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보고 싶은 성룡 영화
(영화 "용형호제 2"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댓글에 담긴 이야기 하나가 저에게 영감을 주었습니다. 명절 때 제사상 차리는 것을 돕지 않고 도망 나와 성룡 영화 세편을 봤었다는 경험담이었습니다. 저 역시 성룡에 대한 추억이 남다르기에 이참에 성룡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2024년의 설날이 불과 얼마 전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영화 시장의 대목은 아직까지도 명절 시즌입니다. 그 명절 시즌을 오랫동안 지배했던 배우가 있습니다. "성룡"이죠. 아마도 제가 처음 봤던 그의 영화는 "프로젝트 A"였을 것입니다. 사실 그 영화도 저의 인생 영화들 중 하나입니다. 그 후 "쾌찬차"를 보았고, 그렇게 성룡의 팬이 되었죠.
저는 "취권"을 제대로 본 적이 없습니다. 성룡의 무협 시대극은 아직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예전 명절 때 TV에서 방영했던 것을 본 게 전부이죠. 1991년 그 영화를 보기 전까지 성룡에 대한 저의 팬심은 보통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습니다. 1991년, 성룡에 대한 저의 팬심이 폭발하게 된 영화가 개봉합니다. 바로 "용형호제 2"입니다.
"용형호제 1"은 2편을 보기 전까지 전혀 몰랐습니다. 지금도 1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요. "용형호제 2"는 속편의 네이밍을 부여받은 게 못마땅할 정도로 그 자체로서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용형호제 시리즈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따라 했다고 폄하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용형호제 2의 재미만큼은 독보적인 수준이라고 감히 말하겠습니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누군가가 흉내 낼 시도라도 할 수 있지만, 용형호제 2는 흉내 낼 시도조차 할 수 없다는 말로 이 영화를 옹호하고 싶습니다.
영원할 것 같은 성룡도 이제 액션장면을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늙었습니다. 중국이란 특수한 배경 때문에 그의 정치적 입장은 논란을 일으킵니다. 영화에도 그런 입장이 반영되는 걸까요? 그의 영화는 이제 재미가 없습니다. 그 모든 것이 합쳐져서 성룡의 시대는 저물었습니다.
"용형호제 2"를 극장에서 보고 나오면서 저는 충성을 맹세했었습니다. 그동안 저에게 준 즐거움을 그에게 갚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빚을 갚는 방법은 재미없는 그의 영화들도 기꺼이 관람하는 것이었죠. 오지 않을 것만 같은 순간이 오고야 마는군요. 그 빚을 청산할 때가 된 것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저는 성룡의 새 영화를 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의 영화를 다시 보게 된다면 다른 영화보다 "용형호제 2"를 또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