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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2000개의 피드

천천히 꾸준하게

by 그림한장이야기


인스타그램 2000 피드 기념 그림 (iPad 7, Adobe Fresco)


인스타그램 2000개의 피드


인스타그램에 올린 그림이 2000개를 넘었다. 나의 첫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기 위해 스크롤을 계속 내렸는데 한참 걸렸다. 이렇게 뿌듯할 수가! 내가 만든 무엇이 이렇게 쌓여서 거대한 덩치를 이룬다는 것이 신기하다. 1000개의 피드 때도 그랬지만 2000개란 숫자도 참 기분이 좋다.


어떤 것을 계속하게 만드는 힘들 중에서 가장 강한 것은 그것을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누린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몸이 아파서 입맛이 떨어질 때 우리는 좋아하는 음식을 찾는다. 그런데 간혹 좋아하는 음식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마음이 지칠 때 기분을 전환해줄, 좋아하는 무엇이 있다는 것은 우리의 인생을 윤기 나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처음 그림을 그릴 때 느꼈던 흥분의 강도를 지금은 느낄 수 없지만. 그래도 그림을 그리는 그 순간 몰입이 되고 조금 더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직 자라나고 있다.


이제 나의 그림 그리기가 다음 단계로 진입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문제는 그다음 단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림으로 돈을 벌어볼까? 이런 유혹은 계속 나를 흔든다. 돈을 버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다. 각종 SNS의 정보를 보면 “취미 그림으로 월 1000만 원 벌기”, “N잡으로 성공하기”, “좋아하는 일로 경제적 자유 얻기” 등등 내 마음을 현혹하는 콘텐츠들이 넘쳐나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처음부터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그림을 선택하고, 그래서 그림 그리기를 훈련으로 여겼다면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는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지금의 나의 그림실력은 너무도 더딘 발전 속도이다. 효율적이지 못한 행동이다. 남들은 3개월 만에 협찬도 받고, 이모티콘으로 수익을 내고, 그림 강좌도 열었는데 나는 뭘 한 것인가? 라며 나의 현실을 너무 초라하게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림 그리기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뭔가를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과정 하나하나가 즐거워야 한다. 결코 결과를 미리 생각하고 달려가면 안 된다. 몇 개월에 걸쳐 조금밖에 발전하지 못한 나의 모습에 환호할 줄 알아야 한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목적만 가지고 행동을 실시한다. 대부분 오래 하지 못하는 것 같다. 목적지만 바라보고 달리다 보면 너무 멀어 보인다. 금방 지친다. 한발 한발 발끝을 보고,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며, 노래도 부르고 걷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른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농담 반 진심 반으로 더 나이가 들어서 그림으로 돈도 벌고 즐겁게 살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것을 꾸준히 하다 보니 돈도 벌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더 그럴듯한 스토리텔링이 아닐까?


나는 그림 그리기가 싫어지면 언제라도 그림 그리기를 안 할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뭔가 엄청난 것을 발견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다. “이제 나도 좋아하는 것으로 내 인생을 살 거야!”라며 비장한 각오로 임한다. 그러다가 찾았다고 확신했던 좋아하는 그 일이 싫어지면 자신을 탓하고 자신을 비하한다. 좋아하는 일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지금 좋아하는 그 일을 좀 더 꾸준히 해보자.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꾸준히 한다면 무엇이든 실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발전을 안 할 수가 없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어제의 자신과 비교하라는 명언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나의 인스타그램 첫 피드 (펜, 종이 드로잉)

위의 그림은 나의 첫 인스타그램 피드이다. 그때는 종이에 펜으로 드로잉 하는 아날로그 드로잉을 했었다. 그때와 지금의 그림이 많이 달라졌다. 발전인지는 모르겠는데 새로운 시도는 재미를 보장한다. 2019년이 벌써 많이 멀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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