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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Jul 26. 2024

봉우리

내 안에 김민기의 노래가..

저는 "김민기"에 대해 잘 모릅니다. 그의 노래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 저는 진실을 외면하던 어른들에게 둘러싸여 자랐고 그들은 운동권이라면 욕부터 하곤 했죠. 그런 환경에서 김민기의 노래는 어린 저에게 운동권을 지칭하는 것으로만 각인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좋은 것은 가려지지 않는 법. 그의 노래가 내 안에 들어왔을 때를 잊지 못합니다. 저에게도 어려운 시절이 찾아왔었죠. 처음으로 길을 잃은 것 같은 두려움이었습니다. 그때 라디오에서 노래 하나가 흘러나왔습니다. "봉 우 리". 처음이었습니다. 노래 하나 때문에 눈물을 흘려본 것이요. 예술가 "김민기"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봉우리"의 가사로 대신합니다.

내 안에 김민기의 노래가..

봉우리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내가 전에 올라가 보았던 작은 봉우리 얘기 해줄까

봉우리

지금은 그냥 아주 작은 동산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때 난 그보다 더 큰 다른 산이 있다고는 생각지를 않았어

나한테는 그게 전부였거든

혼자였지

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 거야

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

얼마 남지는 않았는데

잊어버려

일단 무조건 올라보는 거야

봉우리에 올라서서 손을 흔드는 거야, 고함도 치면서

지금 힘든 것은 아무것도 아냐

저 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서 늘어지게 한숨 잘 텐데 뭐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저기 부러진 나무등걸에 걸터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작은 배들이 연기 뿜으며 가고

이봐

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

뒤돌아서서 고함치거나 손을 흔들어 댈 필요는 없어

난 바람에 나부끼는 자네 옷자락을 이 아래에서도

똑똑히 알아볼 수 있을 테니까 말야

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하면서

주저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지는 마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주겠지 뭐

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픔 같은 것이 저며올 때는

그럴 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

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구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 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 속의 좁게 난 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 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노래 "봉우리"는 MBC의 1984년 LA올림픽 다큐멘터리의 주제곡으로 김민기가 작사 작곡한 곡이라고 합니다. 그 당시 송지나 작가가 그 다큐멘터리 작가였는데 김민기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하죠. 김민기는 금메달 리스트 말고 메달을 못 딴 선수들을 이야기해 보면 어떻겠냐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다큐멘터리는 완성이 되었고 김민기가 그 주제가를 만들었는데 그 곡이 "봉우리"였던 것입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이 2024년 7월 26일 새벽입니다. 프랑스 올림픽의 개막일이기도 하네요. 메달이라는 봉우리는 고갯마루일 뿐 우리 모두 바다에서 하나로 화합하기를 바랍니다.


https://youtu.be/yyEOyD0FIEY?si=YdoH87-gJ460ivc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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