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와 펜 드로잉
세상은 에러 메시지들로 넘쳐납니다. 잘되던 컴퓨터가 아무 이유 없이 에러를 내뱉습니다. 스마트 폰으로 인증을 받아야 되는데 에러만 토해냅니다. 시스템 업데이트를 하라고 해서 했는데 여기저기서 에러 메시지가 솟구칩니다. 에러의 이유가 너무 복잡해서 고치기도 힘듭니다.
제가 손글씨와 펜 드로잉을 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장점을 발견했습니다. 손을 사용해서 펜으로 종이 위에 쓰는 시스템에서는 에러가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제가 글자를 잘 못쓰거나 그림의 선을 잘못 긋는 정도입니다. 종이가 모자라면 종이를 사면 되는 것이고 잉크가 모자라면 잉크를 채우면 될 뿐입니다. 저를 짜증 나게 할 것이 없습니다. 너무나 간단하고 간결합니다.
제가 사용했던 모든 디지털 시스템에서 에러 메시지를 마주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썼으며 짜증이 극한까지 올라갔던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어제 잘 되던 것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오늘은 에러 메시지를 내보냅니다. 수많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고 삶을 편하게 만들어주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에러 메시지를 보기 전까지의 상황입니다.
펜을 듭니다. 노트를 펼칩니다.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한 번도 에러 메시지를 본 경험이 없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들은 저의 글실력이고 그림 실력뿐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