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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Sep 21. 2020

아비투스, 품격이란?

사소한 곳에서 품격이 나온다.


나는 약간의 강박적인 면이 있는데.. 그것은 교통신호등 준수이다. 쉽게 말하자면 길 건널 때 파란 신호등에서만 건너야 한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어릴 때 너무 교육을 잘 받았나?) 빨간 신호등에 길을 건너는 사람들을 보면 견디지 못하겠다. 그렇다고 입 밖으로 뭐라고 말도 못 한다.

그래서 언제인가 하루는 건널목에서 길을 건너는 사람들을 살펴본 적이 있다. 신호가 빨간불일 때 막 뛰어서 길을 건넌 대부분의 사람들이 길을 건너고 나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천천히 아주 여유 있게 갈길을 가는 것을 발견했다.

급한 일이 있어도 무단 횡단은 안되지만 아주 중요하고 촌각을 다투는 일이 있다면 약간의 이해라도 할 텐데.. 그들의 무단 횡단을 하고 난 뒤의 모습들을 보면 급한 일 하나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빨리빨리의 나라답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널목 경계선에 발 앞꿈치를 대고 파란불만 기다리다 파란불이 되자마자 100미터 달리기 선수들처럼 발사되듯 걸음을 재촉한다. 물론 그들의 대부분도 급한일은 없어 보인다.

소심한 성격으로 무단 횡단하는 사람들에게 묻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대답을 상상한 적은 있다. 그들은 뭐라고 대답할까? 비슷한 예의 대답을 TV 뉴스에서 들었던 것 같다. 불법주차, 불법 무단횡단, 불법 음주운전 등등 교통법규를 어긴 사람들의 인터뷰 대답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내 기억으로 가장 많은 대답이 바빠서 그랬다는 내용인 것 같다.

살기 어려운 시대,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는 지금. 불법 무단 횡단을 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이것 같다. “그런 것 다 지키면서 살다가는 깡통 찬다”

그러다 요즘 유튜브에서 “아비투스”라는 것에 대해 들었다. 책 소개 영상이었던 것 같다. 상류층과 하류층을 가르는 진짜 요인은 돈이 아니라 “아비투스”라 불리는 그들만의 품격 같은 것이라고 말하고있다.

“아비투스”에는 “여유”, “자신감”, “문화자본”, “사회자본” 등등이 포함된다고 한다. 간단하게만 살펴보면 진짜 상류층(귀족에 더 가까운 것 같다)들은 언제나 여유가 있다. 문제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모든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에 언행에 여유가 있다. 그들의 자신감은 쉽게 말해서 직원을 꿈꾸기보다는 CEO를 목표로 삼는 것에서 단적으로 엿볼 수 있다. 그들의 문화자본은 세련되지만 과하지 않음으로써 남들과 차별된다. 그들은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회적 자본을 축적한다.

물론 상류층의 폐해와 문제들은 입이 아플 정도로 많이 있을 것이다. 상류층을 흉내내기도 어렵고 흉내 낼 수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도 우리들만의 아비투스를 차곡차곡 쌓아가며 품격을 완성해가면 될 것이다.

무단 횡단하는 것과, 시간을 아끼며 악착같이 돈을 벌기 위해 바쁘게 사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는가?!

아무리 삶이 힘들어도 우리는 품격을 가질 수 있다. 아주 간단히 우리도 아비투스를 만들 수 있다. 그것은 불법 무단 횡단하지 않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건널목 신호등 앞에서 우리는 여유의 아비투스를 실천할 수 있다.

상류층의 아비투스를 흉내 내지 않아도 행복 한자의 아비투스를 가질 수 있다. 우리 삶의 품격은 곳곳에 숨어있고 그것들을 실천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품격은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품격 있는 삶, 아비투스를 향유하는 삶은 일부 대단한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장 지금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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