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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Dec 18. 2020

나는 영어로 소통한다

영어 공부가 필요 없다면!


나는 영어로 소통한다

영어로 소통하는데 영어공부가 필요 없다면 어떨까?


디지털 드로잉 (iPad 7, adobe Fesco)


나는 인스타그램에 직접 그린 드로잉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한국사람이 아닌 외국인들도 내 인스타를 보고 있고 가끔 댓글도 달아준다. 고맙게도 내 피드에 관심을 가져주고 자주 댓글을 올려주는 소수이지만 반가운 외국인들도 생겼다. 나는 그들에게 답글을 달고 있다. 그 사람의 언어로 말이다. 


그렇다. 그 모든 소통은 번역 앱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번역 앱은 한국어를 해당 언어로 번역하는데 큰 무리가 없을 정도이다. 다른 언어는 몰라도 특히 영어는 내가 경험해본 바로는 쓸만했다. 그리고 그 성능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번역 앱을 사용하는 방법을 잠시 설명해 보겠다. 

나는 주로 아이패드로 인스타그램을 사용한다. (인스타그램 아이패드 앱은 아직도 없다) 물론 스마트폰에서도 똑같이 사용이 가능하다. 처음에는 독립된 번역 앱을 사용했다. 구글 번역 앱을 사용하는데 한글, 영어 번역에는 파파고 앱이 더 좋다는 평가가 많다. 그런데 지금은 네이버 스마트 키보드의 번역 기능을 사용한다. 답글 달 때 키보드에서 바로 번역할 수 있어서 여간 편리한 게 아니다. 그냥 키보드에서 번역 기능을 이용하면 끝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번역 앱의 번역에 아쉬운 점들이 존재한다. 좀 더 원활한 사용을 위해서는 사용하는 사람이 약간의 영어적 감각이 있어야 한다.


영어적 감각이라 함은 내가 지금 하는 한국적 표현이 영어적 표현으로 바뀔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최근에 인스타 피드에 올린 글을 예로 설명하겠다. 외국인들을 위해 한국어 글과 영어 글을 동시에 올리고 있다. 

"스럼프가 오고 있다. 나는 기꺼이 슬럼프에게 질 준비가 되어있다. 지는 것도 중요하다. 잘 지려면..." 

이런 글을 영어로 바꾸어야 했다. 아직까지 섬세한 뉘앙스나 정확한 느낌으로 앱이 번역해주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적절하게 표현을 바꾸어서 번역을 시켜야 한다. 중요한 것은 내가 하고 싶은 내용은 유지하면서 말이다. 나는 이렇게 바꾸었다. 

"슬럼프가 오고 있다. 환영한다"로 내용을 좀 수정했고 이 문장을 번역 앱으로 번역했다. "A slump is coming. Welcome." 많이 축약이 되었지만 내 의도는 전달된 것 같다. 


이제 영어공부의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외우고 예문을 외우는 방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한국말을 할 때의 사고와 외국어를 할 때의 사고를 알아야 한다. 번역에 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UN에서 대한민국 대표가 발표를 했다. 모두 발언에서 그는 "장내에 계신 귀빈 여러분과 각 국의 대표님들.. 어쩌고 저쩌고.. " 하며 긴~ 인사의 말을 했다. 이렇게 긴 한국어 인사말을 통역관은 어떻게 번역했을까? 

"good morning"


우리가 학교에서 그렇게 지겹게 배워온 영어는 전문가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 목적은 생활영어를 지향한다. 외국인과 기본적인 의사소통 정도면 목적에 부합한 것이다. 정말 전문적이고 외국어를 직업의 영역으로 확대하기를 원한다면 대학교와 그 밖의 개인 학습의 영역이다. 


번역 앱이 기본적인 생활 영어를 대체하는 순간이 가까이 왔다. 5년 정도면 모든 분야의 번역을 AI가 해낼 것이고 그 혜택이 나의 스마트폰 안의 앱으로 구현이 될 것이다.


아직도 전 직종에서 영어 시험은 사람을 뽑을 때 기본인 것 같다. 글로벌 인재를 뽑는다는 명분 아래 진짜 중요한 업무능력보다 영어실력을 우선시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전 국민의 영어 학습 과열 분위기는 여전하고 영어를 못하면 안 된다는 강박이 존재했다. 


이제 생활 회화 수준의 모든 외국어 사용은 번역 앱 하나로 가능하다. 전 국민을 영어의 압박으로 몰아넣는 시대는 끝나고 있다. 외국어 공부 대신 외국문화를 공부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외국문화를 알면 자연스럽게 그들이 어떻게 문장을 만들어내는지 그 원리와 사고방식을 알게 된다. 그 정도의 언어 지식만 가지고 있다면 결코 외국인과의 소통이 어렵지 않게 된 것이다.


그 언어를 쓰는 원어민들이 어떻게 사고하는지 간단히 살펴보자면,  동사 중심인 한국어는 "나는 음식을 잘한다."라고 말하지만 명사 중심의 영어는 "나는 훌륭한 요리사이다."라고 말한다고 한다. 이 정도의 지식만 가지고 있다면 번역 앱에서 번역을 실패할 확률이 아주 낮아진다.


SNS 속에서 일이지만 내가 외국인 친구가 생길 줄 정말 몰랐다. 난 지금도 "페이퍼(종이)"의 영어 스펠링이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요한 것은 용기이고 솔직함이다. 번역 앱의 내용이 어색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마지막에 번역 앱을 사용했다고 밝힐 때가 많이 있다. 처음에는 좀 창피했지만 오히려 상대방은 내 말의 내용을 더 잘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어떡할 건데?" 솔직히 스마트폰이 없을 경우가 몇 번이나 있을까? 전문적인 통역가나 번역가를 직업으로 할 경우라면 열심히 외국어 공부를 해야 하는 게 맞다. (AI가 대체할 직업 순위에 통, 번역가도 높은 순위에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맹목적으로 영어공부를 했다. 영어는 기본이라며 죽도록 공부했다. 자신의 전공분야보다 더 공부하는 모순도 보여주었다. 이제 변할 수밖에 없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지만 필요한 업무 능력만 월등하다면 영어를 못해도 큰 문제가 없는 시대가 바로 코앞이다.


SNS라는 좁은 세상 속에서도 대한민국이라는 울타리는 없어진 지 오래다. 불특정 다수의 외국인들과 나는 직접 접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어를 모른다고 무한한 소통의 기회를 날려버리지 말자. 번역 앱으로 간단한 대화가 가능하다. 번역 앱 사용이 불안하다면 번역 앱을 사용하고 있다고 알려주면 그들은 충분히 감안하고 받아들일 것이다. 영어로 대변되는 외국어 실력은 더 이상 대단한 기술이 아니다. 산수를 계산기가 대체하고 수학의 원리만 배우면 되듯이 영어도 그 많은 단어나 문법 등은 이제 AI에게 맡기면 된다. 우리는 외국 문화를 표용하는 자세와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용기를 가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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