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맛있어지는 주문 "커피 루왁"

영화 "카모메 식당"

(영화 "카모메 식당"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커피가 맛있어지는 주문이 있습니다. 커피를 내리기 전 커피 가루에 검지 손가락을 대고 이렇게 속삭이세요. "커피 루왁" 

영화 "카모메 식당"

커피가 맛있어지는 주문 "커피 루왁"

                                           

한잔의 커피를 맛있게 만드는 주문과도 같은 영화가 있습니다. "카모메 식당",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당시 그 근본 없는 감동의 충격에 당황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일본영화인 이 영화는 일본 개봉당시 영화의 배경인 핀란드로의 여행 붐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였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에서도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는데, 동네 백화점에 영화 제목과 같은 음식점이 문을 열었었죠. 메뉴도 영화 속 식당과 같은 오니기리를 팔았습니다. 

영화 "카모메 식당"은 매우 잔잔한 영화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졸릴 정도로 뭐가 없는 내용이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조금만 참고 보다 보면 묘한 매력에 빠져들게 됩니다. 이 영화를 시작으로 주목받게 된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는 일련의 연작처럼 차기작들을 발표합니다. (영화 "안경"에 대한 브런치 스토리: 자신도 모르는 나만의 능력 - 영화 “안경”) 주요 배우진들도 그대로 기용하며 "오기가미 나오코"표 영화 세계를 완성해 가죠. 요즘 새로운 작품이 안 보이는 것이 아쉽네요.

얼마 전 영화 채널에서 하는 "카모메 식당"을 보며 이 영화의 재미를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핀란드의 카모메 식당에 모여드는 사람들은 평범해 보이지만 모두 어딘가 나사 하나쯤 빠진듯한 모습입니다. 가장 정상적으로 보이는 식당 주인도 세상 사람들과 비교해 보면 정상이라고 말하기 어려울 겁니다. 세상과 어울리지 못하는 그들이 소박한 음식을 나누며 서로의 가슴을 어루만지는 풍경이 눈물 나도록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영화 속에서 한 아주머니가 핀란드로 여행을 왔는데 여행짐이 모두 사라지는 사고를 당하죠. 그녀는 카모메 식당에서 일을 하며 새로운 짐을 하나씩 구하게 됩니다. 어느 순간 잃어버린 예전의 짐은 기억도 안 나게 되죠. 어느 날, 짐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게 되고 카모메 식당을 떠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누군가 그녀에게 고양이를 떠넘깁니다. 그녀는 말하죠. 고양이를 맡게 되어서 떠날 수 없다고요. 자신의 인생 모든 것 같았던 짐을 잃었다가 찾았는데, 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떠날 수 없다니.. 진짜 중요한 것을 찾기 전에는 나의 짐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영화 "카모메 식당" 마지막 장면

카모메 식당에 손님이 없는 한가로운 시간이 찾아옵니다. 주인과 직원이 된 그녀들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주인인 "사치에"에게 직원이 된 그녀들이 말합니다. "사치에는 인사하는 게 달라." 사치에는 아니라며 부정합니다. 그때 식당으로 손님이 들어옵니다. 사치에는 진심 어린 인사로 손님을 맞이하죠. 그리고 영화는 끝이 납니다. 잘되는 식당은 인사소리가 다릅니다. 잘 사는 삶도 그렇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