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여행으로 만드는 그림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은 11월 17일 늦은 밤입니다. 18일 새벽까지 이어질지도 모르겠네요.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이제는 낮에도 쌀쌀한 바람이 불면서 한기가 느껴집니다. 이렇게 추운 날에는 집 밖에 나가는 것을 싫어했는데, 야외에서 한 장이라도 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외출을 했습니다. 진짜 한파가 오기 전에 말이죠.
저는 거미를 싫어합니다. 아마도 각종 벌레들은 다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엄두도 못 냈던 벌레가 많은 장소를 접근할 수 있게 변했습니다. 다만 그 장소가 그림 그리기 좋은 핫 스폿이란 전제하에 가능한 일입니다.
벌레가 많은 여름철의 일입니다. 대부분 나무 그늘 밑 벤치에서 각종 벌레들이 출몰하는 시기입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벌레 같은 것은 저의 뇌 안에서 사라져 버립니다. 그렇게 한참 시간이 지나고 그림에 사인을 할 때쯤 손등을 타고 올라오는 거미를 발견하고 말았습니다. 소리는 지르지 않았지만 스프링처럼 자리에서 튀어 올라갔습니다. 그런 경험을 하고도 다른 산책날에 저는 그 자리에 다시 앉습니다. 그림 그리기 딱 좋은 장소이거든요.
날씨만 허락한다면 저는 매일 집 밖을 나가 "일상을 여행으로 만드는 그림"을 그립니다. 매일 집 밖을 나간다는 것 자체가 예전에는 제가 가장 싫어하는 행위였습니다.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저절로 싫어하는 것을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