 더 그렇게 믿고 싶었을 것이다. 공부를 못하는 핑계가 있어야 하니까. 그리고 그 핑계가 뉴스나 저명한 학자들의 말로 거의 입증이 되는 듯 보였다. 나 혼자 주장하는 것도 아니고 모두 그렇게 말하니 아주 좋은 핑계가 아닐 수 없었다.


학창 시절을 지나, 오랜 세월이 흘렀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내가 자주 사용하는 소재중 하나가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은 많은데 왜 부자가 되는 사람은 별로 없는가?”라는 질문이다. 내가 내린 결론은 두 가지인데, 그중 하나가 책을 보고 실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때 스치고 지나간 누군가의 인터뷰 내용, “교과서로 예습, 복습했을 뿐이에요.”


나는 예습, 복습을 했었던가?!


아무리 좋은 책을 읽고, 좋은 강사들을 초빙해서 부자가 되는 방법을 들어도 내가 실천하지 않는다면 부자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비싼 과외 선생님을 초빙한다고 해도 내가 공부하지 않으면 대학에 갈 수 없는 것이었다.


1등의 인터뷰에서 중요한 것은 “교과서로..”가 아니다. 그 뒤에 나오는 “예습, 복습”이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교과서는 무슨.. 딱 봐도 부잣집 자식이네. 수억 써서 비싼 과외받았겠지…” 정작 우리가 할 수 있었던 예습, 복습이라는 단어들은 애써 외면한다. 나는 정말 예습, 복습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적어도 고등학교 3년 동안 꾸준히 매일 예습, 복습을 했었다면 어땠을까? 대학 입학 1등은 아니더라도 담임 선생님은 한심한 눈초리 대신 서울에 있는 대학에 기꺼이 원서 정도는 써주었을 것이다.


내가 왜 공부를 못했을까? 공부를 안 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교과서에 있는 내용으로 공부의 재료는 충분했을지도 모른다. (공부를 안 해서 모르지만) 나는 지금 왜 부자가 아닐까? 부자가 되려는 실천을 안 했기 때문이다. 이미 나는 부자가 되기 위한 방법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수많은 책과, 그 수많은 방송과, 그 수많은 강의에서 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더 좋은 방법과 정보를 찾아다니기만 한다. 문제는 실천이다. 그것도 예습, 복습 같은 작고 기초적인 것들의 실천 말이다.


어쩌면 올해도 수능 1등의 인터뷰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교과서로 예습, 복습 열심히 했다고 할까? 만약 그러면 우리는 또 웃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나는 1등을 한 그 사람이 수억의 과외를 했을지언정 불법만 아니라면 열심히 공부를 한 것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금수저든 흙수저든 노력은 고통을 수반한다. 한우 소고기를 먹으면서 공부를 한다고 무조건 욕하는 것은 좀 경솔한 짓이 아닐까?


멍 때리던 그때. (iPad air 4, Adobe Fresco)

그 시절 학교에서 책상에 앉아 창밖을 보며 멍 때리는 것을 좋아했다. 창밖의 풍경은 어쩌면 그리도 화사했는지.. 도저히 공부를 할 수 없었다. 아마 지금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창밖의 햇살을 넋 놓고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 나는 공부 체질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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