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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Feb 13. 2020

2020 Oscars 봉준호와 나

2020년 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이야기

봉준호 감독 드로잉

나는 영화를 아주 좋아한다. 어릴 때 KBS, MBC에서 하는 영화와 외화 시리즈는 모두 본 것 같다. 그때는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지상파 TV 뿐이었다. 영화관에 가는 것은 정말 가끔 하는 행사였다.  


그렇게 나는 할리우드 키드가 되었다.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할 수 있는 것은 영화 보기와 때가 되면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는 것이었다. 어른이 되어서 할리우드 영화에 대해 호의적인 부분이 많이 없어지고, 그들의 민낯을 알게 되었지만.. 난 여전히 할리우드 영화를 보았고,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며, 자칭 영화광이라고 정신 승리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20년이 되었고, 오스카(아카데미 시상식) 시즌이 되었다.  


내가 왜?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에 이렇게 감동하고 있을까? 그저 할리우드의 인정을 받는 것뿐인데.. 그게 무엇이 그렇게 좋은가?  


세상에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들이 있다. 내가 영화를 보고 즐기려면, 할리우드가 영화를 잘 만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내가 볼 수 있는 영화의 90% 이상은 할리우드 영화이거나, 직, 간접으로 할리우드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상업 대중 영화의 모든 것은 할리우드이다.  


할리우드 밖에서 동네 대장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욕망이 있다. "저 대도시에 가서 최고가 되고 싶다"라는 자연스러운 욕망.. 영화를 참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할리우드에서 죄고 가 되는 것을 상상하곤 했다. 


그것을 "봉준호"와 "기생충"이 해낸 것이다. 영화인을 꿈꾸고, 영화광이라며 거들먹대던 시기를 지난, 나에게는 마치 내가 할리우드를 정복한 기분이다.  


물론 "봉준호" 개인의 기쁨이다. 그가 잘해서 오스카를 거머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와의 동질감을 외국 감독보다 더 느낄 수밖에 없다. 그의 초기작들을 동네 극장에서 보아왔고, TV에서도 지겹도록 보았다. 마치 함께 성장해온 착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봉준호"와 "기생충" 이 이번 2020년 오스카에서 어떠한 결과를 내었는지.. 결과표를 말하지는 않겠다.  


왜냐하면,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가 된 것으로 이미 "봉준호" 감독은 할리우드를 점령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뽑아서 출품한 작품이 아닌, 할리우드가 자발적으로, 그들 스스로, "봉분화"와 "기생충"을 후보에 넣었다는 사실, 이것 하나로 할리우드는 이미 "봉준호"를 인정했다.   


어쩔 수 없는 한국 사람의 동포애가 나에게도 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느끼는 "봉준호" 감독에 대한 감정은 마음의 거리가 가까운 친구에게 느끼는 감정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예를 들면, 옆집에 인도 사람이 살고 있고 오다가다 인사하는 정도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쥔다면.. 나는 지금과 똑같은 감정이 들 것 같다. 내가 친근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봉준호"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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