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영화로 뜨거운 마음을 가져보기
세 번째 대회를 준비하기 전
평소 입에 안 대던 과자를 먹고 탄산음료를 마시면서 일탈을 즐겼다. 끈적하고 달달구리한 양념과 감미료가 입에 들어오니 체중 감량의 의무는 저 멀리 제쳐두고 순간의 유혹에 빠져 유유자적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본 복싱 영화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복싱 영화가 아닌 것도 있음)
1. 백 엔의 사랑
32살의 주인공 이치코(안도 사쿠라)는 특별한 목표도 뚜렷한 일상도 없이 집에서 무기력하게 지내는 인물이다. 늘 가족에게 무시당하고 세상과도 어긋나 있는 듯한 삶을 살고 있다.
어느 날 작은 계기를 통해 집을 나와 100엔 샵(천냥마트 같은 곳)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다. 거기서 조금씩 사회와 마주하고 사람들과 부딪히며 자기만의 생활을 꾸려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우연히 알게 된 한 권투 선수와의 만남을 계기로 점점 “변화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기 되고 이후 이치코는 자신을 시험하는 새로운 도전에 발을 들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기 존재와 삶의 의미를 찾아간다.
링 위에서 자신만의 도전을 시작하고 아무것도 없는 무의미한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지로 삶을 붙잡아 나가는 이야기이다. 현실적인 요소가 강해서 영화를 보고 있으면 어느새 같이 주인공을 응원하게 된다.
"나는 언제까지나 패배자일 거라고 생각했어."
"그래도 이제는 싸워보고 싶어."
2. 판소리 복서
전도유망했던 복서 병구(엄태구)는 뇌손상 후유증으로 생긴 '펀치드렁크'때문에 선수 생활을 그만두게 된다.
병구는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판소리 복싱이라는 스타일을 만들어낸다. 체육관 사람들의 도움 속에서 병구는 다시 링에 서기 위한 도전을 시작한다. 패배한 인생 같아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다시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판소리에 맞춰 리듬을 타며 복싱을 하는 병구를 보고 감동도 느껴졌다.
"나는 늘 얻어맞아도 그래도 한 번은 내 식대로 서고 싶다."
"내 복싱은 판소리요, 장단을 맞추면 힘이 나는 거라."
3. 펀치레이디
13년 동안 격투기 챔피언 남편에게 가정폭력을 당하며 살아온 주부 하은(도지원)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느껴 공개적으로 남편에게 링에서 붙자고 선언한다.
세상에 알려지면서 하은은 실제로 남편과 링 위에서 싸우기 위해 훈련을 시작하게 된다.
운동 경험도 없는 평범한 주부이지만 주변의 시선과 자기 두려움을 이겨내며 존엄과 자유를 찾으려 싸움에 나선다.
"이제는 안 맞을 거예요. 이제는 내가 칠 거예요."
"사람들이 다 비웃어도 괜찮아. 이번에는 나를 위해 싸울 테니까."
4. 거칠마루
어릴 때 티비에서 방송하는걸 우연히 본 적이 있다. 복싱 영화라기보다 여러 무술을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인터넷 무술 동호회 사이트 '무림지존'에는 "거칠마루"라는 전설적인 고수가 있다.
어느 날 그가 공개적으로 대결을 받아들이겠다는 글을 올리는데 우슈, 택견, 복싱, 유도 등 각기 다른 무술 분야에서 실력 있는 여덟 명의 무술 고수들이 모이고 토너먼트 형식이나 서로 겨루는 과정을 거쳐 최후의 한 명이 거칠마루와 대결하는 영화이다. 와이어나 특수 효과 없이 현실감 있고 존재감 넘치는 무술을 보여주는 영화여서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무술은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니다. 살아남으려고 하는 거다."
5.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케이코(기이시 유키노)는 낮에는 호텔 청소부로 일하고 밤에는 복싱을 하면서 프로 경기를 준비한다. 그녀는 청각장애인이다. 귀가 안들리면 복싱하면서 불편할텐데 하면서 마음을 졸이면서 봤던 영화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삶까지 실화인지는 확실하지는 않다. 일반적인 말로 소통할 수 없는 삶 속에서 몸짓이나 눈빛, 리듬으로 복싱을 한다는 점에서 매력 있는 영화였다.
주위에서 걱정하는 말들과 체육관의 경영난으로 위기를 맞게 되고 케이코도 삶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을 한다. 케이코가 어떤 계기로 마음이 바뀌고 사람과의 관계도 어떻게 그려지는지 궁금한 영화이다.
"멈추고 싶을 때도 있지만 쉬는 것과 포기하는 건 다르니까."
"체육관은 내 두 번째 집이었어."
"복싱은 싸울 마음이 없으면 할 수가 없어. 싸울 마음이 사라지면 상대에게도 실례야. 위험하니까."
6. 파이터
미국 복싱 영화랑 이름이 같다.
이 영화는 진아(임성미)가 북한에서 한국으로 오면서 시작된다. 탈북 소녀 진아가 생계 유지하며 전전하다가 복싱 체육관 청소일을 하면서 복싱을 시작하게 된다. 진아에게 복싱은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삶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된다. 탈북민이라는 꼬리표로 냉혹한 현실과 마주하게 되고 계속 벽에 맞닿지만 진아는 포기하지 않고 훈련을 하고 대회를 나가게 된다.
"주먹질이라도 해야 숨이 쉬어져요."
7. 공무원공화국
러닝 타임은 약 17분 정도이다. 영주(최은화)는 복싱을 하고 싶어 하지만 가족은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가족들의 기대 속에서 공부를 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면서도 마음 한편에 복싱에 대한 열망을 놓지 못한다. 안정적인 삶과 자신의 꿈을 선택하는 상황에서 고민하는 영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록키, 밀리언달러베이비, 조본, 더파이팅, 카운트, 동경의 주먹, 크리드 등등 많은 복싱 영화가 있다. 영화를 보면서 공감도 가고 복싱에 대한 열망이 더 깊어질 수도 있다. 영화 속 인물들이 허구일지라도 그들의 고통과 투지는 현실 속 우리와 다르지 않다. 영화를 보고 나서 좋은 동기 부여도 되고 다시 링 위를 오를 용기를 준다. 영화 속에서도 현실 속에서도 우리의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오늘도 자신만의 링 위에서 승리를 거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