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복싱대회 (1)

마음과 몸의 불협화음

Q 두 번째 대회를 준비하면서 가장 두려웠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A '지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보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채 제자리일까'라는 불안이 더 컸습니다.


첫 승리의 여운이 은은하게 남아있을 무렵 두 번째 복싱 생체를 준비했다. 훈련을 해도 어딘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치고받는 뜨거운 스파링을 하기 어려웠고 스파링 파트너를 찾기 힘들었으며 보이지 않는 불합리에 정체된 답답함이 몰려왔다. 더이상 발전할 수 없다고 느껴지는 공허감을 애써 뿌리쳤다.


대회를 앞두고 있는데도 첫 번째 대회를 준비할 때처럼 패기가 샘솟지 않았다. 마음은 여전히 불타오르는데 몸이 받쳐주지 않았다. 천식이며 체력이며 자잘한 잔병치레가 겹치면서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몸과 정신이 따로 놀아 이번 대회는 왠지 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훅과 어퍼는 여전히 미흡했고 직선 공격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불안했다. 고만고만한 상대가 아닌 실력도 있고 사력을 다하는 진심인 상대와 스파링을 연습해야 이길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원래 약한 소리나 핑계를 대는 걸 싫어했다. 체육관에서 내 상태를 제대로 알리고 그에 맞게 대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나의 상황을 체육관 분들에게 공유하며 조언을 받기도 했다.


이번에도 -55kg 체급으로 나가야 했는데 살이 너무 찌는 바람에 2주 만에 6kg 정도 감량을 해야 했다.

갑작스러운 체중 감량이 부담됐었고 몸에는 힘이 없었고 마음에는 또 다른 짐이 쌓여갔다.

하루 한 끼 샐러드만 먹고 밤마다 배 속이 텅 빈 울림으로 가득했고 요동치던 허기를 이겨냈다. 체중계 숫자가 줄어들수록 힘도 같이 줄어들었다. 이때 처음으로 다이어트가 힘든 것이구나 뼈저리게 느꼈다. 패배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과 그래도 버텨야 한다는 의지로 내적 갈등이 생겼다.


대진표가 나왔고 결승에서 맞붙을 상대는 SNS에서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선수였다.

첫 대회가 숨쉬기 힘든 압박감에 짓눌렸다면 이번 경기는 마음에 블랙홀이 생겨 모든 긴장과 두려움마저 흡수했고 끝내 채워지지 않은 텅 빈 허전함과 적막의 연속이었다. 마음이 꺾이지 않도록 식단 조절도 하고 잠도 충분히 자고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감정을 잘 다스리면서 대회까지 꾸준히 무너지지 않게 연습을 하고 또 했다. 훈련을 하는 동안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상대방이 나보다 더 많은 땀을 흘리고 연습을 했다면 나를 이길 것이고 지금 하는 순간은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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