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서 비엔나로 넘어가는 날
어제 하루종일 야무진 체코 구경을 마치고 오늘은 비엔나로 넘어가는 날이다. 1시 기차를 예매해서 오전에 체코 시내를 마지막으로 둘러보기로 했다. 어제 못 간 하벨 시장에 먼저 갔다. 9시쯤 갔는데 상점들이 절반만 열어서 아쉬웠다. 그래도 잘 구경하고 근처에서 배지도 하나 구매했다. 그러고 까를교로 걸어가다가 갓 나온 굴뚝빵을 사서 먹었다. 어제도 굴뚝빵을 먹었지만, 확실히 따끈따끈한 갓 나온 빵은 다르다고 느꼈다. 폭신하고 쫄깃하고 달달해서 맛있었다. 그렇게 까를교로 걸어가 구경을 했다. 어젯밤에 본 까를교의 야경도 아름다웠지만, 오늘 약간 흐린 오전에 보는 까를교도 아름다웠다. 까를교를 지나 구시가지도 구경을 하고, 어제 문을 닫아서 가지 못한 틴 성모 마리아 교회 내부까지 들어갔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밖에 날씨가 쌀쌀해서 돌아와 컵라면을 먹었다. 쌀쌀한 날씨에 밖에 있다 들어와 먹는 컵라면은 정말 맛있었다. 매콤하고 뜨끈해서 후루룩 먹고 짐을 챙겨 역으로 향했다. 원래 말렌카 케이크를 먹으러 가려고 그랬는데, 찾아놓은 카페가 문을 열지 않아 다른 카페를 찾다 역 안에 있는 카페에 가려고 길을 나섰다. 역에 도착해 카페를 찾으려고 했는데, 원하는 카페를 찾지 못하고 다른 카페는 자리가 없어서 짐을 보관함에 넣어놓고 밖으로 나왔다.
급하게 찾은 카페로 향했는데, 들어가자마자 분위기가 좋아서 만족스러웠다. 피스타치오 크로와상 하나랑 카푸치노 두 잔을 주문해 마시는데, 커피가 맛있었다. 또 혼자만의 주관적인 카푸치노 취향을 얘기하자면 거품이 부드러워 우유 층과 분리되지 않고 어우러지는 커피를 좋아하는데 딱 그런 거품이라서 맛있게 마셨다. 커피 향이 특이했는데, 처음 입에 들어가는 향은 그렇게 인상 깊지 않고 오히려 실망스럽지만 중간과 끝 향이 맛있어서 커피 전체가 맛있게 느껴지는 신기한 맛이었다. 피스타치오 크로와상도 따듯하지는 않지만 버터향이 진하게 나고 피스타치오 크림이 인위적이지 않고 향이 진하고 고소해서 맛있었다. 엄마랑 얘기도 하면서 여유롭게 쉬다가 시간이 다 되어서 기차역으로 향했다.
30분 정도 일찍 도착해 짐도 찾고 전광판에 플랫폼이 뜨기를 기다렸다. 프라하 역이 컸지만, 다행히 플랫폼이 근처에 있어서 바로 탈 수 있었다. 첫 이동이기도 하고, 4시간이나 가야 해서 일등석으로 예약을 했다. 레지오젯이라 한 칸에 4명이 앉아서 가는 자리였는데, 우리 옆 자리 분들이 한국인 분들이셔서 반가웠다. 우정여행을 온 분들이셨는데, 엄마랑 나이가 비슷해 공감대가 많아서인지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네 명 다 얘기하는 것을 좋아해 4시간을 가는데 가는 내내 얘기를 했다. 그리고 레지오젯 일등석은 와인과 커피를 주시는데, 우리가 챙겨간 과자랑 토마토를 나눠먹었다. 그분들께서는 이틀 뒤에 귀국하신다고 하셨는데, 감사하게도 남은 약이랑 세제 등 이것저것 챙겨주셨다. 따뜻한 나눔 덕분에 건강하게 겨울을 날 수 있을 것 같다. 같이 얘기하는 게 재밌어서 4시간이 2시간처럼 느껴지고 금방 도착했다.
편하게 왔지만 장시간 이동 때문인지 엄마도 나도 피곤했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근처에 포케집이 있어 포케를 하나 테이크아웃해와서 라면 하나와 같이 먹었다. 포케를 좋아해 한국에서도 자주 먹는데, 유럽에 와서 오랜만에 먹으니 역시 맛있었다. 나의 소울푸드 라면 또한 맛있어서 배부르고 만족스러운 저녁 식사를 마쳤다.
이제 내일과 모레 계획도 세우고, 잘츠부르크 가는 기차표도 예매하고 글을 쓰면 오늘의 일과가 끝이 난다. 내일은 아침부터 투어를 신청해서 일찍 잠에 들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