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영화 "조커", "마스크"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시점은 2024년 4월입니다. 올해 극장 개봉 영화들 중 주목할 영화로 조커의 속편 "조커: 폴리 아 되 (Joker: Folie a Deux)"가 있습니다. 조커 1편은 참 충격적인 영화였죠.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기도 했습니다. 조커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참으로 오만가지 감정이 들게 됩니다.
위의 왼쪽 그림은 조커가 분장을 하지 않은 아서 플렉일 때의 모습입니다. 원본 사진보다 좀 더 온화하게 그렸습니다. 그에게 병적인 웃음이 아닌 진짜 미소를 주고 싶었습니다. 오른쪽 그림은 그 유명한 계단 위에서 춤을 추는 모습입니다. 광대 분장을 하고 계단에서 춤을 추고 있는 그의 얼굴이 저는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아서 플렉의 분장을 지우고 조커라는 진짜 얼굴이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조커의 분장을 마스크라고 본다면 또 한 편의 영화 속 얼굴이 기억납니다. 영화 "마스크"의 주인공입니다. 마스크의 주인공은 마스크를 쓰면 자신의 욕망을 분출합니다. 마스크를 쓴 그의 얼굴은 너무나 행복해 보입니다. 뜬금없는 궁금증인데요. 마스크 재질이 무엇이길래 짐 캐리의 그 놀라운 표정들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었던 걸까요? 혹시 마스크 없이 얼굴에 초록색 칠만하고 연기를 한 것은 아니겠죠?
위의 그림을 그렸을 때 매우 만족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림의 주인공인 배우의 표정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림의 주인공은 "기타노 다케시"입니다. 한때 그는 일본을 대표하는 배우이자 감독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를 기억하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의 얼굴은 참 오묘합니다. 잔인한 야쿠자 영화를 만들어서 유명해지기도 했는데 잔인한 악당의 얼굴이 그의 표정에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심을 보여주는 코미디 영화에서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다가오죠. 한참 그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 표정 깊숙이에서 슬픔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그가 코미디언 출신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참 아이러니 합니다.
얼굴에 이야기가 서려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전에도 말했었지만 (예쁜 얼굴이 금방 질리는 이유) 나의 얼굴은 남과 구별되어야 합니다. 잘생긴 얼굴, 예쁜 얼굴들일 수록 그 구분이 어렵습니다. 그림으로 그려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죠. 예쁜 A와 B를 구별되게 그리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요.. 얼굴에서 이야기가 보이는 모델이 최고의 그림 대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