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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Mar 04. 2024

도시 아파트, 장 서는 날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도시 아파트 단지마다 지정한 요일에 크고 작은 장이 서곤 합니다. 전에는 장이 크게 서는 아파트 단지를 부러워했던 적도 있습니다. 재래시장의 매력을 쉽게 맛볼 수 없는 도시 아파트 주민들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이죠.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도시 아파트, 장 서는 날

위의 그림은 동네 어느 아파트 근처에서 열린 장의 모습입니다. 월요일마다 열리는데 꽤 규모가 큰 장입니다. 월요일마다 일부러 외출해서 꽈배기 도넛을 사 먹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 꽈배기 도넛이 장에서 사라졌습니다. 몇몇 다른 장사들도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우리 동네 아파트 요일 장들이 예전만큼 활기차보이지 않습니다.


우리 집 가장 가까운 곳에서도 특정 요일에 또 다른 장이 섭니다. 그런데 어쩌면 그 장은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예전보다 장사가 안 되는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죠. 위기의 신호를 감지했던 순간은 닭강정 장사가 사라진 순간이었습니다. 망할 수 없는 "치킨"관련 장사를 접었다는 것은 그 시장의 위기임에 분명합니다. 


요즘 요일마다 서는 각각의 장에서 대표 장사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도시 아파트 요일 장들의 위기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그 시작은 아마도 팬데믹이었던 것 같습니다. 옛날 스타일의 시장을 좋아하던 단골들조차 온라인 장보기로 옮겨갔고 그 편리함에 눈을 뜬 것이죠. 


팬데믹이 끝났어도 등 돌린 손님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아파트 요일 장들의 대처도 안타까운 면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아직도 결제 시 현금 선호도가 높다는 것입니다. 계좌이체가 가능하지만 불편합니다. 큐알코드를 이용한 각종 페이 결제의 도입이 시급해 보입니다. 수수료의 압박이 있겠지만 현 상황이 위기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솔직히 판매 상품의 퀄리티는 온라인 상품과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가격은 온라인이 더 저렴한 것도 있습니다. 시장의 장점은 이제 "인간미"라는 모호한 가치를 빼고는 사라졌습니다. 


도시 아파트 사람들은 몇 발짝 걸어 나와 장 보는 것도 귀찮습니다. 스마트 폰으로 주문하고 내일 새벽 집 앞에 배달되는 시스템을 선호합니다. 이 시스템보다 더 큰 매력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아파트 요일 장은 점점 쇠락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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