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도 좋고 기분도 좋고
여유로운 하루의 시작이다. 자기 전에 식수 때문에 고민하고 찾아봤는데 결국 마트에서 사서 가지고 오기로 결정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마트를 왕복하면서 물을 18리터를 사 왔다. 어제가 일요일인데 물이 얼마 남지 않아 불안했기 때문에... 미리 왕창 일주일치를 사놨다. 그러고는 오늘 집주인이 잠깐 가구를 가지러 온다고 해서 기다려서 가구를 전해주고! 집을 나섰다. 첫 목적지는 어제 간 카페였다. 아사이볼이 유명한 카페인데, 어제 배불러서 커피만 마신 카페에 갔다. 커피가 따숩고 맛있기도 했고, 가게 분위기도 아기자기하고 한국에서도 아사이볼을 좋아해서 가서 점심을 먹기로 정했다. 지하철을 타고 10분 가서 15분 걸어가면 있는 카페인데, 할머니랑 전화하면서 걸어가니 15분이 금방 갔다. 가게에 도착해서 망고와 피넛버터를 추가한 아사이볼을 주문했다. 망고 추가가 1유로였는데 생망고가 나와서 1차 감동을 받고, 과일 추가가 1유로인데 피넛버터가 2유로라서 의아했는데 푸짐하게 나온 피넛버터에 2차 감동..! 먹어보니 적당히 시원하고, 오크베리보다 덜 달아서 좋았다. 뮤즐리도 바삭하게 맛있고, 상큼한 망고와 달달한 바나나, 고소한 피넛버터 그리고 베이스인 아사이베리가 조화로웠다. 진짜 아사이볼에 피넛버터 추가 필수!!!! ebook도 조금 읽고, 노래 들으면서 멍도 때리면서 시간을 보내다 졸려서 다음 카페로 이동했다. 한국에서도 카페를 좋아해서 카페투어를 자주 했는데 독일에서도 카페투어를 하니까 신기했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책을 읽는데 항상 카페에 간 친구가 없어서 쓸쓸하기도 했다.
다음 코스는 Tea와 케이크를 파는 카페! 어제 미술관으로 걸어가면서 본 카페인데, 케이크 리뷰가 너무 좋아서 오지 않을 수 없었다. Tea house였지만 졸려서 카푸치노를 주문하고, 하나같이 맛있어 보였던 케이크 진열장에서 당근 파인애플 케이크도 주문했다. 비교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케이크 진열장에 케이크가 거의 꽉 채워져 있었는데, 종류도 많고 다 맛있어 보였다. 사람도 많지 않고 주인 분도 스윗하셨다. 케이크와 커피, 그리고 물 한 잔도 같이 주셨는데 손이 2개라서 못 들고 가니까 카운터에서 빙 돌아 나와서 물을 테이블까지 가져다주셨다! 자리에 앉아서 먹어본 케이크는 감동이었다. 파인애플도 통으로 큼직하게 들어가 있고, 당근도 적당한 크기로 들어가 있고 건포도로 추정되는 베리의 달달함과 호두의 고소함이 잘 어울렸다. 크림치즈가 두꺼운 편이었는데 파인애플이 들어가서 그런지 느끼하지 않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여기 아무래도 또 다른 최애 카페가 될 것 같다. 모든 케이크를 도장 깨기하고 싶은 맛! 여기서도 여유롭게 책도 읽고 엄마랑 전화도 하고 그랬다. 카페에 있는데 갑자기 엄마랑 전화를 하게 되어서 거의 ASMR로 전화를 했다. 유선이어폰이 있어서 ASMR 유튜버 분들처럼 입에 대고 소곤소곤 전화를 했다. 주된 내용은 여행 계획 세우기! 엄마가 11월 말에 놀러 오기로 해서 어디에 갈지를 얘기해 봤다. 책도 마저 읽다가 슬 루즈해져서 공원으로 향했다.
독일에 오면서 가장 기대한 장소인 영국정원에 갔다. 잠깐 독일어를 배웠을 때 잉글리쉬 가르텐(맞는 발음인지 헷갈린다...)이 예문에 많이 나오기도 했고, 언니도 많이 추천해 줘서 꼭 오고 싶었다. 카페에서 20분 거리였는데 소화도 시킬 겸 걸어갔다. 영국정원에 들어가자마자 보인 것은 작은 호수와 오리들이었다. 그리고 동물에 관한 지식이 없어 확실하지는 않지만 백조처럼 보이는.. 동물도 있었다. 따사로운 햇살에 낙엽이 아주 살짝 보이는 초록초록한 풍경, 그리고 귀여운 동물 친구들이 보이는 내 눈앞의 광경이 힐링이라서 떠날 수 없었다. 결국 옆에 벤치에 앉아서 20분 정도 멍을 때리다가 다음 코스로 향했다. 영국정원의 시작 부분?에서 사람들이 서핑을 하고, 서핑을 구경하는 곳이 있다길래 가봤다. 오늘이 내가 유럽에 있는 동안 볼 가장 좋은 날씨일 것 같아서 설레는 마음으로 걸어갔는데 눈앞에 예상보다도 더 예쁜 광경이 펼쳐졌다. 파도가 있는 곳에서 서퍼복을 입은 사람들은 서핑을 하고, 많은 사람들이 구경을 하고 있었다. 취미로 서핑을 하시는 분들이 서핑을 하고 계셨는데, 취미와 도전을 즐기는 사람들이 빛나 보였고, 그분들의 진지한 표정과 행복한 웃음 그리고 넘어져 물에 휩쓸려 가도 다시 나와서 다음 서핑에 도전하는 모습이 멋있고 응원하고 싶어서 한 40분을 행복하게 바라봤다.
그러다가 시간이 늦어질 것 같아서 마지막 코스인 아시안마트로 향했다. 7시 이후에는 먹지 말자는 나만의 작은 규칙이 있었는데, 집에 가면 아무래도 7시가 넘을 것 같아서 고민을 하다가 요거트 아이스크림집이 보여서 홀릴 듯이 들어갔다. 한국에서도 요아정을 사랑하고, 싱가포르에 여행 갔을 때도 llaollao를 사랑했기 때문에 독일의 요거트 아이스크림도 먹고 싶었다. mini size에 토핑 2개 있는 게 5.5유로였지만,, 한국에서도 요아정은 비싸니까 한 번 주문해 봤다. 토핑은 초코시럽과 블루베리로 해봤는데 역시 요거트 아이스크림에 초코와 과일은 실패 없는 조합이었다. mini 컵도 양이 많아서 꽤나 배부르게 먹었고, 여기는 특이하게 스푼이 초코 과자로 되어있었다. 그래서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반 정도는 아작아작 먹었다.
한 30분을 걸어 아시안마트로 향했다. 여행을 오기 직전에 발목을 약간 다쳐서 아직 발목이 멀쩡하지는 않지만 주변의 카페나 맛집, 거리의 분위기 그리고 사람들을 구경할 겸 걸어가는 것을 좋아해 뽈뽈뽈 걸어갔다. 내가 걸어간 거리도 꽤나 번화가인지 사람도 상점도 카페도 많았다. 자라에 들어가서 사려고 했던 가방이 있는지, 마음에 드는 아우터가 있는지 슥 봐주고 또 걸어서 고아시아에 도착했다. 지금까지 아시안마트 세 군데를 갔는데, 여기가 가장 크고 정리도 잘 되어있고 깔끔한 것 같다. 햇반도 있고!! 햇반 4개와 라면 4개를 사서 나와 옆 REWE로 향했다. 내일 먹을 고기와 비축해 놓을 소세지를 사러 갔는데 고기는 대용량만 있어서 소세지, 그리고 우연히 발견한 키친타월을 사서 귀가했다. 생각보다 늦게 들어와서 샤워하고 글도 쓰고 스트레칭을 하고 자려고 한다.
이렇게 오늘 하루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했다. 따뜻하고 화창했던 날씨부터 카페, 산책 그리고 쇼핑까지! 작은 행복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정말 정말 큰 행복이 된 하루였다. 내일은 별다른 일정이 없어서 24시간 단식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적게 먹으니까 몸이 가벼워지는 것 같아서! 처음으로 도전해보려고 한다.
<오늘의 지출>
외식 27유로
장보기 38.24 (물+고아시아+REW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