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여행으로 만드는 그림
얼마 전에 아내와 이사에 대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때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습니다. 그 후 동네 산책길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문뜩 생각이 났습니다. 여기를 떠나면 어떤 마음일까?
예전에는 일상이 지겨웠습니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뭔가 특별하기를 기다렸습니다. 지금은 일상이 특별합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이 소중합니다. 듬직하게 저의 주위를 지키고 있는 일상도 영원하지 않음을 새삼 깨닫습니다. 일상도 끝이 있는 존재였습니다.
"이사"라는 작은 이벤트에도 일상은 흔들리고 끝이 나죠. (사실 이사가 작은 이벤트는 아니죠.) 매일 걷던 산책길과 그림으로 담았던 풍경들을 다시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소중한 일상은 의외로 쉽게 끝날 수 있습니다.
물론 설레는 새로운 일상이 저를 반갑게 맞이할 것입니다. 이사로 맞이하게 되는 새로운 일상은 한동안 특별한 날들로 포장되어 제 마음을 흔들어 놓겠죠. 특별함에서 보통이 되고 지루해지다가 소중한 나의 일상이 될 것입니다.
아! 아마도 이사는 최소 5년 이후의 일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니 100% 장담은 못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