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잡러”시대의 고민
이소룡의 명언들 중 이런 말이 있습니다. “나는 100가지의 발차기를 하는 상대보다 한 가지 발차기를 100번 연습한 상대가 두렵다.” 이 말을 단순하게만 생각하면 한 우물을 파라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저의 과거를 지배한 정신도 한 우물을 파는 위대한 장인정신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N 잡러”의 시대라고 합니다.
“N 잡러”란 여러 가지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쉽게 말하자면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고 경제적 수입원이 다양한 사람을 말할 수 있을 겁니다. 패시브인컴 (내가 잠을 자는 시간에도 나에게 돈을 벌어주는 시스템)이라는 것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고 자산시장이 급등하면서 돈이 돈을 벌게 해야 한다는 자각이 있었죠. 여러 곳에 경제적 파이프라인을 설치해야 한다는 충고가 쏟아졌습니다. 부업을 넘어서서 N 잡러가 되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죠.
이소룡이 말한 대로 한 가지 발차기만 죽어라 연마하면 최고의 무술가가 될까요? 이소룡의 말에서 “발차기”를 무술이라는 카테고리로 바라보면 어떨까요? 무술을 잘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무술을 연마해야 합니다. 발차기뿐만 아니라 주먹도 그렇고 몸과 정신을 가다듬어야 할 겁니다. 자신이 배운 무술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무술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겁니다. 그런데 하루는 무술을 연마하다가 다음날은 공무원 시험을 공부하고 다음날은 요리 학원에 다닌다면 어떨까요? 무술이라는 카테고리만 공부하고 훈련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을 겁니다.
어떤 일을 잘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일을 오래 하는 것임을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지난 시절 우리는 잘못된 한우물 파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시절 주입했던 장인 정신은 진짜 장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분업화의 한 부품으로써 매우 편협하고 좁은 숙련공을 지칭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림을 예로 들어볼까요. 지난 시절 저는 코만 그렸던 것이죠. 어떤 사람은 귀만 그렸던 겁니다. 좋은 그림이란 조화와 비율, 전체를 아우르는 것입니다. 그림은 코만, 귀만, 눈만 그리는 것이 아닙니다. 얼굴만 그리는 것도 아니죠. 예술이란 광활한 세계의 한 부분일 뿐입니다.
"깊게 땅을 파려면 넓게 파야 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쩌면 한우물을 파는 것도, N 잡러가 되는 것도 같은 말이 아닐까요? 성공한 N 잡러를 살펴보면 그들이 하는 수많은 직업과 일들이 서로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하나의 카테고리 안의 연관된 수많은 일들을 섭렵했던 것입니다. 한우물을 판 장인들도 한 카테고리의 일들을 마스터한 사람들입니다. 그 누구도 코만 평생 그리고 그림 장인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한우물 파기는 숲을 보고 점점 하나의 나무를 세밀히 관찰하는 것이라면, N 잡러들은 나무를 심으며 숲을 만드는 사람들 일지도 모르겠네요. 결국 지향하는 것은 같다는 생각입니다.
당장 돈을 벌기 위해 N 잡러가 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커피 시장이 크다고 카페를 차립니다. 그러다 너도 나도 주식으로 돈 벌었다고 해서 주식을 하게 되죠. 그리고 개념도 모르는 암호화폐를 삽니다. 프로그래머가 억대 연봉을 받는다니 코딩 공부를 시작하죠. 이렇게 해서는 숲을 만들지 못합니다. 시너지를 낼 수 없죠. 1+1이 2,3,4가 되어야 하는데 0.5가 됩니다.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라면 돈이라는 카테고리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경제를 공부하는 것이죠. 그리고 제대로 된 경제 N 잡러가 되는 것입니다.
진짜 장인의 중국 음식점에서는 짬짜면을 팔지 않습니다. 그 중국음식점에서는 짜장면으로, 짬뽕으로, 탕수육으로 각각 팝니다. 결국 맛있는 중국음식 카테고리를 파는 것이죠. 짜장면, 짬뽕, 탕수육을 하나씩 잘해서 맛집이 되었든, 중국음식 장인이 한우물을 파서 짜장면, 짬뽕, 탕수육을 잘하게 되었든 상관이 없어 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실력이죠. 그리고 그 실력은 한 우물을 파나, N 잡러가 되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