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복싱대회(3)

쓰라린 패배

시작종이 울리고 몸이 녹초가 되서 빨리 끝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원투를 뻗었지만 상대방한테 닿을 듯 말 듯했다. 상대는 치고 빠지고 주먹 연타도 좋았다.

내가 지나치게 흥분해 생각 없이 마구 주먹을 휘두르자 상대는 날 견제하며 백스텝으로 거리를 벌린 뒤 매섭게 주먹을 뻗어 가격하기 시작했다.


"흥분하지마!"


링 아래에서의 소리가 아득히 들렸지만 내 마음대로 몸이 가는 대로 이성을 잃고 내질렀다.

그러면 안 됐는데... 당황하니 첫 번째 경기 때의 모습이 드러났다.

흥분하는 것도 실력이고 턱을 맞은 것도 내가 턱을 들고 주먹을 냈기 때문이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기본기가 부족한 탓이다.


'분노와 흥분은 짧은 광기다. 그 흔적은 오래 남는다.'

'한 템포 쉴걸. 조금만 숨을 고르고 상대랑 거리를 넓혀서 전략적으로 해야 하는데. '

'이러면 안 되는데'


그러다가 다리에 힘도 풀리고 발이 꼬이고 얼굴을 내어주면서 그 자리에서 넘어지게 되었다.

넘어지면 바로 일어서서 싸워야 하는 줄 알고 재빨리 일어났는데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다. 패닉 상태를 견디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심판분이 카운터를 세고 있었고 링 아래에서는 안타까운 탄식과 괜찮다는 말이 들렸다. 나는 할 수 있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맞는 건 나였고 내 주먹은 상대에게 제대로 들어가지 못해 솜방망이 주먹이 되버렸다.


그렇게 경기가 끝났고 판정에서 내 손은 들리지 않았다. 완벽한 패배였다.머리 꼭대기까지 점령한 격노가 이성을 지배했고 쉽게 가라앉지 못했다.


링 아래로 내려오면서 머릿속에는 벌 수천 마리가 날아다녔다. 위로의 말이 한두 마디면 정신이 없어서 내가 기억도 못할 것 같았는데 열 마디 스무 마디 괜찮다고 말해주신 관장님 덕분에 가까스로 추스를 수 있었다.

내 실력을 다 꺼내지도 못했다. 그래서 더 안타까웠고 준우승에 만족하지 못했다. 차라리 빨리 패배를 겪어서 다행인 걸까. 준우승도 값지지만 난 우승이 하고 싶었다.


오늘 하루가 너무 길었다. 몸도 마음도 지쳤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Gilbert O'Sullivan 의 Alone Again 노래를 들었다. 갑자기 이 노래가 생각났다..


I cried and cried all day

저는 울고 또 울었어요.
Alone again, naturally

다시금 혼자네요. 당연하게.
Alone again, naturally


나는 패배의 기분을 마음껏 느껴보기로 한다. 다음에 이기면 된다. 그래도 지는 건 아프다. 그 상처가 금방 낫지는 않았지만 다음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또 부지런히 달려야 했다. 그치만 달리기 전에 충분히 쉬도록 하자. 너무 달리기만 해도 지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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