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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Sep 30. 2020

자전거 탈 때 지켜야 할 것 한 가지

횡단보도에서는 자전거에서 내려걸어야 한다

아이패드 드로잉 (아이패드7, 어도비 프레스코) - 자전거가 있는 풍경


자전거 탈 때 지켜야 할 것 한 가지.


요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참 많다. 집 근처에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가 있어서 나가보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자동차 조심하듯이 자전거를 조심해야 할 정도이다. 그만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때문에 문제가 일어나는 시점이 온 것이다. 문제가 심각해지는 양적 기준선을 넘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자전거를 탈 때 지켜야 할 것들이 많이 있다. 그중에서 하나만 지켜야 한다면 나는 보행자 횡단보도를 건널 때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서 건너야 한다는 것을 꼽겠다. 


전에 썼던 글에서 불법 무단 횡단에 대해서 말했듯이 거의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면 걸어가는 사람과 부딪힐 위험이 아주 높다. "나는 사고 난 적이 없는데!"라고 말한다면 보행자들이 불편하게 당신을 피해 갔기 때문이다. 


횡단보도는 걷는 보행자가 왕이다. 그 왕이 자전거를 피하고,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 자체가 크게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 타는 기술이 많이 모자란다. 정확히 말해서 극도로 천천히 자전거를 운행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걷는 사람으로 붐비는 횡단보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건너려면 서커스 수준의 천천히 전진할 수 있는 실력이 요구된다. 99%는 아주 불안한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멀쩡한 사람이 예비군복만 입혀놓으면 안 좋게 변한다고 말한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운전대만 잡으면 난폭운전을 한다고 말한다. 자전거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자전거 안장에 엉덩이를 올려놓으면 절대로 내려오려고 하지 않는다. 그 이유를 난 아직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에 타기만 하면 모든 것을 자전거 위에서 해결하려고 한다. 심지어는 "자전거에서 내려서 끌고 가세요"라고 크게 적혀있는데도 그냥 타고 간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한강에서 외부로 나가는 굴처럼 생긴 관문이 있다. 거기에는 사람 이외에는 못 지나가게 바리케이드도 있다. 물론 자전거를 끌고 가라는 큰 안내문도 잘 보인다. 하지만 그때 자전거에서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간 사람은 나뿐이었다. 종종 따릉이를 타고 한강을 가는데 그곳에서 자전거를 끌고 가는 사람은 나 말고 없었다. 


사람들은 자전거 안장에서 내려오는 행위를 아주 귀찮은 것으로 여기는 것 같다. 그와 동시에 창피하게 생각하는 것도 같다. 마치 술이 아주 나쁜 것임에도 죽을 것처럼 술을 마셨던 일화를 자랑하듯이, 위험한 어떤 상황에 처해도 자전거 위에서 안 내려왔다는 것에 우쭐~하는 것 같다. 


자전거를 타는 인구가 늘어나고, 경주용 사이클같이 고속으로 질주하는 라이더들도 너무 많이 늘었다. 천천히 안전하게 따릉이를 타고 가는 사람이 민폐처럼 느껴지도록 무자비하게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들은 마치 고속도로에서 40Km로 가는 자동차를 보듯 우리를 본다. 하지만 자전거 도로에서 기본은 안전히 그리고 천천히 타는 것이다. 스피드를 즐기고 싶으면 올림픽 벨로드롬 전용 경기장으로 가시길.


횡단보도는 자전거 도로도 아니다. 여기야 말로 걷는 것이 올바른 단 한 가지 방법이다. 자전거에서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건너자.


더 안타까운 것은 어린아이들도 횡단보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건넌다. 두 발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좀 큰 아이들뿐만 아니라 보조 바퀴를 장착한 자전거를 타는 꼬마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어른들이 거의 대부분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니 보고 배운 것이 아니겠는가?! 


실제로 본 것인데, 부부가 아이를 세발자전거에 태우고 외출을 나왔다. 그리고 횡단보도에서 파란불이 되니까 어서 발을 구르라고 재촉했다. 횡단보도에서 부모가 자전거를 타고 건너라고 가르치는 것이다. 자전거에서 내려 자전거를 끌고 건너라고 가르치는 부모를 거의 보지 못했다. 킥보드는 더하다. 아이들 킥보드는 횡단보도의 무법자이다. 그러나 그들을 제대로 가르치는 부모는 별로 없다. 그저 파란불에 손을 들게 하는 쌍팔년도 학습뿐이다. 


자동차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서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는 가장 중요한 기술은 자주 자전거에서 내려오는 것이다. 


보행자 횡단보도에서는 자전거에서 내려와 자전거를 끌고 건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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