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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카 BeanCa Nov 18. 2024

스무 살 대학생의 혼자 유럽 여행 40일 차

길었던 이탈리아 여행을 마무리하고 뮌헨으로 돌아오다

 

 여행 40일 차이자 길었던 이탈리아에서 독일로 돌아오는 날이다. 아침 8시 반에 출발해야 해서 7시에 일어났다. 어제 짐을 거의 챙겨서 준비하고 남은 물건들만 캐리어에 넣어 정리했다. 마지막 날이라 조식을 미리 신청해 아침도 든든하게 먹었다. 오늘의 메뉴는 제육볶음에 뭇국, 그리고 계란 프라이였는데 제육은 매콤하고 뭇국은 칼칼해서 맛있었다. 그렇게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트램을 타고 출발했다. 공항까지 40분 정도가 걸려 금방 도착했다. 비행시간 딱 2시간 전에 도착했는데, 카운터가 열리자마자 들어가 수속까지 마치니 정확히 6분 만에 면세 구역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혼자 뿌듯해하며 카페로 향했다. 어제 와인을 마시느라 다 못 쓴 글도 마저 쓰고, 커피도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통유리 창문이 있어 밖에 있는 산과 비행기, 그리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니 ‘이게 여유지’ 싶었다.

 그렇게 여유를 즐기고 보딩 시간에 맞춰 탑승 게이트로 향했다. 하지만 역시 유럽의 항공사는 출발 예정 시간에 탑승이 시작되었고.. 30분 정도를 늦게 출발했다. 피렌체-로마-뮌헨의 경유 비행기였는데 다행기 경유 시간이 꽤 길어서 여유롭게 기다려 탑승했다. 1시간 정도의 비행이었는데, 밖에 창이 예뻤지만 졸려서 기절해 잠들었다.

 첫 비행을 마치고 로마 공항에 도착했다. 점심시간이 되어 샌드위치 하나를 사 먹고, 앉아서 멍도 때리고 유튜브도 보다가 젤라또도 하나 사 먹었다. 2시간 정도가 떠서 먹고 여기저기 구경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두 번째 비행기는 다행히 15분 정도만 연착이 되었다. 1시간이 넘는 비행이라 그런지 간식을 주셨다. 주스나 탄산을 마실까 하다가 여행의 마무리를 차분하게 하고 싶어 차를 마셨다. 그리고 저녁을 먹기가 애매할 것 같아 짭짤한 크래커도 먹었다. 마시면서 창 밖도 한참을 바라보니 뮌헨에 도착했다. 확실히 유럽 간 이동은 절차가 간편했다. 비행기에서 내려서 공항에서 나갈 때까지 여권도 비행기 티켓도 필요가 없었다. 짐을 찾아 귀가했다.

 뜬금없지만 나는 비행기가 좋다. 창가에 앉아 밖을 바라보는 게 당연히 가장 좋다. 에어팟으로 잔잔한 노래를 들으며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면 같은 하늘 위더라도 다른 풍경이 나타난다. 구름이 많은 날에는 구름 위에 떠다니는 것 같고, 구름 없이 맑은 날에는 도시의 전경이 보인다. 커다란 섬들도 점처럼 작아 보이고 사람은 보이지도 않는다. 그야말로 세상과 떨어진 곳에서 느끼는 자유가 느껴진다. 이런 상공에서 본 풍경은 그 어떤 야경이나 절경보다 아름답다. 그 보기 어렵다는 설산도 발아래 있고, 바다도 육지도 순서대로 나타난다. 운이 좋으면 일출 일몰도 보이는데, 이번에 이탈리아에서 오면서 태양과 가장 가까이서 본 일몰은 경이로웠다. 구름이 많은 것에서 핑크빛이던 해는 구름 없는 곳으로 가자 타오르는 붉은색으로 변했고, 삶의 열정을 불어넣어 주는 듯한 강렬한 빛이었다. 캄캄한 지상과 붉은 태양, 그리고 그 위에 있는 곤색의 하늘이 마치 물감으로 칠해놓은 것처럼 선명했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 다시 볼 일이 없고 어쩌면 한 번은 미주칠 이들과 한 목적지를 가지고 낯설거니 익숙한 땅으로 가는 것도 신기하다. 어떤 이는 여행을 시작하는 즐거움으로, 어떤 이는 피곤한 여행의 마무리로, 어떤 이는 힘든 일의 시작으로, 어떤 이는 고된 출장 끝에 그리운 가족을 보러 갈 것이다. 이 작은 비행기 안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수십, 수백 명의 사람이 있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오랜만에 돌아온 집이라 편하고 반가웠지만, 계속 누군가와 같이 있던 민박집에서 혼자 있는 집으로 돌아오니 약간 허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열흘 동안 낯선 사람과 있었더니 편한 게 컸다... ) 오자마자 빨래부터 정리해서 돌리고, 물도 사 왔다. 장도 봤는데 방울토마토가 세일하길래 2팩, 귤, 치즈, 그리고 자두를 샀다. 이탈리아에서 과일을 못 먹었더니 과일이 먹고 싶어서 잔뜩 샀다. 이탈리아에서 살이 많이 쪄서 클린식을 먹으려고 하는데, 내일 장을 보면서 계란과 양배추도 사 오려고 한다. 그러고 짐도 정리하고 다 된 빨래도 널어놨더니 2시간이 꼬박 걸렸다. 이번 이탈리아 여행에서 선물을 사서 집 안에 정리해 놓으니까 뿌듯함이 몰려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그 사람을 생각한 선물을 줄 때의 행복감, 그 사람이 좋아할 때의 행복함 때문에 벌써부터 기분이 좋다.

 씻고 글도 쓰고 이제 잠에 들려고 한다. 앞으로 6일 동안 일정이 없어서 우선 쉬면서 향후 여행 계획부터 세우려고 한다. 그리고 이탈리아 여행을 하면서 생각한 것도 하나씩 차분하게 써보려고 한다. 하루종일 이동과 정리에 시간을 썼지만, 그 덕분에 오랜 여행의 끝을 그렇게 힘들지 않게 할 수 있었다. 다음 여행도 기대된다.      

<오늘의 지출>

트램 1.7유로

식비 17.3

장보기 16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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