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어져도 다시, 앞으로

패배해도 다시 일어나는 법

프로 선수 경기는 3분 12라운드 동안 경기를 진행한다.

아마추어 선수 경기는 3분 3라운드

생활체육 경기는 2분 2라운드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생체 경기는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직접 경기를 뛰어보면 짧은 시간 내에 모든 걸 쏟아야 하니 일반인으로서 엄청난 체력 소모와 부담감이 동반한다. 경기를 준비하면 할수록 지도자와의 상호작용, 그에 맞는 지도도 필요하고 선수 자신의 체력 관리, 마음가짐이 중요함을 느꼈다. 이런 요소들은 경기 때만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필요한 것들이다. 타인과 신뢰와 마음을 주고받는 일, 상처를 받았지만 스스로 다독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깨우치게 된다.


패배하고 나서 어지러운 마음을 다 잡는 게 내게 큰 임무였다. 복싱 경기를 보면 턱을 맞고 다운당하는 경우가 있다. 턱을 맞든 슬립 다운이든 녹아웃을 당하든 한 번쯤은 링 위에서 넘어지는 선수들의 모습을 봤을 것이다. 심판이 10초를 세는 도중 다시 일어서서 경기를 재개하고 승리를 거머쥔 선수들도 많지만 그대로 일어나지 못하는 선수들도 많다.


유명한 복싱 선수 중 '비볼'이 '베테르비에프' 선수와 첫 경기에서 지고 몇 개월 후 리매치에서 승리를 했을 때

'로마첸코'와 '이노우에 나오야'가 안면을 허용하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상대에게 되갚아주었을 때

나는 그 선수들처럼 일어나서 되갚아주지는 못했다.

하지만 되갚지 못한 억울함보다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흘린 눈물과 땀, 미친 듯한 연습량이 떠올라 경외심을 느끼고 위로도 받았다. 또한 그 외에도 모든 프로선수, 아마추어 선수, 생체인들, 복싱을 배우는 많은 사람들 각자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고 다시 동기부여도 되었다.


내가 처음 두 발 자전거를 배웠을 때가 생각난다. 보조 바퀴를 떼버리고 자전거에 올랐던 어린 나는 꽤나 비장한 얼굴이었다. 뒤에서 잡아주지 않으면 중심을 잃어 넘어질 것만 같아서 아빠에게 손을 놓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제 안 잡는다? 혼자서 해봐야지."

"아니, 지금은 아닌 거 같아. 놓으면 안 돼"


그렇게 페달을 밟으며 달리다가 잠잠한걸 눈치채고 뒤를 돌아봤는데 아빠는 멀찍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도움없이 나 혼자 자전거를 탄 것이다. 보조 바퀴없이 앞으로 달려가는 내 모습을 지켜보는 아빠의 모습과 링으로 내보내는 세컨의 마음이 비슷했을까? 이에 자신감을 얻어 혼자서 자전거 페달을 밟고 앞으로 나갔고 직선으로 달리는 것은 되는데 유턴을 하자마자 그대로 바닥에 넘어져버렸다. 흙먼지가 나를 뒤덮었다. 그래도 나는 나를 지켜보고 응원해주는 아빠가 있었기에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서 자전거 핸들바를 꽉 잡고 오른쪽 페달을 세차게 앞으로 밀어내는 동시에 왼발 페달도 같이 밀어내어 앞으로 힘차게 달려나갔다.


"됐다!"

"네 발 자전거 졸업을 축하해"


그 날은 달달한 간식 보상이 있었다.


경기가 끝나고 지쳤지만 치킨이랑 피자, 짜장면, 탕수육까지 먹었다.

넘어지고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때로는 다시 못 일어날 것 같아도 결국은 스스로의 의지로 다시 일어나게 된다. '그로기'라는 단어가 있다. 심한 타격을 받아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거리는 것을 뜻한다.

아직은 그로기가 오지 않았지만 복싱을 계속 하고 일상을 살아가다보면 언젠가 복싱이 삶이 나를 그로기 상태로 몰아세울지도 모른다. 그럴 때 동굴에 숨고 깊은 잠에 빠질 수도 있다. 그래도 치킨을 먹고 피자를 먹고 웃으며 일상을 이어가듯 나는 또 일어날 것이다. 삶의 라운드는 계속되고 나는 여전히 페달을 밟고 앞으로 나가고 있으니까.


그리고 나는 세 번째 대회를 준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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