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빈카 BeanCa Nov 19. 2024

스무 살 대학생의 혼자 유럽 여행 41일 차

이렇게 또 여유를 배워가는 하루

 뮌헨에서 오랜만에 보내는 여유로운 날이다. 어제 이것저것 처리하고 놀다가 2시에 자서 10시에 느지막이 일어났다. 사실 8시에 일어났다가 늦잠을 잘 수 있는 날이 오랜만이라 다시 잠들었다. 그러고 또 뒹굴거리고 이탈리아에서 밀린 연락들 해놓고 잠도 조금씩 자다가 12시에 침대에서 일어났다. 느지막이 일어나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섰다.

 오늘의 목적지는 뢰벤브로이이다. 뮌헨의 유명한 양조장 중 하나인데, 호프브로이와 아우구스티너에 이어 세 번째로 가는 양조장이다. 시내 중앙이랑은 약간 떨어져 있어 지하철을 타고 갔다. 역에서도 10분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걸어가다 건물을 보는 순간 규모에 놀랐다. 웅장한 건물 전체가 뢰벤브로이였다. 양조장이랑 본사? 같은 건물이 식당과 같이 있는 것 같았다. 막상 식당 안으로 들어가니 다른 양조장에 비해서는 그렇게 크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들어가자마자 친절하고 유쾌하신 웨이터 분께서 자리를 안내해 주셨다. 사실 이런 전통적이거나 규모가 큰 양조장은 불친절하다는 리뷰가 많아서 걱정을 했는데, 정말 괜한 걱정 같았다.

 여기서 주문한 음식은 슈바인학세와 맥주이다. 소세지와 족발 중에서 고민하다가 오랜만에 독일에 와서인지 슈바인학센이 먹고 싶었다. 맥주는 추천해 주신 기본 맥주로 마셨다. 패스트푸드처럼 주문하자마자 거의 바로 나왔다. 사진을 찍고 슈바인학센부터 잘라봤는데, 겉에 튀긴 껍질 부분이 생각보다 딱딱하고 질겨서 나이프로도 잘 잘리지 않았다. 그래도 열심히 잘라서 먹어보니 바삭하고 고소하고 짭짤해서 맛있었다. 안에 살도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호프브로이에서도 슈바인학세를 먹어봤는데, 여기가 더 맛있는 것 같다. 맥주는 가볍고 산뜻하고 약간은 연했다. 청량감이 강하지 않아서 음료수 같았고, 그래서 술술 들어가는 맛이었다.  

혼자 야무진 점심을 먹고는 장을 보러 아시안 마트로 향했다. 햇반을 사러 가서 후다닥 사고 옆에 있던 자라 구경도 쓱했다. 그러고 dm도 갔다. DM에서 이것저것 구경을 하다가 크림이 없어서 크림 하나를 사고 팬케이크 믹스도 하나 샀다. 팬케이크 믹스는 사실 충동구매이다... 쌀쌀해지는 날씨에 펌킨스파이스 팬케이크라니..! 참을 수 없었다.

 다음으로는 마지막 코스인 레베에 갔다. 목적은 양배추와 계란!이지만 부라타 치즈가 싸길래 어제 왕창 사놓은 과일과 먹기 위해 하나 사고, 팬케이크에 곁들일 꿀, 그리고 작은 와인까지 사서 든든하게 나왔다. 역시 마트 구경은 해도 해도 재밌는 것 같다.

 오늘은 집에 일찍 들어왔다. 들어와서 여행 계획도 이것저것 세우고, 기차표 예매도 하고 배가 고파져서 저녁을 만들어 먹었다. 이탈리아 가기 전에도 자주 해 먹은 카레 양배추 계란 볶음을 해 먹고, 과일이 먹고 싶어서 디저트로 과일도 귤, 살구 그리고 토마토를 먹었다. 살구는 단 맛은 강하지 않았지만 맛있었고, 귤도 새콤해서 맛있었다. 이탈리아에서 사 온 발사믹을 뿌려서 먹어봤는데, 확실히 더 깊고 고급스러운 맛이 나서 맛있었다.

 내일도 뮌헨에서 보내는 여유로운 하루가 될 예정이라 이제 잠에 들려고 한다. 특별히 한 일은 없는 하루라 예전 같았으면 날린? 하루라고 생각하고 기분이 안 좋았을 것 같은데, 이제는 하루하루 그리고 순간순간에 집중하는 방법을 조금씩은 알아가는 것 같다. 물론 아직까지도 만족스러운 건 아니지만 점점 여유를 찾아가는 게 아닐까 싶다.      

<오늘의 지출>

외식 23.1유로

장보기 27유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