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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Jul 05. 2023

영화덕후가 떠난 자리

영화관, 변화는 언제..

(영화 "시네마 천국"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덕후: 일본어 오타쿠(御宅)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의 준말이다. 오타쿠의 의미로도 사용되지만, 어떤 분야에 몰두해 마니아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도 쓰인다. - 세상이 덕후들에 의해 돌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덕후들의 외면을 받은 산업은 생존하기 힘듭니다. 2023년 대한민국의 영화관 산업의 암울한 현실은 영화덕후들이 그들에게 등을 돌린 결과가 아닐까요?


영화관, 변화는 언제..

영화덕후가 떠난 자리

영화 "시네마 천국"의 토토

영화 "시네마 천국"의 어린 토토는 영화 덕후입니다. 그런 그를 세계적인 영화감독으로 이끈 존재는 시골 동네의 작은 영화관이었죠. 키스장면이 잘려나간 영화들을 봐야 했지만 영화관은 영화덕후들에게 기꺼이 자리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영화관이 철거될 때 끝까지 남아서 눈물을 흘렸던 자들은 영화 덕후들이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 영화관 시스템의 쇠락을 슬퍼할 영화덕후들이 남아있을지 의문입니다. 


어느 영화 덕후가 영화관에 더 이상 가지 않게 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그는 혼자서 영화관에 가는 것을 즐길 정도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관 서비스에 대해서는 언제나 불만이었죠. 40인치 이상의 디스플레이가 저렴해지고, 4K 화질로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자 영화관에 가는 횟수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팬데믹 전부터 영화관람비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던 그는 결정적인 현장을 목격합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그 많은 스크린에 한 편의 영화만 상영하는 현장을 보고 결단을 내립니다. 비싼 돈을 주어도 원하는 영화를 볼 수 없는 영화관 시스템에 작별을 고한 것이죠. 


위의 이야기는 사실 저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이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지 않습니다. 영화를 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너무 많습니다. 영화 덕후들의 목소리는 언제나 영화관 시스템에 쓴소리를 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귀담아듣지 않았죠. 영화 덕후들이 없어도 장사가 잘 되었으니까요. 영화관이 선호하는 특별한 영화가 있습니다. 일명 팝콘무비라고 불리죠. 영화관 이익의 대부분이 팝콘 매출에서 나옵니다. 팝콘을 먹으며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들을 예뻐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영화관측은 비싼 팝콘을 기꺼이 사주는 관객들, 데이트족이나 남는 시간을 보내려는 라이트 유저층을 주타깃으로 삼습니다. 그러니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을 한 편의 영화만으로 채우는 만행을 저지를 수 있는 것이죠. 


덕후가 사라진다는 것은 충성고객이 없다는 것입니다. 상황이 조금만 바뀌어도 손님들은 다 떠나버립니다. 예상치 못한 팬데믹이 왔고, 영화관 가격이 치솟게 됩니다. 엎친 데 덮친다고 OTT의 공습이 시작되죠. 물가인상이라는 결정타를 맞습니다. 그렇게 관객들은 사라졌습니다.


덕후를 팬으로 둔 기업들은 위기 때 든든합니다. 가격을 올린다고, 주변 상황이 변했다고 덕후는 쉽게 배반하지 않습니다. 현재 자본주의는 누가 더 덕후의 마음을 사로잡는가의 싸움입니다. 대한민국의 영화관은 반대로 덕후를 버렸습니다. 


영화관은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거의 한 가지 방법만 내놓았습니다. "가격 인상!" 


영화 "시네마 천국"의 한 장면

영화 "시네마 천국"의 영사 기사 "알프레도"는 관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싶은데 보지 못하는 영화팬들을 위해 어느 날 선물을 하기로 하죠. 영사기에 거울을 이용해 영화 장면을 창밖의 건물 벽에 투사를 합니다. 그들에게 최고의 선물은 영화를 보게 해 주는 것이었죠.


대한민국 영화관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떠났던 충성고객들, 영화덕후들 마음이 돌아오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알프레도"와 같이, 영화를 진짜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해야 합니다. 당연히 매출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해결책입니다. 그런데 무슨 수를 써도 지난 시절의 막대한 매출을 회복할 수 없는 상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영화를 볼 인구가 급속도로 줄고 있기 때문이죠. 돈을 많이, 적게 버는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넘어간 것입니다. 영화비를 올릴 수 있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이라면 받아들여야 하겠죠. 그러나 그 가격을 받아줄 사람들은 영화 덕후들 뿐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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