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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카 BeanCa Oct 20. 2024

스무 살 대학생의 혼자 유럽 여행 11일 차

혼자 놀기의 달인이 되어가다

 어젯밤에 어디를 갈까 열심히 알아보다가 갑자기 쇼핑이 하고 싶어서 가장 가까운 아울렛인 잉골슈타트 아울렛에 가보기로 정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2시간이 넘게 걸려 고민하다가 아울렛 셔틀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평일에는 10유로, 주말에는 20유로이다. 두 가지 승차 지점이 있는데, 나는 BMW Welt에서 탑승하는 것을 골라서 9:45분까지 가야 했다. 셔틀버스의 유일한 단점은 승차와 하차 시간이 하나뿐이라는 것인데, 혼자 쇼핑을 하기에는 시간이 충분할 것 같아서 주저 없이 선택했다.

 아침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9:40분에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45분이 되었는데 도착해 있는 버스가 없어 나와 같이 기다리는 것 같은 사람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알고 보니 대만에서 오신 분인데, 기다리는 동안 어디에 다녀왔는지, 어디가 맛집인지에 관한 가벼운 얘기도 하고 직업이나 관심 분야에 대한 얘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계속 버스가 오지 않았다. 어제 찾은 블로그 후기에도 15분 정도 늦는다는 얘기가 있어 무작정 기다리기 시작했다. 얘기도 하면서 기다렸는데 30분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날씨도 추워서 오들오들 떨면서 오긴 오는 건지, 언제까지 기다려야 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기다리다 못해 이메일 문의를 쓰고 있는데, 45분 정도가 지나고 버스가 왔다. ‘아, 이거 무조건 감기 걸리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버스에 타서 꿀잠에 들었다.

 한 시간 정도를 달려 아울렛에 도착했다. 버스 내부도 추웠기 때문에, 몸을 녹여야 쇼핑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거의 12시가 되어 배도 고파서, 미리 찾아놓은 카페로 향했다. 따뜻한 라떼와 샌드위치를 주문해서 멍하니 먹고 기운을 얻어서 쇼핑에 나섰다. 잉골슈타트 아울렛은 넓지 않았다. 끝에서 끝까지 걸으면 15분 정도..? 근데도 구경할 브랜드가 많아서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사고 싶었던 가방부터 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소매치기에 대비할 수 있으면서 예쁘고 큰 실용적인 가방을 찾으려고 했는데 다 하나씩 부족했다. 지퍼가 없거나, 크기가 작거나 너무 크거나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딱 마음에 드는 게 없었다. 가방을 보면서 옷도 같이 봤는데, 날씨가 추워서 따뜻한 후리스같은 옷을 찾다가 콜롬비아에서 비싸지 않고 따뜻해 보이는 옷을 찾았다. 그래도 한 바퀴를 둘러보고 싶어서 아울렛 전체를 쭉 돌아봤다. 중간에 버버리에서 너어무 예쁜 가방을 봐서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딱 깔끔하고 버버리의 체크포인트가 적당히 들어가고 크기도 적당하고 트렌디한 디자인의 가방이 있어서 정말정말 고민이 되었다. 고민을 안고 린트 초콜릿에 가서 올해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크리스마스 캘린더를 샀다. 내일 독일인 친구가 놀러 오기로 해서 친구한테 선물할 초콜릿도 하나 사서 아까 갔던 카페로 다시 향했다. 뭐를 살지 최종 결정도 하고, 엄마가 할머니 댁에 가셨다고 들어서 영상통화도 할 겸 카페에서 핫초코를 주문해서 앉았다. 영상통화를 하면서 3개의 가방 후보 중에 뭐를 살지, 버버리 가방을 살지, 후리스를 살지에 관한 얘기도 하고 근황 토크도 조금 하다가 다시 쇼핑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후리스만 사기로 정해서 옷을 사고, 마저 구경을 하고 셔틀버스로 향했다.

 오는 길에는 저녁 메뉴에 대한 고민도 하고, 시지프 신화 영상도 보고 잠도 잠깐 잤다. 도착하자마자 마트에 가서 고기랑 내일 친구 올 준비를 하면서 우유, 과자, 두부를 샀다. 집에 돌아와서 스테이크에 오일이랑 소금후추 뿌려놓고 또다시 등장한 거미 퇴치도 했다. 오늘 저녁의 컨셉은 보양이다. 감기 기운이 슬 있어서 미역국 블록에 누룽지를 넣어서 끓이고, 고기도 굽고 샐러드도 만들었다. 스테이크용이라고 적혀있고, 가격도 적당히 비싸ᆞ서 사온 고기였는데 냄새도 야악간 있고 질겼다. 그래서 오일을 조금 더 붓고 고기를 잘게 잘라서 볶듯이 굽고, 팬 잔열로 익히면서 조금조금씩 덜어서 따뜻하게 먹었더니 또 괜찮았다. 언니가 전에 소고기는 비싼 걸로 구워 먹으라고 그랬는데, 괜히 그런 말을 한 게 아니라는 것을 다시 알게 되었다. 내일부터 1박 2일 동안 독일 친구가 놀러 오고, 바로 다음날부터 2박 3일 동안 중학교 때부터 7년 지기 친구가 놀러 와서 코스도 조금 생각하고 내일 계획도 세우고 샤워도 하고 설거지도 해서 이제 글까지 쓰면 오늘 하루 일과는 끝이다. 시지프 신화 영상을 조금 더 보고 잠에 들려고 한다. 마음에 쏙 드는 가방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싶지만... 오늘 하루도 행복했다!     

<오늘의 소비>

외식(카페) 15.8 유로

식비(장 보기) 12.78유로

옷+초콜릿 43.98 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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