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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카 BeanCa Nov 16. 2024

스무 살 대학생의 혼자 유럽 여행 38일 차

Day 9 in Italy, Florence. 피렌체에서 즐긴 여유

 어느새 이탈리아에서의 일정도 끝이 가까워진다. 오늘은 친퀘테레라는 북부의 해안 마을에 가려고 했다가 피렌체 시내에서 하고 싶은 일이 남아 시내 구경을 하기로 했다. (사실 먹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일명 ‘현지인 day’를 보내는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숙소 근처에 있던 중앙시장으로 향했다. 햇 올리브오일을 사러 갔다가 깜빡하고 못 사고, 구경만 했다. 확실히 피렌체라서 그런지 고기도 많이 팔고 파스타 면이나 치즈, 소스도 많았다. 구경을 하고 약간 출출해져 가장 유명한 깔라마리를 먹었다. 며칠 전에 2층에서도 먹어서 큰 감흥이 있을까 싶었지만 확실히 달랐다. 살면서 먹어본 깔라마리 중 단연 가장 맛있었다. 느끼하지도 않고 적당한 바삭함과 알맞은 간, 그리고 부드러운 오징어까지 합쳐져 훌륭한 맛이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카페이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어 주변에서 가장 후기가 좋은 카페로 향했다. 높은 리뷰답게 사람으로 가득했다.  카페에서 라뗴 한 잔과 초콜릿 크로와상을 주문했는데, 먼저 나온 라떼를 마셔보니 커피 맛이 진하지는 않았지만 부드럽고 맛있었다. 초콜릿 크로와상은 예상보다도 크림이 훨씬 많이 들어가 있어서 촉촉했다. 오히려 오히려 크림이 너무 많아서 느끼하긴 했지만, 커피랑 잘 어울렸다. 그렇게 여유롭게 즐기다가 다음 코스로 향했다.

 다음 코스는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이었는데, 외관만 구경하고 산타 마리아 노벨라 약국으로 향했다. 장미수 토너로 유명한 곳이지만, 선물을 사자니 이미 한국에도 많아서 결국 보기만 했다. 안에 공간이 전시장처럼 예쁘게 되어있고, 내가 아는 장미 토너 이외에도 다양한 제품이 있어서 시향도 하고 구경도 했다. 가게보다는 쇼룸에 가까워서 여기저기 예쁜 공간을 구경하고 나왔다. 나오는 길에 우연히 유명한 기념품 리스트를 적은 블로그를 보게 되어 오늘의 동선이 조금 바뀌었다. 기념품을 많이 사지는 않지만 가족들과 친한 친구들 선물은 준비하고 싶어서 고민을 했다. 독일에는 크게 유명한 게 없고, 이탈리아에서도 피렌체에 소중한 사람들에게 줄 선물이 많을 것 같아서 계획에 없던 선물 쇼핑 데이를 하게 되었다. 생각한 선물 중 하나가 크림인데, 근처에 약국이 있어서 보습 크림 하나와 주름 개선 크림 하나를 구매했다.

 그렇게 한 바탕의 쇼핑을 하고는 다시 피렌체를 느끼러 두오모로 향했다. 두오모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서 20분 정도 기다려 입장했다. 투어를 하면서 들은 대로 내부에는 별게 없었다. 그림으로 채워진 다른 성당과 다르게 그림이 조금씩 있지만 거의 비어있었다. 가이드에서 들은 대로 두오모 천장화도 보고, 해시계도 보고 지하 기념품 가게도 보고 나왔다. 다음으로 초콜릿 가게에 갔다. 민박집 사장님이 추천해 주셔서 갔는데, 가자마자 다양하게 시식해 보라고 주셨다. 덕분에 초콜릿, 과자, 그리고 술까지 다양하게 시식할 수 있었다. 가장 신기했던 것은 술인데, 멜론, 복숭아, 기본 그리고 리몬첼로까지 마셔봤다. 한 모금씩 마셔본 결과 공통적으로 첫 입은 달고 과일 향이 확 나고 바로 뒤부터 알코올의 향과 맛이 훅 났다. 리몬첼로는 무려 32도라서 마시면 금방 취할 것 같았다. 한 병을 살까 하다가 잘 안 마실 것 같아 패스하고 작은 초콜릿만 사서 나왔다.

 다음 일정은 또 기념품 쇼핑이다. Eataly라는 식료품 가게에 가서 햇 올리브오일을 찾았는데 발견하지 못해 포기하고 아눈치아타라는 매장에 갔다. 수도원에서 만드는 화장품이라는데, 한국에 많이 알려지지 않고 입점해있지도 않아서 선물하기 좋을 것 같았다. 내부는 실험실 같았는데, 스킨케어뿐만 아니라 향에 관련된 제품도 많아서 작지만 알차게 구경할 수 있었다. 그렇게 구경을 하고 립밤을 두 개 사서 밖으로 나왔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차를 판매하는 가게가 있어서 가봤다. 나도 차를 좋아하고, 언니도 차를 좋아해서 구경하러 들어갔다. 제일 친한 친구도 차를 좋아해서 시향도 하고 설명도 읽어보다가 친구가 좋아할 것 같은 차 한 종류와 언니가 좋아할 것 같은 이탈리아 찻잎으로 만든 차를 사서 나왔다.

 오늘은 먹고 싶은 디저트가 두 종류라서 딱히 점심을 안 먹고 간식을 주워 먹기로 해서 가고 싶었던 젤라또 집으로 향했다. 깨맛이 유명한 곳이라서 깨와 감으로 골랐다. 나와서 깨부터 한 입 먹어보니 처음 먹어보는 젤라또의 맛이었다. 젤라또만 먹으면 부드러운 우유에 꿀의 맛이 느껴지고, 베이스로 은은한 깨 향이 났다. 감은 시원 달달한 홍시의 맛이라서 맛있게 먹었다.

 젤라또를 뿌시고는 베키오 다리로 향했다. 야경 투어를 하면서 본 적은 있지만 지나 본 적이 없어 건너가기로 했다. 메디치 가문의 통행을 위해 만들어졌는데, 정육점과 같은 가게는 냄새가 나서 금은방이나 시계를 파는 가게만 입점하는 걸로 바뀌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오늘날에도 액세서리 파는 가게가 대부분이었다. 중간중간 기념품 파는 가게도 있어서 구경을 했지만 다리가 생각보다 짧아 빨리 지났다.

 다리를 건너가니 새로운 세상인 것 같았다. 평화롭고 조용하고 건너편의 번화한 관광지에 비해 한적해서 정말 현지인이 된 것 같았다. 여유롭게 걸어도 다니고 베키오 다리도 보고 산도 구경했다. 건너편에서 바라본 피렌체 중심은 오밀조밀 모여있는 건물들이 귀엽기도, 아름답기도 했다. 그렇게 여유롭게 걸어 바실리카에 도착했다. 두오모와 살짝 거리가 있어 야경 투어에서는 못 가서 오늘 혼자 걸어 다니는 김에 가봤다. 전체적으로 화려하고 거대한 유럽의 건물과 비슷했지만, 비슷해도 아름다웠다. 베키오 다리부터 엄마랑 영상통화를 시작해 바실리카에 걸어가는 동안에도 계속 전화를 했다. 이렇게 여유롭게 걸어 다니며 가족들과 연락도 하니 힐링이 되었다.

 다시 배가 고파져 아포가토를 먹으러 갔다. 로마에서 만난 언니들이 거의 찬양하듯 말해서 아포가토의 맛이 궁금했다. 낮 시간인데도 사람이 많아 가게 밖까지 긴 줄이 이어졌다. 다행히 아포가토를 만드시는 직원분의 손이 빨라서 금방 받을 수 있었다. 안에 자리가 없어 나와서 먹었는데 기대를 많이 했음에도 감동의 맛이었다. 차가운 잔에 아이스크림과 에스프레소를 넣어서 그런지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넣어도 미지근해지지 않고 시원했다. 달달하고 깊은 맛의 젤라또와 시원해진 에스프레소를 마시니 천국 같았다. 당+카페인의 구성이라 집 근처에 있었으면 하루에 두 잔씩 꼬박꼬박 사 먹을 맛이었다. 피스타치오 맛 아포가토도 많이 먹던데 혼자라서 못 먹은 게 아쉬웠다.

 혼자 돌아다니는 마지막 코스는 마트이다. 선물을 사러 가서 알차게 구경했다. 포켓 커피를 사려다가 무거워서 포기하고 맛있었던 사탕만 사서 나왔다. 꿀 사탕인데 바티칸 가이드님과 민박집 사장님이 주신 사탕이다. 달달하면서 텁텁하지 않아 당 보충하기 좋았다. 마트에 갔다가 쉬고 싶어서 잠시 민박집으로 왔다. 와서 잠깐 글을 쓰다가 피곤해서 30분 정도 낮잠을 잤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이자 가장 기대한 일정, 바로 티본스테이크이다. 가장 유명한 달오스떼에 예약을 하고 동행을 구해 5명이서 갔다. 처음 보는 사람이 3명이라 어색했지만, 조금씩 얘기하다 보니 어색함이 조금씩 줄었다. 5명이라서 티본스테이크 2 덩어리, 파스타, 사이드 채소를 주문했다. 파스타부터 먹어봤는데 우리나라의 미트볼과 비슷한 맛이었다. 위에 트러플을 추가해 향이 깊었지만 소스 자체는 익숙한 맛이었다. 그다음으로 나온 티본 스테이크는 감동의 맛이었다. 전에 티본 스테이크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어 기대를 안 했는데, 정말 맛있었다. 추천해 주신 미디움으로 주문해 안에는 빨간색이었지만 질기지 않고 맛있었다. 고기의 맛도 깊고 향도 진하고, 간도 적당해서 그냥 먹어도 소스에 찍어 먹어도 맛있었다. 티본이 유명한 이유가 이해가 갔다. 호불호가 갈리던데 기대를 안 하고 먹어서 그런지 감동의 맛이었다. 비싼 와인도 한 병 주문했는데, 드라이하고 뒷맛이 깔끔해서 고기와 잘 어울렸다.

 그렇게 배부르게 먹고 마트에 가서 저녁으로 마실 와인과 간식, 내일 아침으로 먹을 요거트를 샀다. 와인은 잘 알지 못해 이 지역의 화이트 와인으로 골랐다. 혼술을 할 생각으로 샀는데 같은 방에 있는 분이 일찍 들어오셔서 같이 마셨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마시니 재밌어 시간이 금방 갔다. 그렇게 작은 와인병을 비우고 글을 마저 쓰고 잠에 들려고 한다.      

<오늘의 지출>

식비 81유로

선물 70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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