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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카 BeanCa Oct 21. 2024

스무 살 대학생의 혼자 유럽 여행 12일 차

내가 집주인이라니

 첫 손님이 오는 날이다>< 지난 학기 학교에서 만난 독일친구가 있는데, 1박 2일 놀러 오기로 했다. 그래서 오전 일과는 대체로 맞이 준비로 시작한다. 어젯밤에 찾아봤을 때 한인마트가 뮌헨에 딱 하나 있다고 해서 가봤다. 내일모레는 중학교 친구가 놀러 오는데, 너구리라면이 먹고 싶다고 해서 너구리 라면도 2개 사고, 백패커에서 본 카레볶음밥이 맛있어 보여서 카레 가루도 사고, 혹시 몰라 작은 햇반도 하나 사서 풍족하게 다음 코스로 향했다. 다음 코스로 가는 길에 자라가 보여서 홀린 듯이 들어갔다. 찾아 헤매던 플립백!! 이 보였는데 막상 보니까 갈망이 사라졌다... 그래서 한참 고민하다 그냥 나왔다. 이럴거면 왜 그렇게 찾은 거지 싶지만 일단 지출을 줄이는 데는 성공했다.

 다음 코스는 카페이다. 브런치를 먹으러 카페로 향했다. 찾아본 브런치 카페 중에서 가장 메뉴가 많고, 전문적인 브런치카페 같아서 가고 싶었다. 12시 전에 도착했는데도 자리가 없었다. 다행히 혼자 가서 넓은 테이블에 하나 남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특이하게 ‘뉴욕’이라는 이름의 메뉴와 따뜻한 라떼를 주문했다. ‘뉴욕’은 아보카도 스프레드가 올라간 사워도우와 비트로 만들 피클, 계란프라이 그리고 루꼴라가 나왔다. 한국에서도 많이 보이던 브런치 스타일인데 뮌헨에서 보니까 왠지 더 반가웠다. 시지프 신화를 읽어야 할 기한이 다가오는데 이해가 너무 어려워서 벼락치기로 영상을 먼저 보면서 예습하고 책을 읽으려고 밥 먹으면서 영상을 쭉 봤다. 설명하시는 내용을 듣는데도 이해가 어려워서 알베르 카뮈는 정말 심오한 고찰을 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브런치는 예상한 그대로 깔끔하게 맛있었고, 커피도 부드러웠는데 주인 분이 너무 친절하셔서 또 오고 싶은 카페였다.

 카페에서 나와 향한 곳은 Woolworth! 모든 종류의 물건을 다 파는 놀라운 곳이다. 친구가 놀러 오는데 마땅한 베개가 없어서 베개, 그리고 수건을 사러 갔다. 청소용 물티슈도 있어서 같이 집어서 귀가했다. 근데 알고 보니까 수건 규격을 모르고 사서 너무 작은 걸로.. 사버렸다.... 그러고는 DM도 갔는데 벌써 떨어져 가는 헤어팩과 화장실 청소용 스프레이를 샀다.

 외출의 마지막 코스는 장보기! 손님맞이용으로 과일도 사고, 아침으로 먹거나 사과랑 먹을 땅콩버터도 샀다. 계란말이용 계란과 불고기용 돼지고기까지 샀다. 불고기를 해외에서 만들어보는 게 처음이라 부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처음에는 정육점에 갔는데 썰어주는 게 불가능하다고 해서 마트로 갔다. 마트에서도 얇은 고기가 없어서 그나마 얇아 보이는 Minutensteak로 골랐다. 그런데 옆을 보니 소 버전의 Minutensteak도 있어서 둘 중에서 고민하다가 어제 소로 실패했으니 오늘 돼지로 야심 차게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러게 양손 무겁게 귀가해서는 청소를 시작했다.

 사온 수건을 포함한 빨래부터 돌리고, 돌아와서 고기부터 재워놨다. 양념장을 미리 사서 재워놓으니까 수월했다. 화장실도 청소하고, 여기저기 먼지도 닦으니 빨래가 끝날 시간이 되었다. 빨래까지 널어놓으니 청소는 끝이 났다.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남아서 시지프 신화 책을 마저 읽었다. 그 덕분에 어느새 60%의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내일 90%까지 완성하는 게 목표이다.

 대망의 식사 준비 시간! 친구 마중 나가기 30분 전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계란 풀고 물 넣고 소금후추 넣어서 계란말이부터 만들고, 그동안 햇반을 물에 넣고 끓였다. 다음으로는 재워놓은 고기를 하나씩 올리고 굽는 동안 냄비를 씻어 미소 된장국을 풀었다. 그러고 고기를 자르니 어느새 나갈 시간이 되었다. 불을 최대한 약하게 올려놓고 역으로 친구를 마중 나갔다. 한 4달 만에 친구를 만니 정말 반가웠다. 꿈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익숙하기도 했다. 올려놓은 국이 걱정되어 잽싸게 집으로 왔다. 밥도 덜고 국도 덜어 저녁 식사를 완성했다.

 계란말이가 맛있었고, 고기는 예상보다 퍽퍽했다. 그래도 양념이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먹을만했다. 내일모레 친구가 왔을 때 불고기를 하려고 했는데, 계획을 수정해 봐야겠다... 국도 맛있어서 나름 성공적이었다. 쉴 틈 없이 밀린 수다들 떨면서 밥도 배부르게 다 먹었다. 설거지를 하고, 세수양치를 하고 2차전이 시작되었다. 친구가 술을 즐기지 않아 정말 물만 떠놓고 밤 12시 반까지 대화를 계속했다. 독일 얘기, 한국 얘기, 친구들 얘기, 연애 얘기 등등 수많은 주제로 끊김 없이 얘기를 하고는 내일을 기약하며 잠에 들기로 했다. 친구가 놀러 와도 하루하루 기록은 빼먹고 싶지가 않아서 열심히 글을 쓰는 중이다.

 행복한 하루하루인데, 요즘 먼지가 많아서 그런지 낯선 환경이라서 그런지 건강 문제가 조금씩 생기고 있다. 원래는 가벼운 감기기운이 있었는데 갑자기 오른쪽 눈이 꽤 심하게 충혈되었다. 일단 당분간은 안경을 쓰고 살아봐야겠다. 감기기운도 콧물감기로 시작하려는지 코가 다 막혔는데, 입으로 숨을 쉬면 목도 아파져서 문제다. 외국에서 혼자 지내는데 금방 괜찮아지면 좋겠다.      

<오늘의 지출>

장보기 26.2 유로

생필품 21.65유로

식비 17.4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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