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과 필요한 것 사이에서
적어도 내게는 ‘삼대가 덕을 쌓아야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이직으로 인해 처음으로 주말부부를 하게 된 소감이다.
가족을 사랑하지만 왕복 5시간, 420km의 출퇴근은 평범한 직장인에게 감당할 수 없는 거리였다. 물론 방법적인 면에서 몇 가지 계획을 준비했지만 경제적 부담과 체력을 고려하면 자취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가족과의 시간이 줄고 아내에게 육아의 부담을 전가하는 게 고민이었다. 근데 더 근원적인 부분에서 직업적 안정에 관한 부분이기에 고민의 여지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정적이라면 최소한 내 가족은 지킬 수 있으나, 불안정하면 아무것도 지킬 수 없지 않은가. 때론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 포기하거나 감수해야 할 몫이 있다. 나는 이제 그럴 나이가 됐다.
좋고 싫고로 결정하던 20대의 철부지 시절은 지났다. 지금은 필요한가 필요하지 않은 가가 더 중요한 삶의 기준이다. 일의 특성상 젊은 친구들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면 대부분 ‘호’와 ‘불호’의 가치로 판단했다.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고, 불편한 꼰대도 되고 싶지 않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언이랍시고 원하지 않았는데 아무 말이나 내뱉기보다 침묵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
몇 번의 자취를 해봤지만 이번에는 조금 길게 머무를 것 같다. 시간적 범위로 10년,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다.
낯선 도시에 겨우 내 한 몸을 눕히고 비바람을 피할 둥지를 마련했다. 내가 기혼자인지 미혼자인지 아이가 있는지 없는지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남는 게 시간이다. 덕분에 이렇게 하루나 이틀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며 지난 생각들과 기억들을 정리할 수 있게 됐다.
아무리 좋게 포장하려고 해도 밤마다 그리움에 사무치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곁에 있다는 게 너무 당연했는데 이제는 주말 시간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 때때로 주고받는 화상통화가 삶의 낙이고 주말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은 부풀어 오른다.
소중한 건 곁에서 멀어져야 알 수 있다는 당연한 진리. 그 당연한 진리를 깨닫기 위해서라도 주말부부는 필요한 일에 가까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