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와 펜 드로잉
지금 하고 있는 일의 "다음 단계"를 생각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저에게는 지금이 그 순간 같습니다. 지난 글 "목적이 없는 그림 25"에서도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요즘 노트에 끄적거리는 내용도 이 화두에 관한 것들이 많아지네요. 결론 없는 생각들의 연속입니다.
오래 무엇인가를 계속하다가 다음 단계로 나간 사람들의 경우, 대부분 "수익화"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이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저의 고민은 그다음 단계가 꼭 수익화여야만 하는가?입니다. 물론 수익화를 안 할 이유도 딱히 찾지 못하겠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다음 단계로 갈만한 실력이 되는가? 란 질문이겠지요. 제가 그림을 그린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사건이었습니다. 그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시도가 어느덧 지금까지 흘러왔네요.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실력을 누가 판별할 수 있겠습니까? 이 또한 제가 결정하는 것이겠죠. 그동안의 경험으로 제가 믿는 것은 단 한 가지입니다. "시간의 힘"입니다.
제가 매일 꾸준히 하는 루틴의 신봉자가 된 것은 "시간의 힘"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쌓인 시간의 힘을 믿고 다음 단계로 가는 용기를 가져봅니다.
아무리 좋은 것도 변해야 합니다. 루틴을 신봉하지만 동시에 그 루틴에서 자유로워져야 진짜 경지에 다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루틴을 버리지 않겠지만 루틴에 대한 강박 때문에 다음 단계로 가는 길을 외면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제 그림 그릴 이유가 없으면 그리지 않는 날도 견뎌내고 싶습니다. 불편하지만 낯선 길을 걸을 때 다음 단계로 가는 옆문이 열릴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