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대학생의 유럽 여행 111일 차

바쁘다바빠파리여행

by 빈카 BeanCa

대망의 빠리!! 첫날이다. 아침은 파리지엔처럼 바게트에 버터를 먹고 싶어 일찍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호텔 근처 빵집에서 바게트와 크로와상을 사 왔다. 거기에 어제 사온 버터를 올려 먹으니 정말 기절이었다. 이래서 파리 빵이 유명하구나 단번에 납득이 가능했다. 바게트는 바삭하고 고소하고, 크로와상도 버터 풍미 나면서 맛있었다. 무엇보다도 버터가 고소하면서 프레쉬한 맛이라 술술 들어갔다. 요거트도 같이 먹었는데, 상큼하면서 부드럽고 묵직한 맛이라 맛있었다. 아침이라 배가 금방 불러 많이 먹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아침을 먹고는 대망의 루브르에 갔다. 사실 루브르 박물관도 대영박물관처럼 실망할까 봐 고민했는데, 그래도 파리까지 와서 루브르는 봐야겠다 싶어서 어젯밤에 예약을 해놨다. 지하철을 타고 가서 잠깐의 대기 끝에 입장할 수 있었다. 회화 작품이 많다는 드농관부터 구경을 시작했다. 니케의 승리의 여신상부터 시작됐다. 중간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들도 많았는데, 아무래도 가장 신기한 작품은 모나리자였다. 말로만 듣던 모나리자가 눈앞에 있으니 비현실적이었다. 모나리자를 본 후기는 일단 신기함이 가장 컸고, 생각보다 그림 색채가 어두웠다. 그리고 책에서 본 모나리자보다 살짝 덜 아름다웠다. 이번 루브르는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했는데, 오디오 가이드에 가이드님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셔서 돌아다니는 내내 재밌었다.

기억에 남는 작품은 들라트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상이었다. 프랑스에서 일어난 혁명을 배경으로 그린 그림인데, 프랑스 자유를 상징하는 마리안느라는 여신이 프랑스 국기를 들고 서있었다. 기억에 남는 이유는 생생함인데, 마리안느의 표정에서 결연한 의지와 용기 같은 감정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것만 같아서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동화되는 것만 같았다.

살면서 본 조각 중에 가장 아름다웠던 조각도 있었는데, 이탈리아의 대표 조각가 카노바의 프시케이다. 에로스와 에로스의 부인 프시케가 조각되어 있었는데, 에로스가 프시케에게 입을 맞추는 신화 속의 장면을 담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경건함과 신성함,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이 느껴져 조각에서도 이런 감정이 들 수 있구나를 알게 해 준 작품이었다. 또한, 카노바는 아름다움과 동시에 완벽에 가까운 완성도를 추구한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조각이 완벽하게 아름다웠다. 이렇게 아름다운 조각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니케의 승리의 여신상, 비너스 등을 볼 때도 큰 감흥이 없었어서 그런지 더 충격으로 다가왔다.

리슐리외관과 쉴리 관도 갔는데, 함무라비 법전이나 스핑크스와 같이 유명한 작품들이 많아 신기했다. 박물관이 워낙 커서 가이드를 따라 일부 작품만 보는데도 3시간 반이 걸렸다.

생각보다 많이 걸려 점심은 급하게 길에 있던 빵집으로 갔다. 리뷰가 꽤 좋은 체인 빵집이라 기대하고 들어갔다. 뺑오쇼콜라와 피스타치오 갈레트를 주문했는데, 뺑오쇼콜라는 한국의 빵보다 덜한 맛이라 실망이 컸다. 피스타치오 갈레트는 맛있었는데, 감동의 맛은 아니었다.

이렇게 빵을 급하게 먹은 이유가 있었는데, 생트 샤펠에 예약을 했기 때문이다. 원래도 스테인드 글라스를 좋아했는데, 사그라다 파밀리아에 다녀온 이후에 더 큰 관심이 생겨 이곳에도 가고 싶었다. 예약 시간이 임박해 호다닥 먹고 걸어갔다. 갔는데 줄이 이상하게 되어있어 한 번 줄을 섰다가 잘못된 줄이라 다른 쪽으로 가서 서느라 20분에서 30분 정도 기다렸다. 들어가려는데 공항처럼 옷이랑 가방도 벗고 전신 스캔 장비를 통과해야 해서 놀랐는데, 스테인드 글라스가 약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 그렇게 검사를 통과하고 1층으로 들어갔는데, 내가 생각한 공간이 아니라 당황했다. 알고 보니 유명한 공간은 2층이었는데, 올라가자마자 탄성이 터져 나왔다. 빼곡한 스테인드 글라스가 있었는데, 번잡한 느낌 없이 경이로웠다. 스테인드 글라스 제작 과정에 대한 설명도 있어 재밌게 읽었는데, 스테인드 글라스는 5가지 색만 사용된다고 해서 신기했다. 처음에 공간만 보고는 이 작은 공간이 입장료가 13유로인 건가 싶었지만, 하나하나가 아름답고 황홀해서 올만하다 싶었다. 벽면을 빼곡하게 채운 스테인드 글라스부터 뒤쪽에 있는 꽃 모양이라는 스테인드 글라스까지 빠짐없이 아름다웠고, 하나하나 성경 스토리가 나타나 있다는 게 놀라웠다. 나는 평생을 살아도 절대 못할 것 같은 디테일과 정성에 감탄하며 30분 정도 있다가 나왔다.

다음 코스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식당! 파리에서 교환학생을 한 친한 언니가 강력하게 추천해 준 집이라 어제 예약까지 하고 방문했다. 메뉴도 미리 추천을 받은 대로 에스카르고와 비프 부르기뇽을 주문했다. 에스카르고부터 나왔다. 처음 먹어보는 요리라서 걱정을 했는데, 껍질도 없이 나오고 작은 접시에 에스카르고 살 하나, 밑에는 오일, 위에는 바질 페스토가 듬뿍 올라가 있었다. 전용 포크로 살부터 먹어보니 황홀한 맛이었다. 지금까지 먹어본 골뱅이와는 비교도 안 되는 부드러움이었고, 간도 적당하고 바질의 풍미도 가득했다. 한입 한입 먹을 때마다 정말 행복하게 먹을 수 있었다. 다음으로 비프 부르기뇽은 와인을 넣고 만든 프랑스의 갈비찜이라고 들었는데, 진짜 와인을 넣은 프랑스식 갈비찜 같았다. 고기도 부드럽고 양도 많아 배부르게 잘 먹었다. 프랑스 음식은 한국에서도 안 먹어봤는데, 좋은 기억을 가지고 첫 식사를 마무리했다.

다음 코스는 노트르담 대성당이다. 이름도 많이 들어보고 얼마 전에 재개장했다고 들어서 기대가 되었다. 줄을 기다려 입장했는데, 우연히도 미사 시간에 입장해 미사도 살짝 볼 수 있었다. 들어가자마자 미사의 노랫소리 덕분에 신성한 느낌이었다. 최근에 복원되어서 그런지 다른 성당들에 비해 깔끔한 느낌이 강했다. 크기가 생각보다 훨씬 넓어서 규모에 압도당하고, 곳곳에 있는 스테인드 글라스와 미사 소리에 또 한 번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성당의 가장자리에 작은 공간들이 구분되어 있어 이삭이나 요한과 같은 성경 인물들의 방으로 꾸며져 있는 게 신기했다. 기대보다도 훨씬 좋았던 노트르담 대성당 구경이었다.

다음으로는 디저트를 뿌시러 갔다. 리뷰가 좋았던 빵집으로 가 피스타치오 밀푀유를 주문했다. 한국에서도 밀푀유를 좋아했어서 기대가 되었다. 한 입 먹어보니 내가 이제껏 먹은 밀푀유는 밀푀유가 아니었다. 크림이 너무 흐물하지 않고 적당히 힘이 있으며, 한겹 한 겹이 바삭파삭 그 자체라서 맛있었다.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도 듬뿍 올라가 있었는데, 고소하면서도 너무 달지 않아 맛있었다. 인생 디저트였다.

그러고는 마레 지구로 넘어가 쇼핑을 조금 했는데, 이때부터 슬 피곤해서 텐션이 낮아졌다. 구경은 열심히 했지만 딱히 사고 싶은 것을 발견하지 못해 그냥 나왔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라파예트 백화점이었다. 기대를 많이 했지만 하루종일 가열차게 돌아다녀서인지 가기 전부터 피곤했다. 전망대에 가려고 했지만 전망대에 올라가는 것도 까먹고 식품관만 호다닥 돌아봤다. 소고기에 찍어먹을 트러플 소금도 사고, 저녁에 디저트로 먹을 밤 케이크도 샀다. 호텔 근처로 와 까르푸에서 내일 먹을 요거트와 과자도 사서 호텔로 돌아왔다.

밥을 잘 챙겨 먹기에는 피곤해서 아침에 먹고 남은 바게트에 버터, 과자 그리고 밤케이크를 먹었다. 밤 케이크가 극락의 맛이었는데, 시트는 적당히 쫀득하고 부르럽고 풍미 있어 맛있었는데 크림은 더 맛있었다. 밤 맛이 진하게 나고 고소하면서 적당히 달달해서 또다시 인생 디저트로 등극하는 맛이었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샤워도 하고 너무 피곤해 일찍 잠에 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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