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떨려도 주먹은 앞으로

예측 불가한 경기

이번 대회는 같은 체육관에서 많은 사람들이 대회에 참가해서 든든하고 위안이 됐다.

시합 전에 게임도 하면서 긴장을 풀어 갔다.

그래도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이성을 마비시키고 평온을 집어삼키는 이 미칠 듯한 긴장은 언제쯤 사라질까.


떨림은 칭칭 감은 손 스트랩 안에 고이 접어 두고 울렁거림은 마우스피스를 꽉 물어 새어 나오지 않게 하고 온갖 잡생각은 헤드기어에 담아 날려 보냈다. 글러브에는 내 염원을 담아 원투를 뻗을 준비를 했다.


결승은 같은 체육관이지만 다른 지역 사람과 겨루게 되었다. 스파링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상대가 어떤지 감이 오지 않았다.

예선을 치르고 결승까지 가는 시간들이 고단했고 나는 녹초가 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대회 참가자들이 그런 과정을 겪는다. 직장을 다니면서 자신들의 일을 하며 복싱을 병행하고 대회까지 준비해서 나오는 건 숨이 벅찬 일이면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일이다.


나도 복싱을 시작하면서 ‘일과 복싱을 어떻게 균형 있게 할까’라는 고민을 했었다. 복싱은 노력이 결과로 나오는 운동이다. 내 신체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야근을 해서 체육관에 못 나가면 하루 빠졌다고 몸이 찌뿌둥했다.


복싱을 시작하면서 활력이 생겼고 그동안 내가 못했던 일들에 도전하게 만드는 용기를 주었다. 그래서 나는 복싱을 계속하고 싶다.


결승 링에 오르고 시작종이 울렸다.


글러브 터치를 하려고 했지만 이성이 마비된 상태여서 글러브 터치와 잽이 동시에 나가는 엉성한 모습이 돼 버렸다. 상대는 치고 빠지는 아웃복서였다. 열정도 있고 재빠르기도 해서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처음 잽을 날려 상대 얼굴에 들어갔고 상대는 빠지면서 내 주먹과 거리를 벌렸다. 나는 붙잡히면 주먹을 짧게 치며 대응하지 못한다. 주먹을 마구 휘둘러 복싱이 아닌 막싸움으로 변질되는 게 싫어서 경계했는데 상대방이 내가 파고드는 순간 클린치를 하고 붙잡는 바람에 훅도 아닌 스트레이트도 아닌 엉성한 각도로 꿀밤을 먹이는 자세로 상대 헤드기어를 마구 쳤다. 나중에 경기 영상을 보고 이불 킥할 게 분명하다.



나는 스텝이 꼬여 넘어졌고 다시 재빨리 일어서서 싸웠다. 두 번째 경기 때 넘어진 마음의 흉터가 지금 터지기 시작했다. 나는 지나간 경기에 대한 생각을 떨쳐 내고 일어섰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넘어지면 심판이 한 번은 경기를 멈추기 때문에 급하게 일어나 싸울 필요는 없고 심판의 지시 아래에서 숨 좀 고른 다음 다시 경기를 뛰면 된다.



흥분에 휩싸인 채 1라운드가 끝났고 세컨이 경기 운영에 대해 조언했다. 경기만 하면 나는 물속에서 잠수해 있는 것 같다. 물 밖으로 나가려 하지만 갇혀 있다. 수면 위로 일렁이는 사람들의 모습만 보이고 응원과 조언들이 들릴 듯 말 듯한다. 그러다가 종소리에 정신이 번뜩 든다.


두 번째 라운드가 시작됐다.

이번에는 좀 더 침착하게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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