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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Jan 19. 2021

삼성의 하드웨어, 애플의 소프트웨어

신기한 하드웨어, 안정된 소프트웨어

영화 매트릭스의 한 장면 (iPad7, adobe fresco)


삼성의 하드웨어, 애플의 소프트웨어


개인적으로 애플의 소프트웨어 파워를 더 높이 평가하고 있다. 또한 직접 애플의 디바이스를 사용하며 애플 생태계를 경험하고 있다. 반면 삼성을 필두로 하는 우리나라의 IT 관련 기업들을 평가할 때 제조업의 마인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낸 적이 있었다. 그런 관점이 크게 변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면 삼성이 의외로 선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패스트 팔로워의 막강한 2등 전략을 취해온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조금은 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삼성의 스마트폰들 중 폴더블 폰들은 거의 유일하게 양산형으로 보급된 제품일 것이다. LG의 롤러블 폰도 곧 나온다고 하니 대한민국의 기업들도 퍼스트 무버의 지위로 올라섰다고 말할 수 있겠다. (최초는 아니더라도 완성도 있는 제품을 비교적 먼저 내놓는 몇 안 되는 기업들이다.)


쉽게 말하자면, 나는 애플이 100이라면 삼성을 49 미만으로 평가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많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에서 하드웨어 발전을 이끄는 것은 아직도 삼성이다.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지구력과 기술력이다. 물론 애플이 폴더블이라든지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뒤늦게 발표하는 것이 못해서가 아니라, 완벽한 완성도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빨리빨리만 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니까.


그래도 무서운 속도로 변하는 첨단 IT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퀄리티를 보장하며 빨리 치고 나오는 것은 분명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의미로 애플 90, 삼성 70 정도로 재평가하고 싶다.)


애플의 하드웨어적인 디자인은 인내의 한계에 도달했다고 본다. 오죽했으면 애플의 광팬이었던 어떤 사람이 삼성의 두 번째 폴더블 스마트폰으로 넘어왔겠는가?! (대단한 사람 아니다. 그냥 좀 유명한 유튜버이다) 애플의 하드웨어 디자인도 나름 많은 변화와 혁신이 있었지만 고정된 직사각형의 틀을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 


언제부터인지 애플은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 새로운 기술이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완성도와 감성을 사로잡는 모습으로 "애플화"해서 출시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옛날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들고 세상에 없는 디바이스를 처음 소개하던 모습이 그리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들의 비판과는 달리 나는 애플이 혁신적인 모습이 없어졌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다만 그들은 이제 명품기업들처럼 품위와 퀄리티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그만큼 제품의 가격도 비싸고.. 


어쩌면 제조업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았던 삼성이 애플보다 혁신을 가속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삼성의 한계는 명확하다. 세상은 소프트웨어의 시대이다. 플랫폼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기업의 시대이다. 하드웨어의 혁신으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점점 그 끝에 다다르고 있다. 


삼성과 애플을 일대일로 비교하기 힘든 면이 많이 있다. 어쩌면 삼성이 더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이유도 있다. 그것은 너무나 많은 분야의 사업을 한다는 것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해서 삼성은 모든 것을 하고 있다. 우선 가전 시장의 꼭대기에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정점이다. 국내에서 삼성은 그 이름을 내걸지 않은 분야를 찾기 힘들 정도이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그 전방위적 영향력은 대단하다. 


갑자기 IT 시장이 사라진다고 한다면, 애플은 망하겠지만 삼성은 살아남을 것이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앱등이라고 놀릴 만큼 애플의 충성고객이었던 어떤 사람이 삼성의 폴더블 폰으로 갈아탔다는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어 글을 쓰게 되었다. 예전에는 하드웨어의 혁신을 맛보려면 이상하고 기괴한 디자인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인정할 만한 모양새로 혁신적인 하드웨어를 즐길 수 있다. 앞으로는 정말 종이처럼 얇게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나올 것이고, 홀로그램으로 디스플레이를 대체할 수도 있다. 


딱 지금이 보기에도 좋고 혁신적인 하드웨어의 시작 지점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때 삼성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 기업들은 승부수를 걸어야 할 것 같다. 결국 하드웨어의 혁신기술이 안정화가 될 쯤에는 막강한 자본력으로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좀 더 세련된 기술을 가지고 시장을 지배할 것이다. 지금 하드웨어 경쟁력을 발판으로 소프트웨어적인 역량도 반드시 겸비해야 나중에 살아남을 수 있다. 


얼마 전 사상 최초로 CES가 온라인으로 개최되었고, 대한민국의 삼성과 LG가 무시하지 못할 지분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좀 실망스러운 모습이었다. 혁신적인 하드웨어도 별다르게 나온 것 같지 않고,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하는 소프트웨어적인 역량도 지지부진해 보였다. 


하드웨어의 혁신과 발전은 가장 쉽게 따라잡을 수 있는 분야이다. 벌써 중국이나 신흥국의 기업들은 놀라운 하드웨어를 선보이고 있다. 다만 아직 내구성과 안정성을 담보해야 하는 양산화의 허들을 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바로 코앞에서 대기 중이다. 


애플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스마트폰을 왜 접어? 귀찮게.. " "롤러블? 고정된 사이즈가 내구성도 좋고 실용적이야.." 혁신적이고 창의적이라는 말의 다른 표현은 모험과 시도이다. 하드웨어 분야에 국한된다 하더라도 멋진 시도를 하기 바란다. 애플의 중독성 높은 생태계를 버리고 다른 생태계로 갈아탈 수 있는 다양하고 평준화된 수준의 IT세상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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