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교하기
(영화 "추억 The Way We Were, 1973"과 "라라랜드 La La Land, 2016"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꿈을 위해 포기해야 할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매 순간 나를 유혹하는 것들을 뿌리쳐야 꿈을 이룰 확률이 높아지죠. 그런데 내 꿈을 가로막는 것이 사랑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 꿈과 사랑 사이에 놓인 연인들이 있습니다.
영화 "라라랜드"의 세바스찬과 미아는 자신들의 꿈을 좇아 꿈의 도시에 왔습니다. 사랑하는 이 둘은 유일하게 서로의 재능을 알아봐 주는 동료이자 아낌없이 응원을 보내는 조력자이죠. 그렇지만 그들은 알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꿈을 위해 자신의 자리를 비워야 한다는 것을요.
위의 장면은 영화 "라라랜드"의 마지막 장면입니다. 각자 성공한 후 우연히 세바스찬의 재즈바에서 마주친 두 남녀는 "우리가 헤어지지 않고 함께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하며 잠시 행복해합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인정합니다.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자신들의 꿈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요. 마지막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그것을 읽을 수 있습니다.
영화 "라라랜드"는 달콤 쌉싸름한 사랑의 이야기입니다. 뮤지컬로서도 가치가 있지만 이야기가 매력적이지 않았다면 그렇게까지 성공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래전 유사한 이야기의 영화가 먼저 우리의 심금을 울렸었습니다. 영화 "추억 (The Way We Were, 1973)"입니다.
영화 "추억"의 남자 주인공 허블과 여자 주인공 캐티는 극과 극에 위치한 사람들입니다. 부잣집 잘생긴 도련님인 허블과 평범한 서민이지만 당찬 캐티, 무엇보다도 둘은 완전히 반대되는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었죠. 캐티는 적극적으로 정치적 발언을 하는 투사였고 그런 특별한 그녀의 모습에 허블은 끌리게 됩니다. 하지만 그들이 지향하는 방향과 꿈꾸는 세계가 다르다는 현실이 결국 둘의 사랑을 가로막습니다.
위의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죠. 둘이 헤어진 후 세월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거리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강력히 주장하며 시위를 하고 있는 캐티를 허블이 발견합니다. 둘은 마주합니다. 캐티가 허블의 얼굴을 잠시 어루만집니다. 그 짧은 재회를 뒤로하고 곧 둘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서죠.
영화 "라라랜드"는 최고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영화입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1973년에 나온 영화 "추억"입니다. 정치적 꿈을 가진 여자 주인공이란 설정도 파격이었지만 자신의 꿈과 신념을 위해 사랑을 포기한다는 이야기도 그 당시 익숙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가 주옥같은 음악들의 향연이지만 강렬한 한방의 임팩트는 영화 "추억"의 주제곡 "The Way We Were"에게 있는 것 같습니다.
잊을 수 없는 음악과 달콤 쌉싸름한 이야기로 감동을 주는 두 영화를 비교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