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쓰러지지 않을 수 있을까

넘어지지 않기 위해 쌓아온 날들

나는 무리하게 살을 빼지 않기 위해 두 번째 대회 이후 체중을 그대로 유지했다.

55. 몸이 익숙해진 숫자였다. 식단을 조절하고 훈련이 끝난 뒤에도 작은 식습관 하나까지 신경 쓰며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관리했다. 이번만큼은 체중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았다.


대회 당일

체는 무사히 통과했다. 안도감이 밀려옴과 동시에 긴장은 여전했다. 이번 대회는 같은 체육관 관원들이 많이 출전을 했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대회가 열렸기 때문에 꼭 우승하고 싶었다.


점심은 순댓국을 먹었는데 국물만 먹고 순대를 조금 먹었다. 하지만 긴장을 한 탓에 갑자기 속이 뒤틀렸다. 명치가 아프고 식은땀도 났고 머리가 하얘졌다. 한 번 겪은 고통은 뇌에서 기억을 하고 있어서 같은 상황이 오면 패닉에 빠진다. 또 같은 상처를 겪고 싶지 않아서 정신을 다 잡았다.

그때 C코치님이 구세주처럼 등장해 내 등을 동네북처럼 두드리고 엄지와 검지 사이에 움푹 파인 곳을 무시무시한 악력으로 눌러 체기를 내려가게 했다. 몸이 찌그러지는 줄 알았지만 속이 풀려서 몸 상태가 괜찮아지게 됐다.


링 위에 오르기 전 체육관 사람들의 손을 모아 응원을 받았다. 조명이 나에게만 비치는 듯하고 사람들의 소리들이 점점 들리지 않게 되었다. 심장은 터질 듯 뛰었지만 뒤로 물러설 수 없기에 나는 앞으로 나갔다.

시작종이 울리자 나는 달려들었다. 상대방 잽이 눈앞에 스쳤고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고 곧장 반격을 했다. 잽, 스트레이트, 다시 잽. 뒤로 빠지면서도 주먹은 끊이지 않았다. 상대의 주먹이 또 날아오고 턱 앞을 바로 스쳤다. 상대 주먹이 회수되는 순간 바로 잽, 원투를 번개처럼 뻗어서 꽂았다.


상대도 포기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나는 호흡을 몰아쉬며 동시에 끊임없이 파도처럼 주먹을 냈다. 원투 빠지고 원투 잽 빠지고 원투, 원투원투로 경기를 풀어 나갔다. 상대는 넘어졌고 심판은 상대에게 카운터를 세며 시간을 주었고 상대방은 계속할 수 있다는 의사 표시를 했다. 경기는 다시 시작되었다.


숨이 목까지 차올라도 멈출 수 없다. 이 순간이 나를 증명하기 때문이다. 상대의 훅이 다시 크게 휘둘러졌지만 나는 백스텝으로 맞지 않았고 반 박자 빠른 잽을 꽂고 밀리는 대신 몰아붙였다. 체육관 분들의 함성이 벼락처럼 터졌다. 내 주먹은 더 거세지고 잽, 스트레이트, 원투. 상대의 어깨가 처지고 동작이 무너졌다. 상대는 뒤로 물러섰지만 이미 공간은 없었다. 링 바닥을 구르는 발소리와 글러브가 부딪히는 소리가 번갈아 울렸다. 내 귀에는 오직 심장 박동만이 울려 퍼졌고 맞추는 손끝마다 힘이 더해졌다. 상대의 몸이 크게 흔들렸고 그 순간 심판이 사이에 들어가 경기를 중단했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뒤로 물러섰다. 예전보다 주먹 내는 개수가 많아졌다.


심판이 내 손을 번쩍 들어 올리는 순간 숨이 막히듯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상대 선수와 짧게 포옹을 나눴다. 상대방 역시 끝까지 버텼음을 확인했다. 시야가 흐릿하게 번져 있었지만 링 위의 조명이 한층 더 눈부시게 느껴졌다. 링을 내려올 때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았다. 너무 달콤했다. 내가 지켜온 시간들이 증명된 듯했다. 아직도 귀에서는 환호가 잔향처럼 남아있고 몸속에는 아드레날린이 채워져 있었다. 결승으로 가는 티켓을 거머쥔 채 다음 경기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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