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지만 졌다
(영화 "문라이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는 두고두고 회자될 해프닝이 발생합니다. 작품상 수상작을 잘못 발표하는 소동이 벌어진 것이죠. 다행히 현장에서 정정이 되었고 잘못은 바로잡혔습니다. 그때 작품상을 놓칠뻔한 영화가 바로 "문라이트"입니다.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이 2023년이니 2017년에서 많이 멀어져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 우리 머릿속에는 "문라이트"라는 영화가 없습니다. 반면에 작품상으로 잘못 발표된 영화 "라라랜드"는 너무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죠.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요? 아카데미가 말도 안 되는 영화에게 작품상을 주었던 것일까요? 마땅히 "라라랜드"가 작품상을 받아야 했다는 것이 증명된 것일까요?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있었던 그 사건을 재구성해 보겠습니다.
2017년은 영화 "라라랜드"의 해였습니다. 대중적 흥행과 비평까지 석권을 했었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단연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습니다. 그런데 복병이 나타납니다. "문라이트"라는 영화가 서서히 돌풍을 일으키며 존재를 드러냅니다.
영화 "문라이트"는 흑인에 대한 영화입니다. 그 흑인이 동성애자이죠. 저를 비롯해서 대부분 사람들의 무의식이 이 영화를 거부할 것입니다. 저도 제가 이 영화를 마음에서 밀어내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이 글을 쓰기 전까지 말이죠. 아마도 2017년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고 있던 많은 사람들은 "라라랜드"를 편파적으로 응원했을 것입니다. 이 응원은 시상식장 안에서도 비슷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당시 "페이 더너웨이"와 "워렌 비티"가 시상을 했는데, 그들도 무의식적으로 "라라랜드"를 응원한 것은 아닐까요? 무의식은 잘못된 판단을 일으킵니다. 여우주연상 봉투가 잘못 전달되었고, 배우의 출연작 제목이 "라라랜드"인 것을 보고 그대로 발표를 한 것이죠. 실수였지만, 보고 싶은 것을 보게 만드는 것이 무의식의 힘입니다.
세월이 흘러 영화 "문라이트"는 잊혔습니다. 적어도 대중에게 그 존재는 희미합니다. 반면 "라라랜드"는 아직도 인기가 있죠. 어쩌면 아카데미 작품상 수장작이 "라라랜드"라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저는 주류가 아닌 모든 소외된 대상들에게 객관적인고 합리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제 자신이 아웃사이더 기질이 있기에 의심하지 않았죠. 저의 무의식은 차별과 편견 덩어리입니다. 저는 영화 "문라이트"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 "문라이트"는 지금보다는 더, 아카데미 작품상다운 대우를 받아야 합니다.
영화 "문라이트"의 아름다운 대사들로 글을 마칩니다.
넌 스스로 무엇이 될지를 정해야만 할 순간이 올 거야.
절대 그 누구도 그 결정을 너 대신해 줄 수는 없어
달빛 속에선 흑인 아이들도 파랗게 보이지.
너도 파랗구나, 이제 널 그렇게 불러야겠다.
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