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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Dec 01. 2022

디즈니 플러스 날자, 마블 떨어진다.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마블의 모든 영화들, 스파이더맨의 모든 시리즈들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계에서 최근 10여 년 동안 제일 핫한 프랜차이즈는 무엇이었을까요? 아마도 “마블”의 영화들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마블은 세계 영화시장을 히어로 장르로 한순간에 바꾸어 버렸죠. 그것이 올바른 방향이냐는 논란이 있지만 대단한 것은 사실입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마블의 인기도 조금씩 경고등이 켜지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기대감은 영화를 본 후 실망감으로 변했고 그 횟수가 잦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더니 일부 팬들은 이제 마블에게 희망이 없다는 조금 섣부른 낙심을 하고 있습니다. 제 눈에도 요즘 마블은 뭔가 달라진 것 같습니다. 안 좋은 쪽으로요.


이대로 가다가는 “타노스”가 활약했던 “엔드게임”까지가 마블의 리즈시절이 될 것 같은 불안이 몰려옵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워”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오락영화 최고의 경지였습니다. 우리는 마블이라면 또다시 그런 영화들을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었죠. 그러나 그 기대는 아직 충족되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왜 갑자기 마블은 감을 잃어버린 것일까요? 적어도 최고는 아니더라도 수작의 레벨 정도는 꾸준히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영원히 2등의 자리에 머물 것 같았던 DC에게 새로운 희망을 거는 분위기마저 생겨나고 있습니다.

타노스가 그리워지다니..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디즈니 플러스 날자, 마블 떨어진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라는 속담이 뇌리를 스칩니다. 마블은 디즈니가 주인입니다. 디즈니가 OTT 플랫폼인 디즈니 플러스를 런칭하면서 공교롭게도 마블 영화들이 힘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우연으로 보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습니다. 많은 평론가들이 공식적으로 문제를 삼았던 사례가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였습니다. 이 영화의 스토리를 완전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디즈니 플러스의 드라마 “완다 비전”을 시청해야 했습니다. 디즈니 플러스란 존재는 오히려 영화 관람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장애물이 되어버립니다. “완다 비전”이란 드라마는 작품성을 인정받는 수준 높은 작품입니다. 그러나 마블의 극장 영화에게는 시너지를 일으키지 못했죠.


저는 개인적으로 OTT를 응원합니다. 거만해진 극장 시스템을 견제하고 영화 전반의 시스템에 혁신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벌써 OTT가 만들어낸 영화들이 전 세계의 영화 시상식을 휩쓸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제가 있습니다. OTT 영화를 자유롭게 내버려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조건은 당연히 극장용 영화에도 그대로 유효합니다. 디즈니는 마블과 디즈니 플러스를 서로 속박하게 만들었습니다. 그것도 제일 안 좋은 이유인 돈 때문에요.


후발 주자인 디즈니 플러스가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를 이기는 방법은 딱 하나 자신들의 IP(지식재산권)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중 최고는 마블의 영화들이죠. 마블의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서 디즈니 플러스를 구독해야만 한다면 어떨까요? 구독자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겁니다. 넷플릭스를 이기는 것은 시간문제 같았죠.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디즈니 플러스의 콘텐츠가 너무 심하게 마블 영화에 개입을 하게 됩니다. 이것은 마치 생뚱맞은 PPL 광고가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꼴이랄까요?! 완결할 수 있는 독립된 영화로 만들 수 있는데도 자꾸 디즈니 플러스의 그림자가 드리워져서 산만한 영화가 됩니다.


지금까지 이 방대한 마블 세계를 운용했던 수장은 "케빈 파이기"라는 인물이었죠. 놀라운 능력의 그도 디즈니 플러스의 콘텐츠까지 아우르기는 능력 밖이었나 봅니다. 오케스트라 같았던 마블 극장 영화들은 이제 하모니를 이루지 못합니다. 그 여파는 개별 영화 안으로까지 퍼지기 시작하죠.


그렇다면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놀라운 약진을 어떻게 설명할 거냐고 물을 수 있습니다. 스파이더맨 IP(지식재산권)는 소니에게 있습니다. 디즈니 플러스로부터 자유롭죠. 그리고 소니는 아직 자체 OTT 플랫폼이 없습니다.(글 작성 기준: 2022년 12월) 자신만의 알찬 세계를 꾸려나갈 수 있었죠. 그 정점이 바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극장판 스파이더맨 3가지를 통합해버립니다. 상상 속에서만 그리던 세명의 스파이더맨이 한무대에 서는 것을 보게 되다니!

역대 세명의 스파이더맨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아직 마블의 영화들은 전 세계적으로 어마어마한 흥행을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걱정을 한다는 게 웃긴 일이죠. 재벌이 밥 잘 먹고 다니나 걱정하는 꼴입니다. 저는 영화 엔드게임에서 "캡틴 아메리카"가 "Avengers, Assemble"을 외치는 장면에서 소름이 돋는 희열을 맛보았습니다. 그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습니다. 마블이 만드는 영화는 영화가 아니라는 비판도 많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그런 논쟁보다 그 영화가 나에게 어떤 감정을 주었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마블은 그동안 저에게 놀라운 감정들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앞으로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없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 슬픕니다.


만신창이가 된 아이언맨, 그러나 위엄을 잃지 않았다.

영화 엔드게임에서 "아이언맨"은 자신의 운명을 예상하지만 결국 그 운명을 받아들입니다. 어쩌면 마블 영화들의 운명은 정해져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유행은 돌고 돌고, 관객들의 취향은 바뀌니까요. 히어로물의 유행이 지나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화 속 영웅들이 우리들에게 주는 기쁨은 존재합니다. 탐욕은 운명을 거부합니다. 디즈니라는 초거대 미디어 제국은 제국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소중한 것을 버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럴 때일수록 이 외침이 필요하겠군요. "Avengers Assem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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