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 in Czechia. 엄마와 함께라서 마냥 행복했던 하루
엄마와 함께하는 동유럽 여행의 제대로 된 첫날이다. 어제 공항에 늦게 도착해 우버를 타고 곧바로 귀가했고, 둘 다 피곤해서 뻗었다. 그러고 오늘 아침이 되었다. 엄마는 시차 적응 실패로 새벽 6시 반쯤 일어났고, 나는 7시 반에 일어났다. 어제 사놓은 요거트 하나를 나눠먹고 준비를 마치고 브런치 가게로 향했다. 체코에서 다들 브런치를 많이 먹길래, 우리도 브런치를 좋아해 가보기로 했다. 둘 다 아침을 잘 안 먹어서 아보카도 에그 베네딕트에 커피 두 잔을 주문해 나눠먹었다. 정석적인 깔끔한 에그 베네딕트 맛이라서 맛있게 먹었다.
아침까지 든든하게 먹고 향한 곳은 스트라호프 수도원이다.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 수도원에서 시작해 시내 구시가지로 돌아오는 코스를 계획했다. 티켓을 끊어서 유명한 도서관도 보고, 수도원도 보고 뷰포인트도 봤다. 약간 흐린 날이었지만, 아기자기한 집들이 모여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다. 특히 수도원에서 보니 프라하 성도 함께 눈에 들어와 예뻤다.
그렇게 구경을 마치고 살짝 출출해져서 수도원 양조장으로 향했다. 수도원 양조장의 맥주가 유명하다고 해서 맥주 2잔과 치즈크로켓을 주문했다. 맥주는 기본 라거와 IPA를 주문했다. 맥주가 전반적으로 진한 맛이라서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맛있었다. 특히 IPA를 제대로 마셔보는 게 처음인데, 은은한 과일향이 나면서 맥주의 맛이 진하게 나서 맛있었다. 치즈 크로켓은 체코가 치즈로 유명하다고 해서 주문해 봤는데, 가운데 샐러드는 상큼하고 크로켓은 짭짤 느끼해서 딱 맥주 안주로 잘 어울렸다. 특히 같이 있는 소스가 킥이었는데, 상큼하면서도 부드럽고 고소해서 크로켓이랑 잘 어울렸다.
만족스러운 간식 타임을 가지고 우리는 프라하 성으로 향했다. 날이 쌀쌀해서 따뜻한 라떼 한 잔도 들고 걸어갔다. 프라하 성에 거의 도착하니까 웅장한 악기 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다가가니 근위병 교대식을 하고 있었다. 신기했지만 웅장함이나 놀라움은 없었다. 프라하 성 외부에 있는 성벽 같은 곳에서 본 프라하 전경이 아름다워서 내부는 얼마나 더 아름다울지 기대가 되었다. 사진 몇 장을 찍고 내부로 입장했다. 내부에서는 티켓을 사야 했는데, 분명 23-24 가이드북에는 250 코루나로 적혀있는 티켓이 갑자기 450 코루나로 올라서 당황했지만 프라하성 내부가 예쁘다고 해서 구매를 했다.
처음으로 향한 곳은 성 비투스 대성당이다. 들어가자마자 높은 층고와 커다란 내부에 압도되는 느낌이었다. 이탈리아의 성당과 같은 화려한 천장화나 벽화는 없었지만, 스테인드 글라스와 조각상 덕분인지 더 화려했다. 스테인드 글라스 작품이 많았는데, 하나하나 분위기와 내용, 색감 그리고 디자인이 달라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조각상도 화려했고, 구경하다 보니 중간에 악기 공연도 하셔서 구경했다. 엄마랑 하나하나 얘기하면서 돌아보니 재밌었다. 둘 다 가 본 성당 중에 제일 화려하고 예쁜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두 바퀴나 돌았다.
그렇게 성당을 구경하고 향한 곳은 옆에 있던 구왕궁이다. 몇 백 년 동안 왕궁으로 사영된 곳인데, 안네가 비어있고 중간중간 창문으로 경치를 감상하는 곳만 있어서 둘러보고 금방 나왔다. 다음으로는 성 이르지 바실리카로 갔다. 대성당 뒤편에 있는 작은 바실리카인데, 로마네스크 양식의 교회라고 한다. 밖에도 안에도 아기자기해서 재밌게 구경했다. 그러고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황금소로이다. 예전에 보초나 하인들이 생활하던 공간인데, 지금은 기념품 가게나 상점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아기자기한 집들이 모여있어서 프라하 성의 다른 곳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다양한 체코 스타일의 기념품이 있어 구경도 했는데, 생각보다 길이 짧아서 금방 끝이 났다. 마지막으로 성벽에서 시내 전경도 감상하고 프라하 성에서 내려왔다.
시내로 내려가니 2시가 훌쩍 넘어서 밥을 먹으러 갔다. 가기 전에 발트슈타인 궁전의 정원을 보고 싶었는데 겨울이라서 문을 닫았다. 푸른 돔을 가진 성 니콜라스 성당도 밖에서 보고, 점심을 먹을 식당인 포크스로 향했다. 줄이 길었지만 리뷰에 금방 줄어든다는 말이 있어 차분하게 기다렸다. 하지만 30분을 기다려도 줄어들 것 같지 않아 포기하고 코젤로브나라는 곳으로 향했다. 코젤에서 직접 맥주를 받아 판매하는 곳이라 흑맥주가 유명했다. 우리는 꼴레뇨와 양배추 샐러드 그리고 흑맥주를 주문했다. 포크스의 꼴레뇨는 겉이 바삭하고 여기는 쫀득하다던데 리뷰대로 정말 쫀득했다. 사실 쫀득함을 넘어서 질긴 편이었다. 칼로 잘리지 않고, 먹어도 치아에 다 붙는 정도의 쫀득함이었다. 그래도 안에 살이 부드러워서 맛있게 먹었다. 여기서는 양배추 샐러드가 킥이었다. 달달 상큼한 소스가 맛있어서 꼴레뇨랑 잘 어울렸다. 흑맥주도 시원하고 향이 독특하면서도 부드러웠다. 흑맥주를 처음 마셔보는데, 커피 향 같은 깊은 향이 나면서도 맥주의 맛과 향도 있고 동시에 특이하게 맛있어서 계속 마셨다. 배부르게 먹고 구시가지 관광을 시작했다.
내일 1시에 비엔나로 넘어가는 일정이라서 오늘 프라하 시내를 모두 둘러보는 일정을 계획했다. 그중 마지막이 구시가지 관광이었다. 꽤나 지쳤지만 구시가는 작고 관광 명소가 붙어 있어서 힘을 내서 다시 걷기 시작했다. 구시가 광장에서 천문시계랑 교회, 화약찹까지 구경하니 어느새 어둑어둑해졌다.
굴뚝빵 하나를 사서 먹으면서 야경을 보러 까를교로 향했다. 까를교 입구에서 본 야경부터가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아름다웠다. 건너편에서 보는 프라하 성의 모습은 정말 디즈니에 나올 것 같은 풍경이었다. 사진도 찍고 까를교를 건너가기 시작했다. 프라하 성에 다가갈수록 성, 그리고 성 비투스 성당이 점점 크게 보여서 더 아름다웠다. 프라하 야경이 유명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기대보다도 아름다웠다. 엄마랑 감탄을 하면서 거의 다리 끝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돌아와 숙소로 향했다.
숙소로 오는 길에도 아쉬워서 야경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고 숙소로 걷기 시작했다. 걸어오는데 사람들이 천문시계 앞에 몰려있어 시계를 봤더니 정각 7분 전이었다. 천문시계에서 정각마다 하는 공연이 유명하다고 해서 기다렸다가 보고 가기로 했다. 우연히도 투어 가이드님이 우리 앞으로 와서 설명을 하셔서 설명을 조금 듣게 되었는데, 이 시계 하나로 오늘 뜨는 달과 해가 지는 시간, 현재의 시간까지도 알 수 있다고 한다. 공연을 30초 정도 진행되었는데, 죽음을 의미하는 해골이 모래시계를 뒤집으면 양 옆에 있는 돈주머니를 든 인형, 악기를 든 인형, 그리고 다른 한 인형(까먹었다..)이 고개를 흔든다고 한다. 동시에 위에 있는 창문으로 예수님의 열두 제자가 나오고, 마지막 제자까지 나온 후에는 맨 위에 있는 닭이 울면서 공연이 마무리된다고 한다. 짧은 공연이었지만 곳곳에 숨은 포인트들이 많아 재밌게 구경했다.
정말 피곤해진 몸으로 숙소에 돌아와 엄마는 씻고 바로 잠에 들었고, 나는 내일 일정이랑 이동 방법, 비엔나 투어를 알아보고 씻고 글도 썼다. 여기저기 많이 가서 프라하를 둘러본 하루였다. 엄마랑 같이 와서인지 모든 풍경이 아름답고, 하루종일 행복했다. 많은 장소를 구경해서 아침에 간 수도원이 어제처럼 느껴지지만 동시에 시간이 정말 금방 갔다. 앞으로도 시간이 이렇게 금방 지나갈까 봐 아쉽다. 하루하루를 더 행복한 추억으로 채워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