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즐거운 그림 그리기는 과정이 행복해야 합니다. 다시 말한다면 목적이 없는 그림을 그려야 진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것이죠. 지난 글, "목적이 없는 그림"에서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목적 없이 그냥 그린 그림들이 다시 차곡차곡 쌓였네요. 목적이 없어도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매일 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그림들은 그리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그림의 목적이 판별됩니다. 영화의 장면을 그리면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라 영화 글의 설계가 완성됩니다. 흥미로운 장면의 그림은 불현듯 어떤 이야기가 떠올라 다음 글의 소재가 됩니다. 어떤 그림은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죠. 오롯이 그 그림과 마주할 뿐입니다.
요즘 새 그림을 그리는 게 좋습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작고 연약한 새들의 모습에서 묘한 기분이 듭니다. 새들이 자리 잡고 있는 수풀도 보기 좋고요.
도시의 풍경은 제가 속한 장소이기도 해서 친숙합니다. 자연만 예찬하고 도시의 차가운 장면은 싫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도시의 풍경을 좋아합니다. 도시는 일상이고 자연은 여행이죠. 결국 일상의 아름다움을 찾아내야 합니다.
가족을 그린다는 것은 위험합니다. 특히 예쁘게 그릴 능력이 없다면 도전하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자꾸 그들을 그리게 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풍경이기 때문입니다.
겨울 풍경은 스산한 느낌과 깨끗한 느낌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직접 그림 속 장소에 머물고 싶지는 않지만 풍경의 감상자로서 그림 밖에 계속 남아있고 싶죠. 이런 상충되는 감상이 겨울 그림의 매력일 것입니다.
목적이 없는 과정들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 과정들을 쓸데없는 짓이라고 폄하하였죠. 시간이 흐를수록 그 쓸데없는 짓들이 소중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