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Q 패배, 실패를 했을 때 어떻게 극복하죠?
A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으면 극복이 되는데 그 순간은 극복하는 힘이 약해서 그냥 시간에 맡깁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자신을 위해 토닥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경기장에 도착했다.
첫 경기보다 좀 더 규모가 크고 사람들도 많았다.
Y님이 멀리서 응원하러 와주었다. 고맙기도 하고 힘이 되었다.
두 경기가 있었고 첫 번째 경기는 일찍 시작되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저번처럼 달려들어서 무차별 공격이 아닌 상대가 어떤지 간도 보고 안 맞으려고 몸도 사리면서 주먹은 전보다 덜 내도 타이밍을 보면서 카운터도 쳐보고 돌진하는 상대를 피하면서 경기운영을 하려고 했다. 나중에 영상을 보니까 너무 방어 위주의 소심한 경기를 한 것 같고 주먹을 안내서 답답하기도 했다.
예선이 끝나고 연타 공격의 부족함을 느꼈다. 연속 공격보다는 안 맞고 점수를 내는 형식의 치고 빠지기만 연습하다 보니 맞으면 점수를 잃을까 봐에 대한 겁이 생기고 생각이 많아져서 한 번 뒤로 빠질 걸 두 번 빠져서 상대와의 거리가 좁히기가 힘들었다.
다음 경기까지 몇 시간 대기해야 한다.
배가 고파서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너무 많이 먹으면 탈이 날까 봐 감자튀김을 먹었는데 그게 화근이 되었다.
단기간에 체중을 뺀 적이 없으니 몸에 힘이 없기도 하고 정신력으로 버티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니 긴장하면 체력이 떨어지니까 최대한 아무 생각 안 하려고 했고 두 경기나 있으니까 초반에 힘을 너무 빼지 말자라고 전략도 세웠지만 나의 안일함과 방심으로 인해 경기를 하니 못하니 지경까지 이르게 됐다.
감자튀김을 먹고 급체를 했다. 나는 잘 체하기도 하고 체한 정도가 심해 응급실도 여러 번 갔었다. 몸상태는 급격히 나빠지고 영혼이 빠져나가 듯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다 게워내고 싶은데 그러지를 못하니 속은 더 울렁거렸다. 경기는 곧 시작인데 기권을 할 건지 말건지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나는 기권은 절대 안 한다며 고개를 가로저으며 명치를 움켜쥐고 몸을 잔뜩 웅크렸다. 고속버스를 탔는데 화장실이 너무 급하지만 고속도로 한복판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괴로운 상황에 닥친 것처럼 나는 뒤로 물러날 수도 없었다.
마음은 링 밖을 넘어 편하게 집에서 쉬고 있고 내 몸은 링 위에 있었다. 몸과 마음이 또 따로 놀기 시작했다. 나는 링 위에 서기 전, 마음을 다잡기 위해 내가 잘하는 강점이 뭔지 물어보았다. 근데 그 강점과 칭찬들이 귀에 들리지 않았다. 내 숨소리, 심장소리만 귀에서 윙윙거렸다.
지고 싶지 않은데 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기분이 뭔지 여러분은 아시나요..? 그 기분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데 발바닥에 뿌리가 박혀서 도저히 도망칠 수 없을 때요.
나는 부정했지만 스스로에 대한 희망 고문일 뿐이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부정의 냄새가 나를 괴롭혔다.
그런 혼란 속에서 경기는 시작됐고
나는 패배를 맛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