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림한장이야기 Apr 19. 2024

만두 이야기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얼마 전 새로 생긴 동네 만두가게에 갔었습니다. 외관으로는 흔한 분식집처럼 보였죠.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새로운 세상이었습니다. 내부는 중국 본토의 음식점 모습이었습니다. 만두의 맛도 처음 경험하는 것이었죠. 향이 독특했습니다. 가게 주인분도 화교 같았습니다. 그때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만두가게 한 곳이 떠올랐습니다.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만두 이야기


옛날 어린 시절 가족들과 명동을 나가면 세 곳의 음식점들 중 한 곳은 꼭 들렸습니다. "영양센터", "장수갈비", 그리고 "취영루 만두집 (정확한 상호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영양센터는 전기구이 통닭집이고요. 장수갈비는 말 그대로 갈빗집입니다. 그리고 아래 그림과 비슷한 만두를 파는 가게가 취영루였습니다.

이 만두집의 만두는 지금 유행하는 만두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에서는 안이 비칠 만큼 피가 얇은 교자만두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시절 그 만두는 피가 두꺼운 동그란 보자기 모양의 만두였습니다. 속은 돼지고기로 가득 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만두의 두꺼운 피는 많이 숙성이 된 듯했고 약간 찐빵 같은 식감도 느껴졌었죠. 그 절묘한 만두피가 매력만점이었습니다. 


아직도 "영양센터"와 "장수갈비"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은데..(글을 쓰는 현시점 2024년 4월, 두 가게가 아직도 장사를 하는지 확신은 없습니다.) 만두가게 "취영루"는 명동에서 없어졌습니다. 


명동에 외출했다가 그 만두가게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았던 순간, 그 감정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막 슬픈 것도 아닌데 가슴이 먹먹해지는.. 객관적으로 더 맛있는 만두집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감정이 전우애라는 것일까요? 산전수전 같이 겪은듯한 기분... 


취영루 만두집은 다른 곳에 다른 이름으로 다시 차렸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났으니 주방장님의 제자가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명동의 그곳에서 느꼈던 그 정취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입니다. 


-TMI-

개인적으로 저는 고기만두 파입니다. 옛날 취영루의 단무지는 최고였습니다. 단무지도 비법 레시피가 있는 것일까요? 영양센터는 현재 삼계탕으로 더 유명한 것 같습니다. 전기구이 통닭은 어느새 골목마다 트럭에서 구워지고 있네요. 장수갈비는 매우 비쌌습니다. 그 갈비는 특이하게도 주방에서 다 구워져서 뜨거운 돌판 위에 올려져서 나왔죠. 갈비 구이가 너무 비싸서 대안으로 갈비탕으로 주문해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024 첫 야구관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