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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카 BeanCa Nov 27. 2024

스무 살 대학생의 혼자 유럽 여행 49일 차

Day 2 in Austria. 예술의 도시

 귀국 날짜가 대략적으로 정해졌다. 나의 유럽 여행은 120일 정도에서 끝날 것 같다. 작년에 모아놓은 돈으로 온 것이라서 재정 이슈도 있고, 가야 되는 일정이 있어서 내년 초에 끝이 날 것 같다. 벌써 아쉬움이 생기지만 그만큼 더 알차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비엔나를 구경하는 날이다. 이틀이나 통으로 비엔나에 있기에 투어를 신청했다. 아침에 일어나 챙겨 온 전기팟으로 누룽지를 간단하게 먹고 짐을 챙겨 호텔에 짐을 맡겼다. 체스키 크룸로프를 급하게 취소고 비엔나에 1박을 구하면서 원래 구해놓은 비엔나 숙소를 연장하는데 실패해서 1박+2박으로 다른 숙소에 머물게 되었다. 그래서 아침에 짐을 다 싸서 호텔에 보관하고 길을 나섰다.

 미팅 장소인 역으로 갔는데, 일찍 도착해서 표를 끊고 커피부터 마시러 갔다. 카푸치노와 크로와상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버터 풍미 가득한 크로와상이랑 부드러운 카푸티노가 잘 어울렸다. 맛있게 먹으면서 엄마랑 수다도 떨고 미팅 장소로 향했다. 우리가 신청한 미팅은 시내투어였다. 시내와 역사를 알고 보면 더 재밌을 것 같아서 신청하게 되었다.

 가이드님과 만나 먼저 향한 곳은 벨베데레 궁전이다. 유진이라는 오스트리아의 장군이 여름 별장으로 만든 곳인데, 현재는 미술관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가장 유명한 그림은 클림트의 ‘키스’이다. 다들 클림트의 ‘키스’를 제외하고는 볼게 많이 없다고 해서 걱정을 했는데 걱정보다 훨씬 볼 것도 많고 재밌었다. 멋있는 외부를 구경하고 가이드님의 설명을 들으며 내부 관람을 시작했다. 동상부터 천장화까지 화려했던 응점실 같은 공간을 지나 드디어 안으로 들어갔다. 이런저런 멋있는 그림이 많았고, 가이드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보니 역사에 대한 이해, 미술 작품에 대한 이해와 비교가 가능해서 더 재밌었다. 특히 클림트의 그림이 많았는데, 유명한 그림인 키스, 해바라기 이외에 풍경화도 아름다웠다. 특히 온 생에 걸친 작품들이 있어 화풍의 변화를 보는 것도 재밌었다. 자유시간까지 그림을 알차게 돌아보고는 나와서 시내로 향했다.

 시내에서 성 베드로 성당, 슈테판 성당을 보고는 잠깐의 식사 시간을 주셨다. 우리는 추천해 주신 길거리 음식인 핫도그를 하나 주문했다. 칠리 프랑크푸르트 소세지 핫도그였는데, ‘비엔나 소세지’로 유명한 비엔나에 와서 소세지를 먹으니 기대가 되었다. 한 입 베어무는 순간 촉촉하고 짭짤한 소세지의 육즙이 터지면서 간도 적당하고 매콤하고 따끈따끈해서 맛있었다. 핫도그를 나눠먹으며 슈테판 성당 쪽으로 다시 향했다. 슈테판 성당 앞에 크리스마스 마켓을 하고 있어서 구경도 했다. 생애 첫 크리스마스 마켓이었는데, 여기 마켓은 생각보다 작았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가장 많이 판매하고 있었고, 먹거리도 꽤 있었다. 우리는 뱅쇼를 한 잔 주문했는데, 따끈해서 맛있었지만 생각보다 향신료 향이 많이 났다. 쌀쌀한 날에 뱅쇼 한 잔으로 몸을 녹이고 본격적으로 성당 구경에 나섰다. 내부에는 미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창문의 스테인드글라스 틈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성당 내부를 뿌옇게 만들어서 신성한 느낌이 강하게 났다. 내부 공간도 크고 층고도 높아서 멋있었다. 미사도 잠깐 보다가 집합 시간이 다 되어 밖으로 나갔다.

 본격적인 시내 구경에 나서면서 호프부르크 왕궁 쪽으로 걸어갔다. 날씨가 좋아서 왕궁에서 보는 모든 풍경이 아름다웠다. 특히 멋있는 동상과 초록색 잔디, 푸른 하늘 그리고 밝은 색 건물들이 청량한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사진도 찍고 구경하고 스페인 승마 학교도 구경했다. 여행 책에서, 그리고 영상에서 보던 장소들을 직접 가니 신기했다.

 시내 구경을 마치고 마지막 장소인 쇤부른 궁전으로 향했다. 쇤부른 궁전에 도착하니 앞에 크리스마켓에 사람이 너무 많아 놀랐다. 우리는 내부로 들어갈 계획이라 가이드님 따라 쭉쭉 들어갔다. 쇤부른 궁전의 내부는 벨베데레 궁정과 또 다른 느낌이었다. 방들에 각각의 주인과 용도가 있다는 게 신기했고, 벨베데레 궁전은 미술품에 적중했다면, 여기는 화려함에 집중한 것 같았다. 합스부르크 가의 소개도 듣고, 각 방의 주인에 관한 역사와 스토리를 얘기해 주셨다. 알코올이 들어가서인지 약간 피곤했지만 설명을 재밌게 들었다.

 그렇게 약 5시간 반의 투어가 끝이 났다. 궁전 안에 정원도 있고, 크리스마스 마켓도 있어 구경하러 갔다. 정원은 베르사유 궁전과 비슷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겨울이라서 꽃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아름다웠다. 사진도 찍고 투어에서 만난 한국 분들이랑 잠깐 얘기도 했다. 신혼여행을 왔다고 하셨는데, 알콩달콩 잘 어울리셔서 보는 나도 따뜻해졌다. 크리스마스 마켓도 갔는데, 크기가 훨씬 커서 다양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특히 뱅쇼와 같은 먹거리가 많았다. 우리도 구경하다가 구운 감자를 하나 사 먹었다. 커다란 구운 감자 위에 크림소스와 치즈, 그리고 햄이 올라가 있었다.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라 그런지 맛있었다. 배부르게 먹고 시내로 돌아왔다.

 립 오브 비엔나라는 유명한 식당에 워크인으로 가려고 했는데 자리가 없다고 했다. 운이 좋게도 저녁 한 타임이 남아있어 그 시간으로 예약도 해놓고 다시 관광을 나섰다. 성당도 보고 길거리에 있는 크리스마스 장식도 구경하다가 카페로 향했다. 비엔나는 3대 카페가 있을 정도로 커피가 유명한데, 3대 카페는 대기 줄이 너무 길어 근처에 분위기 좋은 다른 카페로 향했다. 이 카페 또한 대기가 있었지만, 그렇게 길지는 않아 20-30분 정도 기다렸다가 들어갔다. 카페를 좋아해 한국에서부터 수많은 카페를 가봤지만 여기가 압도적으로 아름다웠다. 층고도 높고 벽에 걸린 그림도 아름답고 카페 자체가 분위기가 예뻐서 마치 중세의 응접실에 온 것만 같았다. 비엔나커피라고 알려진 멜란지 커피와 아인슈페너, 그리고 케이크 하나를 주문했는데 커피가 진하고 써서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분위기가 예뻐서 엄마랑 감상도 하고 수다도 떨면서 몸을 녹이고 나왔다.

 카페에서 나와 야경도 보고 립 오브 비엔나로 향했다. 얼마나 맛있길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가장 유명한 립 오브 비엔나를 주문하고 빠질 수 없는 맥주도 주문했다. 나오기까지 40분 정도가 걸려 기다리는 게 힘들었지만.. 가게 구경도 하고 엄마랑 얘기도 하면서 기다렸다. 드디어 나온 립을 한 입 먹어보는 순간 감동의 맛이었다. 살면서 먹은 립 중에 단연코 가장 맛있었다. 촉촉하고 부드럽고 소스도 맛있었다. 보통 립은 살이 많이 없거나 건조하거나 소스가 골고루 있지 않아 어떤 부분은 짜고 어떤 부분은 밍밍한데, 여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균일한 간으로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엄마랑 둘 다 감동을 받아 맛있게 먹었다. 원래는 먹고 야경을 더 구경하려고 그랬는데 둘 다 피곤해서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 씻고 글을 쓰려다가 피곤해서 쓰다 잠들기를 반복하다 결국 포기하고 잠에 들었다.

 오스트리아는 신기한 곳이다. 체코는 antique 한 분위기라면, 여기는 예술적이다. 괜히 음악과 미술의 도시가 아닌 것 같다. 날은 쌀쌀하지만 거리 곳곳에 있는 크리스마스 장식 덕분에 추위도 물리칠 수 있었다. 내일도 비엔나 시내를 구경하는데, 내일은 더 재밌는 하루를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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