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여행으로 만드는 그림
자유를 느낀다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축복받은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자유를 의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모순적이게도 자유 속에서 자유를 체감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당신이 자유롭다고 아무리 말해도 내가 느끼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지요.
누구도 저에게 뭐라고 하지 않는데 나를 옥죄는 답답함이 느껴졌었습니다. 눈치가 보이고 행동이 망설여졌습니다. 자유를 느끼지 못하는 저는 쉽게 불안하고 화가 났습니다.
어느 날, 평범한 하루... 산책을 나갑니다. 익숙하지만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길을 새로운 기분으로 걷습니다. 저의 걸음걸이는 느긋하고 여유롭습니다. "오늘은 이길로 가볼까?" 아무 이유 없이 마음 가는 대로 행선지를 잡습니다. 걷다가 벤치가 나오자 그냥 앉습니다. 다리가 아픈 것도 아니죠. 별로 오래 걷지도 않았거든요. 가방에서 펜과 노트를 꺼냅니다. 보이는 풍경을 그림에 담습니다. 특별히 멋진 풍경도 아닙니다. 그냥 하고 싶으니까 하는 것이죠. [일상을 여행으로 만드는 그림]이라고 스스로 명명한 행위의 전부입니다. 이 행위는 저에게 자유를 선사했습니다.
집 밖을 돌아다니며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저는 무한한 자유를 느낍니다. 그전에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경험입니다. 온전히 나의 통제하에 무엇인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듯한 기분, 육체와 정신이 모두 이완되고 깨어있는 상태. 자유라는 뜬구름이 잠시 실체를 보여줍니다.
벽 없는 감옥에 갇힌 것 같은 일상 속에서도 작은 자유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