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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카 BeanCa Oct 19. 2024

스무 살 대학생의 혼자 유럽 여행 10일 차

행복이란 이런 걸까

 미리 말하면, 오늘 하루 행복 가득한 하루라서 글의 텐션이 높을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날씨가 좋아서 일단 기분 좋은 하루가 시작되었다. 후다닥 준비를 하고 어제 산 레몬쿠키 하나를 사서 길을 나섰다. 레몬쿠키 2개를 먹었는데, 상큼 달달하고 겉은 적당히 바스륵하고 안에 크림이 촉촉해서 맛있었다! 오늘의 메인 코스는 안덱스 수도원이다.

 안덱스 수도원에 가려면 마리엔 광장까지 가서 S8라인으로 갈아타서 50분 정도를 가야 하고, S8의 종점에서 내려서 또 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된다. 1시간 35분 정도 걸리는 역대 가장 긴 코스이다. S8을 타고 가는데, 뮌헨 시내를 벗어나자 지상으로 열차가 다니기 시작했다. 화창한 날씨에 청명한 하늘, 초록초록한 나무와 유럽 감성 낭낭한 집들이 마치 핀터레스트에 나오는 풍경 사진 같았다. 원래는 책을 읽으면서 가고 있었는데, 밖에 풍경이 예뻐서 밖을 바라보면서 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사람들이 하나둘 열차에서 나가기 시작했다. 분명 종점이 아닌데 뭐지..? 약간 우리나라의 성수 종점 그런 느낌인가..? 하고 있었는데 일단 따라 열차를 나갔다. 밖에 나가서 사람들을 따라 기다리고 있는데, 빨간색의 S8 열차와 푸른 하늘, 넓은 초록 들판까지 화보 속에 들어온 기분이 들어서 기다림이 즐거웠다. 그렇게 다음 기차를 기다려서 타고, 한 십 분을 더 가서 종점에 도착했다. 그런데 버스를 놓쳐서.. 30분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근처 카페라도 갈까 하다가 일단 옆에 큰 호수가 있길래 가보기로 했다.

 뮌헨에 온 둘째 날 간 호수는 추웠던 기억이 있어서 목도리까지 잘 둘러매고 갔는데, 날씨가 따뜻해서인지 호숫가도 춥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햇살이 내리쬐는 호수의 윤슬이 아름다웠다. 끝없이 펼쳐지는 호수와 호숫가에 드문드문 있는 귀여운 주택들, 윤슬이 반짝이는 물의 표면 그리고 유유자적 떠다니는 오리들까지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다웠다. ‘여유’라는 게 이런 건가 싶어서 가만히 20분 정도 앉아있다가 버스를 타러 갔다. 버스를 10분 정도 타고 들어가니 드디어 안덱스 수도원에 도착했다.

 도착하니 12시 반이 되었다. 작은 레몬쿠키 2개만 먹어 배가 고파 식당으로 먼저 갔다. 아이들도, 어르신들도, 혼자 온 사람도, 가족 단위 손님도 골고루 많았다. 음식은 주문 후 배식 시스템이었는데, 주문 줄도 길었다. 나는 검색을 통해 미리 메뉴를 정하고 와서, 슈바인바우흐라고 불리는 삼겹살 튀김 같은 음식, 코울슬로 그리고 작은 프레첼을 주문했다. 음식을 받고 맥주 코너로 가서 바이스비어(밀맥주)까지 주문하고 야외 자리로 가서 앉았다. 요리조리 사진도 찍고 고기부터 먹어봤는데, 짭짤하고 튀긴 부분은 바산하고 고기 부분은 촉촉해서 감격스러운 맛이었다. 그러고 딱 시원한 맥주를 한 모금 마시니까 인생 맥주였다. 밀맥주는 처음 마셔보는데, 일반 맥주보다 깔끔하고 넘김이 부드러웠다. 뒷맛도 쓰지 않고 시원했고, 탄산도 강한 편인데 너무 강하지도 않고 탄산까지 깔끔했다. 부담 없이 계속 들어가는 맛! 고기 먹고 맥주 마시고 다시 고기 먹고 코울슬로 먹고 하니까 금세 배가 불렀다.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수도원 구경을 나섰다. 예배당에 들어갔는데 마치 크리스마스 동화에 나오는 예배당처럼 벽화와 천장화 그리고 내부 배치가 아기자기하고 동시에 고풍스러웠다. 예배당을 감상하면서 20분 정도 앉아있다가 나와서 언덕 위로 조금 더 올라가니, 한적한 마을이 한눈에 보이는 장소가 있었다. 하얀 외벽과 붉은 계열의 지붕을 가진 집들, 중간중간 있는 나무와 밭,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까지 풍경화나 빌레로이 앤 보흐 접시에 그려져 있을 것만 같은 정말 ‘상상 속의 유럽’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서 벅차올랐다. 행복하고 평화롭고 매 순간이 힐링이었다. 한 10분을 가만히 서서 구경하다가 기념품 가게로 향했다. 집에 병따개가 없어 병맥주를 마시지 못해 병따개 하나, 그리고 병맥주 버전의 바이스비어 한 병을 사서 버스를 타러 걸어갔다. 여기서 약간의 위기가 있었는데, 시골동네로 들어와서 그런지 데이터가 터지지 않았다. 지도도 열리지 않아서 일단 내린 버스 정류장으로 갔다. 정류장에 다행히 S8 종점이 적힌 버스가 있길래 기다리다가, 버스가 도착하고 사람들이 우르르 타서 그대로 따라 탔다.

 이대로 돌아가기는 아쉬워서 호숫가도 다시 갔다가 아까 본 카페로 향했다. 동네 카페인데 사람이 많아 보이기도 했고, 마음에 드는 동네인 만큼 카페도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카페 야외 자리에 앉아서 카푸치노를 주문했는데, 독일에 와서 마신 카푸치노 중에서 가장 거품이 조화롭고 부드러웠다. 다음 일정이 또 있어서 오래 있지는 못하고, 커피만 마시고 기차역으로 향했다.

 마지막 일정은 쇼핑센터! 가방을 사고 싶어서 들렀다. 한국에서부터 고민한 자라플랩백이 아른거려서 자라부터 갔는데, 내가 찾는 느낌의 가방은 없었다. 이 가방으로 다른 나라도 가고 싶어서 소매치기 대비용 지퍼나 똑딱이가 있었으면 좋겠고, 보부상이라서 아이패드 11인치 정도가 들어가는 가방을 찾고 있었는데 마음에 드는 가방이 없어서 쇼핑몰을 한 바퀴 돌고, woolworth 가서 샐러드용 큰 접시 하나랑 음식물 처리용 망 하나를 사서 귀가했다. 오랜만에 집까지 걸어가고 싶어서 25분 정도 거리를 걷기 시작했는데, 딱 노을 지는 시간에 걸어가서 하늘이 아름다웠다.

 집에 도착했는데 왠지 모르게 문에 벌레가 너무 많이 붙어있었다. 하얀 진드기..? 같은 벌레도 있고 거미도 많았다. 거미는 안에도 1마리, 밖에도 2마리나 있었다. 일단 벌레랑 거미줄부터 싹 없애고 한국에서 베드버그 때문에 챙겨 온 비오킬을 왕창 살포했다. 이제.. 없겠지..? 쓰레기도 버리고 새로 산 그릇도 씻고 목도리가 잔뜩 묻은 코트도 테이프로 돌돌 정리했다. 샤워까지 깨끗하게 하고 글도 쓰고 시지프 신화 영상을 보려고 한다. 오늘도 도전했지만 너무 어려워서... 영상으로 먼저 이해하고 책을 내일 다시 도전하려고 한다! 아침 화창한 하늘부터 저녁노을까지, 호수부터 수도원까지, 삼겹살부터 맥주까지 행복으로 가득한 하루였다. 다음에 엄마나 친구가 오면 꼭 같이 가고 싶다:) 내일도 행복하게 놀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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