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인 영화는 사치일까?
(영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을 드디어 보게 되었네요. 엉망진창의 결과를 예상했었는데 그보다는 조금 나은 졸작 수준이라 기대이상이라는 어처구니없는 평을 하게 됩니다. 아무 생각 없이 킬링타임용으로 즐기기에는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인디아나 존스" 브랜드의 가치가 추락한 것은 외면해야겠죠.
영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은 첫 장면부터 시리즈 전통을 지키지 않습니다. 파라마운트 영화사의 "산(mountain)"로고가 영화 속 장면으로 교묘하게 오버랩되는 것으로 모든 시리즈가 시작되었는데 이번은 예외더군요. 첫인상부터 별로였습니다. 이 영화의 도입부는 여러 의미로 논란이 될 것 같습니다. 주인공인 "해리슨 포드"를 감쪽같이 젊은 모습으로 탈바꿈시키는데 그 놀라운 기술력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박수를 치는 순간, 지금(2023.08) 벌어지고 있는 할리우드 작가, 배우 파업이 떠오르더군요. 이미 디지털 배우는 완성단계이고 AI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단계만 남은 것이었습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첫 편인 "레이더스 (Raiders of the Lost Ark)"에서는 CG 같은 장면들이 알고 보면 스턴트맨들이 하는 실제 장면들이었죠. 젊은 해리슨 포드도 어려운 스턴트 연기를 직접 했었습니다. 시리즈 4편부터 CG가 너무 노골적으로 보이더니 이번 5편,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에서는 CG티는 덜 나지만 CG범벅인 것은 쉽게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영화 "레이더스"를 다시 보면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낭만이란 것은 무모합니다. 고집이고 수지타산에 약하죠. 낭만은 비용이 많이 듭니다. 어쩌면 영화사가 주력으로 많이 만들고 싶은 영화는 지금 이 영화,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과 같은 영화들일 것 같습니다. B ~ B+ 정도의 수준에 AI와 디지털 기술로 제작단가를 낮춘 영화. (물론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의 제작비는 비쌀 겁니다.)
영화의 역사 속에서 낭만의 시대는 저물고 가성비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콘텐츠의 수가 모자라는 시대에 가성비 작품들은 영화사가 제일 반기는 효자가 될 것입니다. 그 일을 실현시켜 줄 수 있는 것은 AI가 되겠죠. 영화산업은 자본주의의 최전방 산업이지만 예술이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예술은 낭만이 있어야 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