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여행으로 만드는 그림
지난 글 "청개구리 심보"에서도 밝혔지만, 저에게는 아직도 청개구리 심보가 남아있나 봅니다. 디지털 세상에 대해 사람들이 시큰둥할 때 저는 디지털을 예찬했었습니다. 정작 디지털이 세상을 장악하자 저는 다시 아날로그 세상을 기웃거리고 있네요.
펜과 종이를 사용하는 그림이 귀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림과 관련된 산업은 디지털 시스템으로 넘어간 지 오래되었습니다. 요즘 그림을 그린다는 어린 학생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디지털 도구를 챙깁니다. 저도 디지털 드로잉을 위해 시간을 많이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놈의 청개구리 심보가 또 튀어나오네요.
"모두가 디지털 그림을 그린다고? 그러면 난 아날로그 그림을 그려야지!"
제가 그림을 처음 그릴 때는 펜 드로잉, 아날로그로 시작했습니다. 곧 디지털 드로잉에 더 시간을 쏟게 되었고, 얼마 전까지 디지털 6 : 아날로그 4 정도의 비중이 되었죠. 그러다 지금은 그 비율이 역전해서 디지털 4 : 아날로그 6이 되었습니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저의 청개구리 심보가 결정적인 것 같습니다.
야외에 아이패드를 들고 나와서 디지털 드로잉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아이패드가 무거워서 펜과 노트를 휴대한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별다른 고민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때의 우연한 선택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상을 여행으로 만드는 그림"이란 이름에 아날로그가 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내 안의 청개구리가 갑자기 디지털 드로잉을 하라고 소리칠지도 모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