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거짓말들
(영화 “빅 피쉬”, “라이프 오브 파이”, “거짓말의 발명”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인간만의 독특한 점이 무엇일까요?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 아닐까요? 의사소통 체계가 있다는 동물들도 거짓말을 할까요? 아닐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거짓말을 하게 되었을 까요? 영화 “거짓말의 발명”은 조금이나마 그 이유를 설명해 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거짓말의 발명”은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에서 출발합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거짓말이 없는 세상이라면? 그리고 그런 세상에 단 한 사람만 거짓말을 할 수 있다면? 위의 그림은 영화 속 유일하게 거짓말을 할 수 있게 된 주인공이 은행에 간 장면입니다. 그는 몇 푼 없는 잔고를 가지고 있지만 엄청난 액수의 인출을 요구합니다. 은행 직원은 거짓말이란 개념이 없으니 요구한 엄청난 액수의 금액을 그에게 줍니다. 거짓말이란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시켜줍니다. 거짓말의 또 다른 특성은 상대가 반드시 존재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거짓말은 극도로 발전된 사회적 동물에게만 유효합니다.
아마도 인간이 거짓말을 하게 된 이유도 사회적 동물로 진화한 덕분이 아닐까 합니다. 거짓말이 사회 진화의 산물이라면 사회적 발전에 도움을 주었다는 말이 됩니다. 영화 “거짓말의 발명”에서 주인공은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거짓말로 인기가 급 상승하죠. 거짓말 중에는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 거짓말도 있습니다. 그런 거짓말을 하얀 거짓말, 좋은 거짓말이라고 할 겁니다. 사회적으로 거짓말의 장점이 단점을 덮을 정도로 좋았던 것일까요? 그래서 지금 우리는 거짓말의 달인이 된 것이겠죠.
영화 “빅 피쉬”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하는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순 허풍이죠. 거짓말입니다. 아들은 성인이 되었지만 아버지가 말하는 거짓말로 가득한 허풍은 여전합니다. 그런 아버지가 아들은 못마땅하죠. 영화 속의 아버지는 왜 그런 거짓말을 계속했던 것일까요? 거짓말을 좀 우아하게 바꾸면 스토리텔링, 즉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인간의 역사는 이야기의 역사입니다. 신화와 전설로 인간은 역사를 전했습니다. 딱딱한 다큐멘터리처럼 사실로만 역사를 기술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신화와 전설은 얼핏 보면 거짓말투성이입니다. 인류의 찬란한 문화인 문학작품의 대다수는 이야기, 즉 거짓말입니다. 모든 예술이 거짓말과 같습니다. 사실이 아닌 것을 거짓말이라고 한다면 말이죠. 영화 속 아버지가 그렇게 이야기에 집착하는 이유를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는 호랑이와 함께 조난을 당한 한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이 신비로운 이야기는 영화의 마지막에 다다르면 우리에게 충격적인 선택을 강요합니다. 호랑이와 함께한 신비로운 모험이 어쩌면 거짓말이고 그 이면에 숨겨진 잔인하고 슬픈 사건이 진짜 사실일지도 모르게 됩니다. 영화는 묻습니다. 지금까지 흥미진진하게 들었던 호랑이와의 이야기가 마음에 듭니까? 아니면 참혹한 현실 세계의 사실이 마음에 듭니까? 거짓말, 즉 이야기의 힘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대부분 호랑이와의 이야기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위의 그림은 영화 “빅 피쉬”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이제 아들은 아버지의 이야기 속으로 기꺼이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아버지를 이야기의 마지막으로 인도하죠. 이야기의 마지막은 아들이 아버지를 안고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거대한 물고기가 되어서 물속으로 사라지죠. 그렇게 이야기, 거짓말은 완성이 됩니다.
거짓말이 사회적 산물일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고통스러운 인생을 이겨낼 수 있는 이야기로서 거짓말은 존재할지도 모릅니다. 어린아이들이 혼나는 가장 많은 경우가 거짓말을 할 때 같습니다. 거짓말은 나쁩니다. 하지만 거짓말 없이 우리 인간은 살 수 없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