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진 휴식일, 시작은 쳐졌지만 행복하게 마무리한 하루
오늘은 쉬는 날이다. 사실 어제도 쉬긴 했지만.. 오늘은 딱히 밖에 나갈 계획도 없고 내 기준 꾸밈의 정도인 렌즈도 끼지 않는 날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24시간 단식을 도전하는 날이다. 어제 마지막으로 먹은 아이스크림을 6시 전에 먹었기 때문에 오늘 6시에 딱 저녁을 먹으면서 24시간 단식에 성공하는 게 목표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할 일은 크게 4개다. 냉장고가 더러워서 뭐를 넣기가 망설여졌는데, 어제 산 키친타월로 냉장고를 한 전 닦을 것이다. 그리고 저녁에 먹을 고기를 사러 마트에 한 번 가고 할 일에 포함시켜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공원 산책하기, 쇼핑센터 가서 깔끔한 꾸밈용? 가방을 고르는 것이다. 적고 보니 느긋하고 나름 할 일이 있는 것 같아서 좋긴 하다. 남는 시간에는 책도 읽고 심심하면 영화도 보고 그럴 예정이다. 요즘 읽고 있는 책은 시지프 신화이다. 친구들과 도전하기로 해서 읽고 있는데, 정말이지 눈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게 문제다. 그래도 오늘 30% 정도를 읽고 싶다.
여유로운 날이기도 하고, 어제 작가 승인을 받은 만큼 브런치에 대해 잠깐 적어보려고 한다. 이번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가장 고민된 부분 중 하나가 ‘의미’였다. 의미에 너무 집착하는 것 같지만,, 뚜렷한 계획이 있는 것도, 들을 수업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그냥 갔다가 맨날 집에만 있고 늘어질까봐 걱정이 되었다. 유럽은 밤에 일찍 들어와야 되니까 8시에 들어와도 하루가 4시간이나 남는다. 샤워하고 그래도 3시간이나 남는데, 이 시간 동안 계속 쇼츠, 릴스만 볼까봐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강제로라도 할 일을 만들고 싶었다. 책 읽기, CNN 보기 등은 강제성이 없어서 내 성격으로 작심삼일이 될 것 같아서 강제성이 있는 일을 찾다가 브이로그나 글쓰기를 생각했다. 한국에 있을 때까지는 쇼츠를 하루하루 편집해서 올릴까 싶어서 마이크도 사 왔는데, 막상 비슷한 유튜브들이 너무 많고, 쇼츠에 나오는 꾸민 생활보다는 솔직하고 싶고, 60초는 너무 짧은데 브이로그는 너무 본격적이어서 고민이 되었다. 결국 경유하는 아부다비 공항에서 글쓰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글을 쓰기에 브런치 플랫폼이 가장 적합할 것 같아 무작정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살면서 글을 잘 쓴다는 비슷한 말도 들어본 적이 없어서 지금도 걱정이 되지만, ‘기록’에 의미를 두니까 마음이 편해졌다. 처음에는 무턱대고 작가 신청부터 했다가, 저장된 글이 있어야 한다는 말에 써놓은 글 하나를 업로드해서 신청했다. 그러고는 30분 만에 ‘내가 뭐라고 저 글 달랑 하나 보냈을까’ 싶어서 취소하고, 한 일주일을 더 써보고 다시 신청했다. 금요일 저녁(한국 시간으로는 토요일)에 신청해서 까먹고 있다가 어제 메일함에 들어가 합격 메일을 봤을 때는 말 그대로 어안이 벙벙했다. ‘내가..? 왜지..? 오..?’ 이런 온갖 의문이 다 들었고, 동시에 행복했다. 그리고 수상소감에 나오는, 식상한 말이라고 생각했던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정말 들었다. 작가 승인을 받으니까 더 책임감이 생기고 하루하루 올리고 싶달까? 아직까지도 형식도 없고 횡설수설한 글이지만 이왕 시작한 글인 만큼 더 부지런하게 써보려고 한다! (브런치 심사하신 분들 감사합니다♡)
빨래를 하고 냉장고도 청소하고 산책도 잠깐 하고 책도 읽었다! 시지프 신화를 다시 도전했다가 10분 만에 포기.. 하긴 했지만...(시지프 신화 어떻게 읽는 건데...) 그리고 엄마랑 전화도 했는데! 뭔가 아무것도 안 하는 하루였는데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기는 약간 눈치 보였다. 뭔가 여기까지 와서 노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이것저것 하는 척, 바쁜 척을 하게 되었다. 근데 엄마는 혼자 간 내가 외롭거나 심심할까봐 걱정하셔서 약간 머쓱했다. 엄마랑 전화를 하고는 장바구니를 챙겨서 장을 보러 마트로 향했다. 고기랑 샐러드 채소, 소스 그리고 고기를 사서 파스타나 라면이랑 같이 먹으려고 했다. 샐러드 채소가 신선해 보이지 않아 고민을 하는데.. 옥토버페스트에 같이 간 한국인 언니를 만났다. 요즘 사람을 만나고 싶었어서 반가웠다. 그리고 더 반갑게도, 언니가 저녁을 만들어먹을 건데 같이 먹자고 얘기를 해줬다. 된장찌개를 끓인다고!! 한식도 먹고 싶고, 사람도 그리웠던 순간이라서 갑자기 행복해졌다. 그렇게 마트에서 두부를 사고, 계란말이를 만들려고 달걀도 사고 계획대로 샐러드 채소와 소스도 샀다. 하나 사놓은 과자가 떨어져 가서 행복하게 레몬 과자도 하나 사서 귀가했다. 언니가 언니 집에서 된장찌개를 끓여서 가지고 온다고 그래서, 나는 그동안 내 집에서 계란말이를 하고 소세지도 같이 굽고 샐러드도 만들었다. 그리고 한 15분 집도 정리하면서 기다렸더니 언니가 도착했다! 된장찌개와 밥, 계란말이와 소세지, 김 그리고 샐러드까지! 야무진 한 상을 완성해서 먹으니까 정말 맛있었다. 오늘 하루 별 일이 없어 심심하기도, 아주 조금 다운되기도 했는데 하루의 행복한 마무리 같다. 맛있는 한식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니까 외로움도 없어지고 한국도 덜 그리워지는 것 같다.
언니가 가고 설거지도 하고 글도 마저 쓰고 있다. 이제 내일의 일정을 계획해보려고 하는데, 밤부터 갑자기 비가 와서 계획을 2개로 세워야 될 것 같다. 내일은 오랜만에 아침 먹을 재료가 든든하게 있어서 밥부터 맛있게 먹고 나가보려고 한다. 내일도 재미난 하루를 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